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교수’ 동등 대우해야 하는 HK교수 차별 논란

서울대 교원인사규정 상 전임교원과 HK교수 구분하고 있어
한국연구재단, 작년 해당 규정 차별 소지 있다며 시정 요청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서울대가 이르면 오는 6월 있을 총장 선거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제정한 가운데, 이 대학의 인문한국(HK) 교수들은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학 HK교수들은 전임교원과 마찬가지로 선거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 선거 참여 희망했으나 회피로 일관= 9일 서울대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학 HK교수들은 전체 전임교수의 20%가 참여해 총장 후보자를 평가하는 ‘정책평가단’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학에는 현재 5개 HK사업단에 HK교수 34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참여대학 중 최대 규모다. HK교수들에 따르면, 이들은 수차례 본부와 소속 연구소 소장들을 통해 선거 참여 의사를 밝혀 왔으나 돌아온 것은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었다.

실상 서울대는 HK교수의 총장 선거 참여 여부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4일 열린 서울대 평의원회 회의록에서도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인 A처장은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전임교원(교수)의 몇 %를 참여하도록 할지 여부만 논의했지, HK교수의 참여 여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K교수들은 직속 상급자인 원(소)장과 대학본부 교무과, 기획과 등 담당 부서에 참여 여부를 질의했으나 추가적 설명 없이 “이번 선거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HK연구원(소)장은 “(선거 참여는)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달 27일 서울대 법인 이사회가 제27대 총장 선출 과정의 골격을 정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을 의결할 때까지 HK 교수는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선거 참여 여부가 의제로 오르지도 못했다. 개교 이래 처음 학생과 부설학교 교원도 정책평가단에 참여하게 됐지만 HK교수는 예외가 된 것이다.

▲ 서울대 홈페이지 현황(snu.ac.kr/facts)에 나와 있는 교원 수 현황. HK교수들은 서울대가 앞선 언론보도에서 전임교원의 30%를 630명으로 제시했다면서 이들을 선거에서 포함시킬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HK교수를 합하면 30%는 640명이 된다.

■ 아직 확정 아니라지만 사실상 ‘배제’= 서울대 핵심 관계자들에게 HK교수가 총장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들은 책임을 내달 구성되는 총추위에 돌리면서도 에둘러서 HK교수들이 전임교수가 아니라고 표현했다.

A 처장은 “이런 문제는 종국적으로 총추위에서 결정할 정무적 사안”이라면서도 “HK교수는 2014년 선거에도 정책평가단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을 참고하라”고 했다. 또 서울대 교원인사규정을 언급하면서 “전임교원과 HK교수를 서울대는 따로 구분하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의 설명대로 정책평가단에 참여할 교수들을 지정하는 권한은 총추위가 갖고 있다. 하지만 인사규정처럼 자격조건이 HK교수가 아닌 전임교수로 제한된다면 이들이 향후에라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는 셈이다.

HK 교수들은 당초부터 이들이 총장 선거에서 배제됐다는 정황 근거도 제시했다. 서울대 자료에 따르면 HK, BK, 기금교원을 제외한 전임교원은 총 2104명(작년 4월 1일 기준)이다. 선거 규정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는 정책평가단에 참여하는 전임교원이 30%라고 가정했을 시 631명을 제시했다. 이는 2104명의 30%에 해당한다. 만약 전임교원에 HK교수(당시 32명)를 합했다면 30%는 640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내 거버넌스에서도 HK교수들은 '타자'로 취급된다. 평의원회는 대학(원)별 교수회가 선출한 교수 44명과 직원 4명, 의장이 위촉한 교직원 2명으로 구성되나 이 중 HK교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협의회 회원도 아니다. 때문에 HK교수들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기구가 없어 연구소장을 통해 건의사항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HK교수는 전임교원 아니라는 인사규정도 논란= 이 같은 해석을 낳은 인사규정조차도 HK사업의 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대가 한국연구재단과 협약을 체결하며 처우를 동일직급 전임교원과 동일하게 하기로 '인문한국사업 관리지침'에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는 사업 시행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해당 인사규정의 시정을 요청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교원인사규정을 보면, 2조 1항은 ‘전임교원(교원)은 교수, 부교수, 조교수로 구분한다’고 돼 있으며 이어 2항에 ‘인문한국(HK)교원을 두고, 교수, 부교수, 조교수(각각 HK교원)로 구분한다’고 돼 있다. 규정을 담당하는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HK교수가 전임교원과는 다른 별도의 존재라고 설명했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대의 ‘2017 HK사업 규정이행평가 의견서’를 보면, 한국연구재단은 이 인사규정을 언급하며 “HK교수를 전임교원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분(직위)상 차등이 있다. 전임교원과의 형평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교원과의 형평성 유지를 위한 규정 제·개정과 기타 학교 지원 노력이 요청된다”고 서울대에 당부했다.

▲ 본지가 입수한 지난해 서울대 HK연구소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의 '규정이행평가 의견서' 중 일부.

이 인사규정은 현행 서울대 관련 학칙과도 어긋난다. ‘서울대 인문한국(HK)교원 임용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교원인사규정과 달리 4조(임무 및 복무), 9조(처우, 상벌, 징계, 면직 등) 등에서 ‘전임교원에 적용되는 해당 법규 및 규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서울대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적에 차별적인 대우를 하지도, 그럴 의도도 없다는 소명을 이미 마쳤다는 입장이다. 규정을 달리한 것은 전임교원으로 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년을 보장하고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한국연구재단은 HK사업 협약 당시 HK교수들에게 정년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지, 전임교원으로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한 적이 없다. 설령 전임교원으로 인정하려 해도 교육부에서 교원 인원을 배정해주지 않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대 HK 교수는 “HK교원이 전임교원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장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서울대 HK교원이 겪고 있는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맞서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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