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신성대학교 산학협력처·단장

최근 직업계 고교생의 현장실습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조기취업’ 형태로 한 학기 동안 운영되는 근로형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정해진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등을 하는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만 허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제는 현장실습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작년 여름 대학가에도 현장실습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대학생의 열정페이 문제로 정부는 현장실습 전 기업에 임금 지급을 적시하도록 해 이미 근로 형태의 현장실습임을 인정했다.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이라면 기업은 교육시키고 비용을 지불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이 현장실습 업체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현장실습이 가능한 양질의 기업체를 발굴해 현장실습의 토대를 마련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은 채 대학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와 무관치 않다. 오히려 정부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 대학이 도드라지게 나선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업이 현장실습 비용을 지원받고,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을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한다면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은 가능하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넘어선 제도적인 시스템 구축이 선결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과 기업의 전담 조직과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 학과와 전공별 특성에 따라 현장실습 기업체를 발굴해 그룹화하고 기업별 현장실습 전담멘토를 지정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Job shadowing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장실습 배치 전 직 무형태에 따라 기업체를 분류하고 단기간 학생들에게 직무탐색 기회를 제공해 직업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 주도의 기업체 선택과 능동적인 현장실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대학과 기업이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현장실습생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의 일방통행식 학생 배치는 기업에 전공과 무관한 근로 형태의 현장실습을 조장할 뿐이다. 올해 교육부가 추진하는 LINC+ 학과중점형사업은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취업 협약업체가 현장실습에 참여함으로써 학습 형태의 현장실습과 취업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우수한 프로그램이다.

셋째,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기업이 현장실습 비용을 공동으로 분담하되, 정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직업교육은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담당하지만 현장실습생이 숙련기술자로서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정부는 고등직업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 수립과 아울러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독일과 스위스처럼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원화된 직업교육의 운영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나, 정부의 적은 개입으로도 토대를 만들 수 있다. 큰 틀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도 경력직ㆍ숙련인재 채용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의지가 강한 청년인재를 채용애 직접 가르쳐서 활용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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