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명직업교육대학]기술직업교육도 합치면 더 강하다 – 국립가오슝(高雄)과학기술대학
[해외유명직업교육대학]기술직업교육도 합치면 더 강하다 – 국립가오슝(高雄)과학기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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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윤 인덕대학교 교수

3개 과기대학 통합, 세계적 기술직업교육기관으로 부상

▲ 오부윤 교수

산학협력을 통한 전문기술인 양성과 지역의 기술산업 발전에 기여한 대만 과학기술대학들은 정부와 대학, 산업체들이 갈망했던 1차 목표를 달성하고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

올해 2월 1일 대만 교육부는 가오슝(高雄) 지역의 3개 국립과학기술대학을 통합한 ‘국립가오슝과기대학(國立高雄科技大學)’ 출범을 공식 선포하고 올해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했다. 행정원과 교육부, 가오슝시정부가 주도하고 3개 대학 교직원 및 재학생, 동문들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통합의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는 무려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이처럼 오랜 시간 소통과 논의가 필요했던 것은 3개 대학 모두 특성화 과학기술대학으로 지역에서는 이미 오랜 역사와 함께 단단한 교육 입지를 점하고 있어 서로 주도권 장악을 위한 논쟁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도 모두 관할 국립대학이었지만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학령 인구 절벽(少子化)’의 위기를 모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 남부의 대표 도시 가오슝(高雄)은 우리의 부산에 견줄 수 있는 대만의 제2도시로 80년대까지만 해도 원양수산, 해양물류, 수출입 항구 도시로 번창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과의 해협양안(海峽兩岸) 정치적 관계로 부흥 산업들이 침체되면서 도시는 생기를 잃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280만명의 도시에 공사립 대학이 14개나 존재해 매년 모든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 한계와 대학 재정 운영에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번 3개 대학의 통합에는 가오슝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도시 회생을 위해서는 젊은 동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수도 타이베이에 견줄 수 있는 명문대학 유치가 필요했다. 가오슝정부는 지역 산업과 환경을 고려해 일반대학보다 명문 과학기술대학 설립에 목적을 뒀다.

도시 회생을 위해 젊은 세대들이 운집하는 기술 연구 및 응용, 그리고 문화 창업 기반의 신성장 동력이 충만한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동문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다.

중앙 정부도 3개 대학 통합을 전제로 근 20년간 꽁꽁 묶어뒀던 보따리를 선물로 풀었다. 다름 아닌 이 지역 대학들이 모두 희원했던 ‘국립가오슝과기대학’ 명칭이다. ‘타이베이과기대학’처럼 이 지역에서 ‘가오슝과기대학’ 명칭 사용은 모든 과학기술대학들이 바라는 것이었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었다. 대만 언론들도 이번 과기대학들의 통합을 대만 교육역사의 대사(大事)라고 보도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뤘다.

통합 이전 3개 대학은 각각 과기대학으로서의 특색을 지니며 발전해왔다. 국립가오슝제일과기대학(國立高雄第一科技大學)은 창업, 재정금융, 산업재해방재, 외국어응용 분야에서 걸출한 업적을 갖고 있었으며, 국립가오슝응용과기대학(國立高雄應用科技大學)은 정밀기계, 토목, 화공, 전기전자 분야에서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특성화 대학이었다. 국립가오슝해양과기대학(國立高雄海洋科技大學)은 해양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대만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이번 ‘국립가오슝과기대학((國立高雄科技大學)’으로 통합됨으로써 이 대학은 재학생 2만8000명과 동문 16만명을 보유한 대만 최대의 과학기술대학이 됐다.

대만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이처럼 일반대학이 아닌 과학기술대학을 통합하는 데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인 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기술직업교육의 규모를 일반 대학에 견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대만 정부는 일반 대학 교육과 기술직업교육을 동등한 지위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학생 입학 정원, 재정 규모에 있어서는 일반 대학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규모가 작은 과기대학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 등 국고 지원금이 많지 않아 산학협력이나 동문들의 기금, 해외 유학생 모집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3개 대학의 통합은 재학생 규모 뿐만 아니라 교수와 대학원 과정 학생들의 연구 기반 확충,

이를 통한 국고 지원 프로젝트 유치 확대 등 대학에 가져다주는 플러스 요인이 많다. 재학생규모만 보더라도 2만8000명으로 이는 대만을 대표하는 국립대만대학의 학생 정원과 거의 맞먹는 숫자다. 고등 기술직업교육기관으로만 놓고 보면 가히 세계적 규모라 할 수 있다.

10년 이상 과학기술대학으로 인가받아 각자 특색 있게 발전해온 3개 대학들의 교육 품질이나 연구 업적 등은 뛰어나다. 국립가오슝해양과기대는 대만 최고의 해양대학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가오슝제일과기대는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대만 내 상위에 랭크되는 대학으로 연구 논문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다. 가오슝응용과기대는 이공계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국내에서 단단한 입지를 지니고 있었다. 이처럼 특색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의 통합으로 명실상부한 종합 과학기술대학으로 재탄생하게 됐으며, 신입생 모집, 대학 재정 위기 등 현안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통합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정부는 이를 계기로 지방에 특색 있는 대학교육특구를 조성해 지방 경제 문화 활성화를 뒷받침해 주려는 구상도 엿볼 수 있다. 보도에 의하면 대만 정부는 지방 공사립 대학에 대한 7개의 통합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했다.

▲ 국립가오슝과학기술대학 교명 현판식 (사진=국립가오슝과학기술대학)

둘째, 대만 기술직업교육, 기술 연구 개발 및 응용 능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지원책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의 과학기술대학들은 기술직업인 양성과 기술 연구 개발 및 응용을 일관된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후자는 일반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오직 과학기술대학들만의 특권이자 책임이다. 때문에 모든 과학기술대학들은 일반대학처럼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과기대학들이 이 두 가지 목적을 원만히 달성하도록 지도 감독하는 데 있다.

출범한 지 20여 년을 맞이하고 있는 과기대학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산학연계 직업교육프로그램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일부 대학들은 직업교육 역량과 기술 연구 수준을 QS 순위로 공개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러한 직업교육의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자신감을 얻은 과학기술대학들은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을 통해 기술직업교육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향남(向南)’으로 통칭하는 이 사업의 주요 무대는 동남아시아다. 많은 대학들은 이미 프랜차이즈 형식이나 현지 대학 설립 등 다양한 형태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에까지 진출해 있다. 윈린과기대학(雲林科技大學)의 경우는 9종 외국어로 대학과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할 정도로 ‘Made in TAIWAN’의 직업교육은 이제 국가 브랜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또한 기술 연구 중심의 과기대학의 특징은 산업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산학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이유, 석·박사 과정과 재직자를 위한 야간과정이 활성화돼 있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산학협력 기술 개발 지원이나 대학이 보유한 특허권의 시제품화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원했던 과기대학 육성 방안, 산학협력의 롤모델 제시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가오슝 3개 과기대학의 통합은 과기대학들이 각자 보유한 교육 및 연구 개발 능력을 집적화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 대학들도 이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통합으로 인해 국고가 증가하면 시설 및 기자재가 확충되고, 인접 학문 및 기술과의 융합도 용이해 연구 환경이 대대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지방 도시 회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대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중심의 인구 유입 및 집중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지방 도시들은 생기를 잃고 있다. 남부 가오슝 지역은 매우 심각하다. 이번 과기대학 통합으로 중앙 정부는 교육을 통한 도시 기능의 분산과 국토의 균형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지역을 기술 연구 개발 및 응용의 특색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가오슝정부도 이를 도시 회생의 기회로 삼으려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3만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상주함으로써 이에 따른 소비, 거주, 교통 관련 산업이 번창할 것이며, 또한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면 기업과 창업자 유치도 용이해 청년 상주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되면 타이베이 대만대학 부근의 공관(公館)이나 타이중 펑지아(逢甲) 대학가처럼 대학 문화 거리가 조성돼 지역 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가오슝시 정부는 기존 3개 대학의 핵심 지역을 교육특구로 지정함과 동시에 그 주변에는 쇼핑, 관광, 미디어, 과학기술, 청년 창업이 운집하는 청년문화거리를 조성해 대만 남부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관광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원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대만의 과학기술대학은 전문기술인재 양성, 지역 산업체에 대한 기술 개발 지원을 넘어 국토의 균형 발전과 도시 회생의 주역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대만 정부의 기술직업 교육 육성 정책을 보면 과기대학의 기능과 역할도 확대 정의해야 할 것 같다.

대만 정부의 이 같은 통 큰 책략과 결단은 과학기술대학의 성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기술직업교육에 대한 일관된 철학과 지원 의지, 그리고 과학기술대학들의 의무 완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오슝과학기술대학’ 명칭을 정부의 선물로 내려 3개 대학 통합을 이끌어내는 과정만 보더라도 대만 정부의 기술직업교육과 과학기술대학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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