교육과정 시험 불일치, 중2까지 혼란 예상…논술·학종 재편 쟁점

대학은 논술·학종 재편 쟁점으로 떠오를지도
절대평가 확대 예상, 변별은 ‘대학 몫’ 주장도

▲ 김상곤 부총리가 31일 수능 개편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학수학능력(수능)시험 개편안 발표가 연기되면서 새로운 개편안 준비에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교육부는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과 고교학점제 등 대입 제도에 관여되는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교육과정과 시험 엇박자, 중2 혼란 등 당면한 문제 대안 없어 = 개편안 유예에 의해 발생한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로는 교육과정과 시험의 엇박자다. 이번 수능개편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것으로, 내년에 고교로 진학하는 현재 중3 학생들은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와 수업을 통해 학업을 하게 된다.

2015 교육과정은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문이과 통합 교육’이 주요 골자로, 고교 1학년이 배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이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능 개편이 유예되고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체제로 치러지게 되면서 2021학년도 수능에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출제되지 않는다.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다. 개정 교육과정에는 진로선택으로 설정된 과학Ⅱ도 현행 수능에서는 엄연히 시험과목으로 들어가 있다.

수학의 경우 불일치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문이과 통합이 핵심인데 수능은 여전히 가/나형으로 구분해 실시돼 사실상 통합교육의 의미가 퇴색됐다. 출제 범위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수학 가형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Ⅱ △기하와 백터 등인데 새 교육과정은 미적분Ⅱ가 미적분으로 명칭과 내용 요소가 변경됐고 기하와 백터는 기하로 명칭이 바뀌면서 진로선택 과목으로 편제가 됐다. 수학 나형은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가 출제범위였으나 기존 1학년 2학기 과정인 수학Ⅱ가 고1 공통과정으로 바뀌면서 학습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능 출제 범위를 내년 2월에 발표하기로 해 대비 자체가 막막한 상황이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3 학생들은 고교 선택에 있어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절대평가 전환 여부, 특목고‧자사고 폐지 여부까지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향후 1년간 전망조차 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2022학년도 수능이 개편됨에 따라 불안감을 느끼는 대상이 중3에서 중2로 확대되는 현상도 벌어질 전망이다. 당초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통해 추이를 지켜보려던 중2 학생들은 개편된 수능의 당사자가 되면서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상실했다. 이투스 김병진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현 중3 한 학년의 혼란이 현 중2·3 두 학년의 혼란으로 확대된 셈이 됐다”고 말했다.

■ 논술·학종 개편 쟁점으로 떠오를 듯 = 수능에 국한되지 않은 종합적 교육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입 전형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감지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대입 제도 개편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역량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평가라는 긍정적 취지에도 여전히 ‘금수저전형’ ‘깜깜이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논문과 경시대회 등 외부활동과 비교과 영역의 축소가 논의 석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교과를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교과전형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조효완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학종에 문제가 있다 해서 없애기 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정관들의 의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전형 단순화’를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논술전형폐지도 쟁점 중 하나다. 공교육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논술은 그간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이미 학생부종합전형 정원이 포화인 상태에서 논술이 폐지될 경우 논술전형의 인원을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지는 미지수다.

■ 절대평가 확대 예상, “변별은 대학에 맡겨야” 주장도 = 1년간 이어질 대입 제도 개편의 핵심은 여전히 절대평가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1일 브리핑에서 “고교 학점제, 성취평가제, 고교체제 개편을 포함한 고교 교육 정상화 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대입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담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처럼 고등학생도 듣고 싶은 수업을 듣는 것으로, 상대평가로 갈 경우 성적 취득이 유리한 일부 과목 쏠림과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절대평가가 기반이 돼야 한다. 성취평가와 고교학점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절대평가의 적용 범위를 내신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증이다.

대학에서는 내신과 수능이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된다면 2개 자료만으로는 선발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동점자를 뽑을 방법이 없다”며 “선발의 공정성 문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절대평가로 가되, 학생 선발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최승후 정책국장은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대학인데 변별을 할 수 없다고 절대평가를 하지 말자는 건 대학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평가 도구를 제시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면 된다. 변별은 교육부나 교사, 학생, 학부모가 걱정하기 보다는 대학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