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세이]교과서를 읽자, 제대로 읽자
[진로에세이]교과서를 읽자, 제대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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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이제 3월 말,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한 시기이자, 수업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자신감을 잃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부가 어려워질 때 교과서를 제대로 읽는다면 그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필자가 경험한 학생들의 교과서 이해도는 높지 않았다. 교과서의 문맥이나 용어의 정의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교과서의 핵심적인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라고 하면, 학급에서 절반 정도의 학생만이 겨우 하는 정도였다. 요약한 내용을 옆에 앉은 친구에게 설명한 후에 발표하라고 하면, 제대로 하는 학생은 다섯 손가락을 넘지 못했다.

교과서를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는 고등학생들이 많다. 그렇기에 교과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니 수업이 재미없고 어렵다. 문제만 풀면 되지 왜 이렇게 교과서를 이해해야 하느냐고 불평하는 학생들도 있다. 심지어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선생님이 대신 요약해 달라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 사교육에 의지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로봇은 도쿄 대학에 갈 수 있는가?'라는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인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그의 저서 《대학에 가는 AI,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에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중학생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그리고 고등학생 열 명 중 세 명 가까이가 간단한 문장조차도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서 교과서를 제대로 읽도록 가르치는 것이 그 어느 교육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모든 과목의 중학교 교과서를 읽을 수 있고, 그 내용을 확실히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반복과 주입식으로 길러진 능력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먼저 대체 되기에,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제대로 읽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최소한의 생존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2014년에 OECD 22개 회원국의 국민 15만 명을 대상으로 실질 문맹률을 조사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실질 문맹률이 22개국 중에서 3위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중장년층 상당수가 전자제품 설명서나 약 사용법 같은 간단한 글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 보면, 많은 고등학생들이 간단한 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대학에 진학해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필자는 고등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라고 강조한다. 교과서를 읽고 밑줄을 치며, 교과서 내용을 노트에 요약해 옮겨 적고, 옆에 앉은 친구에게 설명하라고 한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점차 교과서의 문맥을 이해하게 되고 나름 논리를 갖추어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어떤 학생은 교과서 관련 내용을 질문하고, 또 어떤 학생은 다른 참고 자료들을 찾아서 연결해 지식의 틀을 형성해 가기도 한다. 자기주도학습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등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몇 년 전에 필자와 함께 근무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수학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교과서의 문제나 제대로 이해하고 풀었으면 좋겠어요.” 고3 담임으로 진학지도를 하면서, 학생들이 교과서를 멀리하고 어려운 수능연계교재나 어려운 문제집만을 고집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한 소리였다.

교과서를 읽어야 하는 과목은 모든 과목이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변하는 시대에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 그것도 꼼꼼하게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부의 첫걸음이자,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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