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동양미래대학교 우대교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은 단연 일자리 중심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고등직업교육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된 지난 7월 이후 전문대학가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보다도 후퇴했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의 방향성은 물론 구체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고등직업교육이 탄탄한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일자리 정책의 선순환 역시 불가능하다. 본지는 일자리 중심 정책의 기반으로 꼽히는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문재인정부의 정책 점검 및 제언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이전보다 후퇴한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②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해 ‘수업연한 다양화’ 필요
③ ‘현장실습체제 강화’로 실무중심 직업교육 다져야
④ 날로 어려워지는 전문대학 ‘재정’…그 해법은?
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재정지원 배분 방식 개선해야
⑥ 평생교육 ‘따로’ 직업교육 ‘따로’?…컨트롤타워 필요
⑦ 직업교육 활성화?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이 ‘답’
⑧ 전문가 간담회

통계청, 한국조세재정연구원(2007∼2015) 및 세계경제포럼(WEF, 2017)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실업률 증가 특히 고학력 청년실업률 증가, 비경제활동인구 및 취업 준비생 증가, 절망감에 사로잡혀 취업을 포기하거나 기피하고 있는 니트(NEET) 청소년 증가, 청장년 노동 참여율 저하, 경제적 취약계층의 빈곤 탈출 확률 저하, 가난의 대물림 사회구조 고착화, 빈부 격차 심화, 학력·학벌 중심사회 고착화,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 가중, 결혼 포기 및 출산 기피로 인한 인구절벽시대 도래 등 역대 가장 심각한 국가 위기 수준의 난제에 봉착해 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에서는 ‘일자리경제, 공정경제, 민생경제, 4차 산업혁명 선도, 중소벤처 주도형 창업과 혁신성장’을 국정 전략으로 해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이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약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예산까지 책정했다. 수십 년 동안 누적돼온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고려 할 때, 단기적인 방안은 물론이고 당면 과제들의 원인에 근거한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국정운영 과제에 근원적인 해법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일자리 부족, 고학력 청년실업률 증가, 가난의 대물림 사회구조 고착화, 주거·육아·사교육비 부담 가중으로 인한 결혼 및 출산율 저하, 인구절벽시대 도래,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저하, 경제위기 봉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근원이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학력·학벌중심의 사회구조와 직업교육의 경시 풍조로 인해 야기되는 인력 수요와 인력양성의 미스매치로 인한 구직난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핵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학교 졸업 후에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중등직업교육기관인 특성화고등학교(마이스터고등학교 포함)로 진학하면 이미 인생이라는 경쟁사회에서 불리한 입장이 된다. 특성화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직업교육과정이므로 대학 입학시험 경쟁에서 불리해 졸업 후에 소위 명문 일반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은 대부분 고졸 학력으로 취업을 하거나 직업교육 분야로 계속교육을 받기위해 전문학사과정인 전문대학이나 학사과정인 산업대학(사립 2개교만 있음)으로 진학하지만 이나마도 일반고등학교 졸업자와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일반대학(4년제 대학)의 하급 교육기관 출신이라는 낙인 효과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사학위 취득을 위해 전문대학을 졸업한 후에 전문대학의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으로 진학할 수도 있으나 졸업 후에 전문대학 출신이라는 낙인 효과를 극복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대학은 138개 대학(2016년 기준) 중에서 국립대학은 2개 대학(약1.4%), 입학정원 601명(0.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립(대학 수: 5%, 입학정원: 2.0%)과 사립(대학 수: 93.4%, 입학정원: 97.7%)에 의존하고 있어 고등직업교육 지원자는 국립대학 입학 기회 측면에서도 일반대학 지원자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게다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고지원금도 전문대학 재학생 1인당 지원금은 일반대학 재학생의 72.2%(2017년 교육부 예산 기준)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은 사립대학에 의존하면서 국고지원도 일반대학에 비해 불리한 차별을 하고 있으며 졸업생은 고착화된 학력·학벌중심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학력·학벌중심사회에서 중시되는 학위취득을 위한 수업연한 측면에서도 고등직업교육기관은 2년 내지 3년으로 제한하는 직업교육 경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산업대학이 2001년에는 19개 대학(국립8, 사립11)이 있었으나 2004년부터 일반대학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여 2008년에 13개 대학, 2011년에 9개 대학으로 감소하고 2012년부터는 2개 사립 산업대학만 남은 결과는 정부의 직업교육 경시정책을 방증한다.
이와 같은 직업교육 경시정책은 학력·학벌중심 사회를 고착화 시켜왔고 적성과 소질을 무시한 채, 무조건 명문 일반대학만을 지향하는 사회풍조 조성을 부추겨 왔다. 그 결과, 유아교육과정부터 초·중등교육과정까지 ‘사교육을 통한 대학 입학시험 위주의 교육’에 대한 과열경쟁이 일반화됐고 결국 공교육과 인성교육의 붕괴, 사교육비 투자에 비례하는 명문 일반대학 진학률, 명문 일반대학 출신 위주의 학력·학벌중심사회 조성, 가난의 대물림 및 빈부격차 심화, 인력수요와 인력양성의 미스매치로 인한 고학력 청년실업률 증가, 취업을 포기하는 니트(NEET) 청소년 증가, 주거·육아·사교육비 부담 가중으로 인한 결혼 및 출산율 저하,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저하, 국가경쟁력 약화 등 국가·사회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 모두 ‘능력중심사회 구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명박정부는 중등직업교육기관인 마이스터고 육성을 통해 고졸 취업자 양성 정책을 추진했다. 박근혜정부는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그 일환으로 ‘전문대학 수업연한 자율화(2년 내지 4년)’를 추진했으나 일반대학 중심의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의 반대에 직면해 포기하고 말았다.
‘능력중심사회 구축’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수많은 국가·사회적 난제를 일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학력·학벌중심사회 척결 및 직업교육 중시 정책’을 강력하고 시급하게 추진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행복지수 저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능력중심사회 구축·더불어 잘 사는 경제 실현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직업교육을 선택하더라도 경쟁사회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정책이 성공할 때 국민들은 적성과 소질에 따라 소신껏 직업교육을 선택하게 되고 불필요하게 입시위주의 사교육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며 직업교육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인력 수요와 인력 양성의 미스매치, 구인·구직의 미스매치, 고학력청년실업 증가, 사교육비 부담 가중, 결혼 및 출산율 저하 등 직업교육 경시 풍조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을 일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안으로서 우선 고등교육법(산업대학, 전문대학, 사이버대학(원격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평생교육법(평생교육원 등 평생교육기관),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기능대학 및 기술교육대학) 등에 근거한 각종 고등직업교육기관을 대학, 교육대학 등과 대등한 위상을 갖는 고등직업교육대학 체제로 통합하고 현행 산업대학과 같이 수업연한과 재학연한을 제한하지 않고 직업과 직능에 따라 다양한 직업교육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다음에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관한법률을 통합한 (가칭)고등직업교육육성법을 제정해 일반대학과 대등한 수준의 정부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직업교육대학 재학생들에 대한 공평성과 형평성을 보장하고 고등직업교육을 육성·발전시켜 고등직업교육기관의 국제적 등가성과 통용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일반대학과 직업교육대학을 수업연한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인력양성 목적(일반대학 : 연구중심교육, 직업교육대학 : 직업교육)에 따라 구분하고 현재 일반대학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선진국형 고등교육체제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같은 선진국형 고등직업교육체제 구축은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통해 당면하고 있는 수많은 난제를 일소할 수 있는 방안임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 도래의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환경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주저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가의 위기를 해소하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혁신적인 차원에서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시급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