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 이은직 총장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다양한 정의와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은 나름대로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소는 물론 연구 장비 하나 구입하려 해도 쉽지 않은 것이 전문대학의 현 주소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거친 파고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쌓은 방파제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말입니다. 이러한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 우리 앞에 와 있는 시점에서 대학은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최근에 저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쓴 《호모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라는 두 권의 책에서 생존에 관한 조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면 《호모사피엔스》는 불과 수백만 년 전 맹수들의 먹잇감인 인간들이 어떻게 지구의 주인으로 거듭 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동물은 지금 이 순간 눈에 보이거나 과거에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지만 인간은 경험하지 않은 것과 경험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언어와 종교, 도시와 기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인간만의 창의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호모데우스》는 우리의 미래를 유전공학,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통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이 인류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변화되고 있는 인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문대학이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이를 선도하기 위해 4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기계와의 협업을 통해 기계 친화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주 환경이 뛰어난 곳에서 생활하거나 아니면 부모의 지원을 받은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지금 기술의 변화가 훗날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런 기술이 있는지, 그런 문화가 우리 앞에 와있는지 모르면서 나중에 사용할 수 없는 지식을 배우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기계와 친해지려면 교수들이 먼저 친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대학 단독으로 만드는 것은 리스크도 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대학이 산업현장, 더 나아가 대학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교수들에 대한 정체성을 재설정해야 합니다. 교수들에 대한 재교육, 새로운 교수 인재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바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술에 대한 체험과 이러한 기술과의 협력, 즉 활용을 통해서 우리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고, 유한한 우리의 자원을 공유해서 기술의 발전이 인류공동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기계와의 올바른 협력을 하는 학생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기계대체 불가능 분야 발굴과 인재 양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계의 발전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이 있습니다. 예컨대 텔레마케터, 세무대리인, 보험조정인, 스포츠 심판 등과 같은 직업이 대표적인 고위험 직업들입니다. 하지만 기계가 발전하면서 컴퓨터전문가, 인공지능 수리원, 데이터 소거원 등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습니다. 한편 세일즈(영업), 간호사와 같은 대인서비스 분야는 현재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기계와의 역할 분담은 있겠지만 존재할 것입니다. 대학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해 학과를 재편하고 새로운 인재상을 만들어 질 좋은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 조직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립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조직 내에 미래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을 지원해 이러한 변화에 실질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창업입니다. 산업사회 시대에는 모든 것이 중앙집권화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를 공급하려면 발전소를 세워야 하고 발전소를 세우는데 많은 자금이 소요됩니다. 생산을 하려면 생산수단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는 것에는 많이 자금이 필요하고, 판매를 하려면 광고나 홍보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가내수공업 형태와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창업을 하거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IT와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공간과 지역, 생산 수단 등의 제약을 극복하게 했습니다. 창업의 3요소는 흔히 창업자, 아이템, 자본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우리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열정만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본이 모이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생산 수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좋은 아이템(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면 자본을 모으는 방법도 간단해지고 편리해졌습니다. 누구나 자택에서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창업교육을 교양필수로 모두가 배우게 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한편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은퇴를 하고도 생활해야 하는 삶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대기업의 평균 퇴직 연령이 40대 후반이고 중소기업이 50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이미 100세 시대입니다. 50대 초반에 직장에서 은퇴를 당하게 되면 100세까지 40년 이상 수명이 남아 있습니다. 평생교육 시대라고 하지만 지금의 평생교육은 취미나 배우는 정도입니다. 스스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창업을 보편화할 때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전문대학이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지역에 지식의 공급자로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역 사회기관, 산업체와 연계해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창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안해 시대의 트렌드에 사회가 맞춰갈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합니다.

마지막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 함양입니다. 인간생태학을 연구하는 칼 필레머 코넬대 교수가 2004년부터 진행한 인류유산프로젝트에서 65세 이상 노인 1500명을 대상으로 삶에 대한 지혜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는데 ‘당신의 삶에서 가장 되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하는 점은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너무 많이 걱정하며 살 지 말 걸 그랬다.’입니다. 흔히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자신이 사는 곳이 지옥이라면 당장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이 경영을 공부한 사람의 입장에 보면 현명한 경영전략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없다면 지금 사는 곳에서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차선의 전략입니다. 

대학은 전문지식은 물론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나뉘고, 세대가 나뉘어 어떤 것이 정의인지 판단이 어려운 혼란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대학은 학생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너무 먼 미래보다 매일매일 열심히 성실히 살면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