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세이] 점수보다 인생을 아끼자
[진로에세이] 점수보다 인생을 아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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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교사
배상기 교사

학부모와 학생들은 점수에 너무 목말라하고 있으며 점수를 너무 아까워하고 있는 것 같다. 점수를 많이 따고 점수를 절약해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전략은 훌륭한 전략이다. 그러나 점수 이전에 다른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아이와 아이의 인생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점수화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점수는 아이의 인생을 위해서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22일에 필자는 서울시 교육청 진학지도 지원단으로 2019 대입 정시 상담을 했다. 아침부터 7명의 상담자와 상담을 했다. 이렇게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학생이나 부모들이 모두 점수를 너무 아까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적은 점수라도 낭비하지 않고 정확하게 계산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었다.

한 어머니가 혼자 상담을 오셨다. 자녀는 삼수했기에 반드시 대학에 진학시키고자 대학 목록까지 적어오셨다. 그 학생의 성적으로 가능한 듯 보여도 변환 표준점수와 과목별 반영 비율을 적용하니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학과를 바꿔서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 어머니가 바꾼 학과는 각 대학에서 가장 낮은 합격권이 예상되는 학과들이었는데 전혀 일관성이 없었다. 자녀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도 아니었다. 나도 아이들을 키워 본 입장에서, 그런 선택을 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가 됐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은 자녀를 행복한 인생으로 인도하기보다는 힘든 여정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 어머니는 무시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은 자기가 원한 대학의 학과에 진학한 후에도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합격만을 위해서 점수에 맞춘 대학의 전공 선택은 더 큰 갈등을 일으킨다. 가끔은 이런 갈등과 번민으로 통찰력과 경험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갈등과 번민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자신의 길을 찾고자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기에 대학 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늘 공부하고 싶은 전공은 머리와 가슴에 있는데, 몸은 전혀 엉뚱한 것을 배우는 강의실에 있는 모습은 좌절과 번민, 갈등으로 일상화됐다. 좀 더 낮은 대학이라도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더라면 이러한 갈등과 좌절, 그리고 시간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후회로 4년을 보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점수에 매우 민감하다. 재학생들은 내신 점수에 관련된 것들이 최고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고3 학생이나 재수생들은 수능점수에 민감해, 단 0.01점이라도 손해 보지 않는 입학 전략을 짜려고 노력한다. 즉 대학 진학에만 모든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점수보다 더 중요한 인생을 위해서 점수를 희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점수를 위해서는 많은 것을 희생하고자 하는 것 같다.

점수를 추구하고 아끼는 전략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다만 앞으로 자녀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점수가 최고의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점수에 맞춘 대학 이름 때문에 원하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하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불필요한 갈등과 좌절을 맛보게 하기보다 대학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필자와 상담하고 돌아가는 삼수생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어머니, 점수가 아까우세요? 점수를 너무 아끼지 마세요. 어머니께서 아까워하는 그 점수 때문에 자녀의 인생을 아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점수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와 자녀의 인생을 아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부모들이 아껴야 하는 것은, 자녀의 점수보다 자녀와 자녀의 인생이다.

그것은 자녀가 갈 대학의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역량을 키우는 데에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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