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강사법 개선안 발표…임금 관련 규정, 임용 규정 등 논란
전문대학 “행‧재정 부담 대폭 증가, 개선안 수용 어렵다”
“왜 미리 강사 처우개선 나서지 못했나” 자조적 시선도

▲ 지난 7월 열린 강사법 공청회에서 전문대교협 관계자들이 예산 확보 등 실질적 방안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3일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강사법 개선안을 발표했다. 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 1년 이상 임용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이 포함된 개선안에 대학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특수성과 교육 방향, 재정 여건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강사법에 거센 비판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문대학들은 강사법 개선안 도입 시 추가 예산 소요와 행정부담 증가, 강사 확보의 어려움 등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또 결국 강사법 개선안 시행으로 교수와 강사, 학생이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간강사 처우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했던 만큼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개선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전문대, ‘예산 비상’ = 강사법 개선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방학 중 임급 지급 △퇴직금 지급 △건강보험 적용 △연구 공간 제공 등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전문대학들은 등록금 수입 감소와 경상비 증가로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강사법 개선안으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예상된다며 개선안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14일 ‘강사제도 도입(강사법 개선안)에 대한 전문대학 의견서’를 내고 “전문대학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10년간 지속적인 등록금 동결, 입학정원 감축에 따라 등록금 수입 감소, 대학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의 구성비가 매년 증가해 등록금 대비 61%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문대교협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개선안에 따른 추가 소요예산 추정액은 총 736억원이다. 이는 방학 중 임금 지급과 건강보험료, 퇴직금 등을 포함한 비용으로, 전문대교협은 “강사료가 5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총 639억5000만원의 강의료 추가 예산뿐만 아니라 인상분에 대해 방학 중 임금 및 보험료, 퇴직금 등에서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비, 장학금을 매년 늘리는 등 교육비 환원율은 163.9%까지 높아져 대학의 재정여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강사법 개선안은) 감당할 수 없는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예산 지원책은 미비해 부담은 오롯이 대학에만 지워진 상황이다. 7월 13일 열린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개선안 공청회에서 오양현 순천제일대학교 교무처장은 “대학과 강사에 대한 지원 예산확보나 재정지원에 대한 대책은 없으면서, 강사들에 대한 요구를 대학 측에 모두 넘겨버려 대학 재정에 또 다른 부담을 주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예산확보 및 재정지원의 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예산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이번 개선안에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들어있지 않아 향후 지원 방안 마련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서 강사법 관련 예산은 지원 근거 부족을 이유로 전액 삭감된 상황이다.

이에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관계자는 “지원 근거가 없어 예산이 삭감됐다면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지원 예산 확보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협의회 및 전문대학 관계자 전체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 학사운영도 ‘난감’…“직업교육 특성 반영 안됐다” = 강사 임용절차 규정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강사법 개선안에 따르면 강사의 1년 이상 임용을 보장하고 신규임용을 포함한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에 직업교육의 특성상 산업 환경과 수요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전문대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현재 전문대들은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산업체 재직자를 겸임·초빙교수로 임명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학문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할 경우 산업 변화에 따른 유연한 강사 임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산업체 재직 강사 확보 자체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겸임·초빙교수들에게도 1년간 임용 기간이 정해진 것이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해 향후에는 겸임·초빙교수 직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대학 학사운영 관계자 A씨는 “강사법 개선안을 보고 우리 대학 겸임교수들이 먼저 ‘법이 바뀌면 회사 눈치가 보여 강단에 설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1주일에 6시간씩 1년간, 심지어 재임용이 될 경우 3년간 출강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사에게 교원과 동일하게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도록 한 것 역시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교내 상시 근무를 하게 돼 있는 정교수와 달리 강사들은 강시 시수도 교수들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사법 개선안을 준수하려면 강사들을 관리하기 위한 전담 직원이 추가로 필요할 만큼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전문대학 학사운영 관계자 B씨는 “최저임금 문제, 연구실 문제, 규정에 따른 강사 임용, 평가를 통한 재임용 절차 처리 등 강사 관련 대응해야 할 문제가 많아 이 문제만 전담할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강사법 개선안 시행 및 예산 배정을 요구하며 19일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모습.(사진 = 한명섭 기자)

■ 강사법 대응 ‘응급처치’… 교수‧강사‧학생에 고통 떠넘기나 = 강사법 개선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대학들은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학들은 강사법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전문대학들에서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전임교수의 책임 시수 확대 △온라인 과정 확대 △강의 전담 교원 활용 △졸업학점 축소 △1학점 1시수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임교수가 담당하는 과목이 늘고 졸업학점 축소 등으로 수업이 줄어드는 등의 몇몇 조치들은 실행될 경우 결국 교육의 질 저하와 학생들의 학습기회 축소, 강사들의 입지 축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대에서는 강사가 현장 중심의 교육을 위해 투입되는 만큼 강사의 입지 축소가 곧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 약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들이 강사법으로 인한 부담을 학생 및 교수, 강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 내에서는 먼저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 C씨는 “전임교수도 중요하지만 시간강사가 없으면 대학이 유지될 수 없다”며 “학교들도 강사들을 위한 제도 마련을 시급히 했어야 했다. 여태까지 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도적인 방법을 통해서든 대학 스스로의 노력으로든 강사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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