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지속가능한 선취업 후학습 정책의 해법
[수요논단]지속가능한 선취업 후학습 정책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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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기획조정처장
이정표 기획조정처장
이정표 기획조정처장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취업 후학습’ 정책도 청년 일자리 대책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3년 이상 취업한 재직자에 대해 특별전형으로 대학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이 정책은 2010년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시작된 선취업 후진학 정책으로 연속 3대 정부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그만큼 장기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나 능력중심사회, 평생학습사회 실현이 정부의 숙원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선취업 후학습 정책이 지속 유지될 만큼 실효성이나 성과가 있었는가. 과연 4차 산업혁명, 평생학습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중장기적 인재 양성의 접근 틀로서 지속가능한 정책인가. 이 정책은 정부의 직업교육 철학과 인재양성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국책연구소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최근 10여 년간 취업 중심의 특성화고 정책으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점을 지적하고 선취업 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 결과에 따르면, 2015년도 한국 직업계고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9년도에 비해 수학은 5%에서 15%, 과학은 3%에서 9%로 증가했다. 한국의 직업계고 수학과 과학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일본과 독일에 비해 확연히 높다. 선취업 정책을 벤치마킹했던 독일은 우리와 달리 그동안 기초학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결국 평생학습사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고교단계 모든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력과 사고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충실한 학습역량을 강화시켜 줘야 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고숙련 전문가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선취업 후학습 정책의 성과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2013)’ 결과를 보면, 한국은 21개 OECD 국가 중 노동시장에서 숙련(skill) 활용이 가장 낮은 국가다. 저숙련자의 숙련 활용 수준이 가장 낮고 기업은 숙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현 직장 근속연수는 최하위 국가이며 가장 높은 이직률, 가장 낮은 직무만족률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2015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IMD의 한국인재경쟁력 지수가 63개국 중 39위로 2015년 32위에서 3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 고리는 숙련 수요가 요구되는 일자리의 질 제고와 숙련형성을 위한 교육훈련의 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저숙련자를 양산하는 선취업 위주의 직업계고 교육정책이 변화돼야 함을 시사한다.

그럼 과연 고역량, 고숙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선취업 후학습 정책의 해법은 무엇일까. 20여 년 전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가 선포했듯이 직업교육의 핵심축을 직업계고가 아닌 전문대학 수준으로 전환해 선취업 후학습 정책의 타깃그룹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일찍이 장기청년실업 문제와 대학진학에 대한 요구, 평생학습사회 구축 필요성을 절감했던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이 직업계고 수준이 아닌 고등직업교육개혁을 통해 대응해 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취업 후학습 정책이 시작되면서 전문대학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학진학자 중 약 33%의 학생이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전문대학에 진학하지만 전문대학은 선취업과 후학습 사이에 끼어 어떤 역할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졸 선취업의 유인책으로 일반대학의 참여를 유도해 오히려 학력사회, 학벌사회를 부추기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문제, 무조건 대학진학, 스펙에의 올인 등을 극복하는 매력적 정책이라고 언론에 박수를 보내는 학자들조차 전문대학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고등직업교육중심기관인 전문대학 패싱으로는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의 해법을 찾기 어렵고 능력중심사회, 평생학습사회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졸 취업의 저숙련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숙련 형성과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본질을 회복하고 고도화된 직업교육이 가능하도록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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