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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성희롱’ 줄줄이…눈 감는 대학·손 놓는 교육부명예훼손과 모욕죄 외 형사상 처벌 불가능
이하은 기자  |  truth0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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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21: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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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연이어 터지는데 관련 규정 없는 대학
실태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제시간에 잠든 적이 없다. 새벽 6시까지 뜬 눈으로 지샌다. 성희롱 가해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에 손이 떨리고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대학가에서 단체카카오톡방(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에서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징계 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관련 통계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줄줄이 논란이 된 온라인상 성희롱은 형사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어 1차적으로 대학과 교육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징계규정 부재…솜방망이 처벌 및 2차 피해 발생 우려= 대부분 대학에는 성희롱 관련 징계규정이 없다. 신속한 조치와 적절한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2차 피해와 가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실질적인 징계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홍익대에 붙은 단톡방 성희롱 폭로 대자보.

지난 11월에 홍익대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터지자, 학교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자 상당수가 군 복무 중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며 손을 놓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복학할 가해자와 마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고려대에서는 남학생 8명이 단톡방에서 1년간 여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가해자들은 ‘새따(새내기 따먹기) 해야 하는데’ ‘술집 가서 X나 먹이고 자취방 데려와’ 등 성범죄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서야 학교가 내린 징계는 정학 2~5개월 또는 사회봉사 24시간 등이었다. 피해자대책위는 “대부분 가해자가 휴학 중이거나 군대에 갔다. 따라서 최대 5개월 정학이라고 해도 사실상 징계를 받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징계를 내리기 전에 졸업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국민대에서는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이 별로니 XXX하자’ ‘OO대 갈 바에는 우리 가게 와서 몸 팔아라’ 등의 발언이 공개됐다. 당시 단톡방에는 32명이 속해 있었으나 징계는 6명만이 받았다. 2명은 무기정학을 받았으나, 졸업예정자였기 때문에 졸업함에 따라 처분 의미가 없어졌다. 이 대학 학보 보도에 따르면 학생지원팀은 “학칙에 성적위조를 제외하고는 졸업을 제한할 만한 조항이 없다”며 “학적부에는 무기정학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대는 지난해 8월 여학생의 사진을 몰래 찍어 올린 뒤 ‘과방으로 데려가라’ ‘못 참는다’ 등의 발언을 한 남학생들에게 성교육 이수 등의 조치를 내렸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건 경과 발표나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등이 이뤄지지 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한 후였다.

단톡방 성희롱 파문을 겪은 서울대는 "피해자들은 징계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총학생회 소속 위원회가 밝혔다. 인권센터가 조사와 심의를 맡지만, 징계는 학생처 담당이다. 학생처는 징계 대상자만 알기 때문에 최종 징계 결과를 피해자가 알기 어려운 것이다.

■ 기본 통계조차 없어…뒷짐 지는 교육부= 대부분의 학교는 양성평등센터나 인권센터에서 조사 후 징계위를 열 수 있지만 제적ㆍ정학ㆍ벌점 등 구체적인 처벌사항은 징계위 위원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기 때문에 일관된 규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실태 파악을 위한 기초근거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법적으로 모든 대학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990년에 제정된 연방법 ‘클러리법(Clery Act)’은 대학들이 의무적으로 성범죄를 포함한 학내 범죄사건을 조사하고 범죄통계를 정확히 기록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학내 성범죄 대처가 미흡한 대학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육부는 성범죄 통계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다. ‘징계는 학교의 몫’이라며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것이다. 

강월구 강릉원주대 초빙교수(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는 “각 대학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따르도록 간섭하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 범죄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 피해자 보호, 조사 방법, 징계 수위 등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성희롱을 형사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 관할부처인 교육부의 역할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희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성희롱을 법적으로 처벌하자는 성폭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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