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 우물 15년 POSTECH 국종성 교수 연구진

“엘니뇨가 아마존 가뭄을 일으키고 온난화 악화한다”
“지구온난화, 북미 곡물 흉년, 아프리카 내전 일으켜”

▲ 왼쪽부터 국종성 교수, 김진수 대학원생.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오늘 출근길은 춥겠습니다.” 요새 아침 뉴스 첫머리에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지난 3일 기상청은 1월에는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맑고 건조한 날이 많겠다고 예보했다. 기온이 평년(–1.6~-0.4도)보다 낮은 날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30일 중 12일은 평년보다 더 춥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한파도 지구온난화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세상이 이렇게 추워지는데 ‘온난화’가 맞는 것인지 의심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포항공대(POSTECH, 총장 김도연) 환경공학과의 국종성 교수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지구온난화에 의해 일어난다는 연관성을 앞장서서 밝혀오고 있다. 국 교수는 기후변화를 연구한 2003년부터 15년이 지나는 동안 “기후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5일 POSTECH에 따르면, 국종성 교수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일어나는 엘니뇨(El Niño,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현상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가뭄을 가속화한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처음 밝혀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지에 최근 발표했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따뜻한 해수가 갇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 폭우와 폭설 또는 가뭄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 국종성 교수 연구진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지면-대기 수송량. 현재(파랑)보다 미래(빨강)이 훨씬 아래에 있는데, 이는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육지로부터 대기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됨을 의미한다.(왼쪽). 오른쪽 그래프의 회색영역은 95% 오차범위 통계 결과. 10월을 제외하고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자료=POSTECH/국종성 교수 연구실)

연구진이 온실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미래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는 사뭇 달랐다. 토양의 수분이 줄어들면서 엘니뇨로 인해 육지의 온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 이와 함께 육상에서 대기로 지금보다 44%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대기에 늘어난 온실 가스는 엘니뇨와 같은 현상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이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다음은 1저자 김진수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국종성 교수와의 일문일답.

- 이번 연구에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김진수) “앞서 북극이 따뜻해지면 북미 지역에 한파가 발생하고, 식물이 봄철에 냉해를 입어 미국의 곡물 생산량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작년 7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낸 적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뭄을 야기해서 온실가스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현상이다. 엘니뇨 때문에 아프리카에 내전을 일으킨다는 <네이처> 논문도 있다. 미래에 농업 기술이 발달해 곡물을 많이 공급해도, 엘니뇨가 심해지면 사회적인 피해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구에 나섰다.”

- 한반도도 올해 겨울은 더 춥다던데 이번 연구와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국종성) “아이러니하게도 북극이 더 따뜻해지면 한반도, 미국 등 중위도의 겨울이 더 추워진다. 지구온난화라는 게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기후를 공부하면서 보니 우리가 20년 전에 생각했던 겨울과 지금의 기후가 굉장히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올해 겨울도 눈이 내리지 않고 겨울은 추워졌다. 이번 연구와 같이 지구온난화가 추위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차츰차츰 이해해 가고 있다.”

- 향후에 연구하고 싶은 분야나 현상이 있다면.
(국종성)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일부는 바다에 흡수되고, 일부는 나무와 열대우림에 흡수돼 없어진다. 미래에도 과연 지금만큼 온실가스를 없앨 수 있을지 우리는 모른다. 먼저 어떻게 온실가스가 흡수되는지 알아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해양생태와 육상생태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기후변화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국종성 교수는 2014년 POSTECH 환경공학부에 교수로 임용됐다. 연차로만 보면 신진연구자지만, 기후변화로 한 우물만 판 지 올해로 15년째 된다. 1994년 서울대 대기과학과에 입학해 2003년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관악에 머물렀다. 이어 같은 대학 지구환경시스템연구센터에서 연구를 시작, 2008년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을 거쳐 포항으로 부임했다. 2015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수여하는 'APEC 과학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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