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기독교인인 안규철 안산대학교 총장은 지금의 총장직에 오른 것 역시 하나님의 뜻이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안산대학교에서만 23년간 재직하며 누구보다 대학의 상황을 잘 알게 됐던 만큼, 안산대학교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이끌며 AI가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일하는 전문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이를 두고 자신을 이곳에 세우셨으니 책임져달라는 기도를 하던 안규철 총장은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것인지 지난 2월 총장에 취임하게 됐다.

안 총장은 2월 취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창의‧융합 기반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 실무형 교육체제를 구축하겠다”며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자원관리 시스템을 통해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전문대학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지만 해법이 까다로운 문제들이다. 안 총장은 어떤 지혜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자 할까. 이에 대한 답을 듣고자 지난 3일 안산대학교를 찾았다.

-LG정보통신연구소, 한국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연구를 한 경험이 눈에 띈다.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칠 당시, 박사학위 과정에 바로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학은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을 만들고 실현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현장은 모르고 학교에서만 연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업체에 입사하기로 결심하고 대학원 때 전공이 광통신이었기에 당시 금성반도체주식회사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후에 LG정보통신주식회사, 에릭슨-LG로 사명이 변경됐다. 그리고 입사 후 안양연구소에 배치됐다. 입사 후 대학, 대학원에서 배우지 못했던 디지털 전송장치의 개념과 통신 네트워크, 광통신망과 시스템 등을 실무에서 접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경험했던 것은 나중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후 박사과정을 하면서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입사하게 됐다. 선배의 추천을 받은 것이었다. 공학 실무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그곳의 연구원들은 스포츠를 전공한 이들이었기에 공학 연구원은 없었다. 스포츠공학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때였다. 1994년에는 그곳에서 국민체력센터 개소를 위해 일하기도 했다. 선배 연구원과 함께 기초체력측정장치 6종을 개발하고, 이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서버로 전달하는 기기도 개발했다.”

-이후 1997년 안산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체육과학원에서 프로젝트 연구를 마무리하던 차에 안산대학교에서 교수를 초빙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전부터 교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전에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안산대학교에서 마침 내가 전공한 분야에서 교수를 채용한다기에 지원했다. 우리 대학이 ‘웰니스 글로컬 인재양성’ 특성화 대학이다. 웰니스 센터도 대학 내에 있는데, 체육과학연구원에서 개소했던 국민체력센터의 역할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어 우리 대학의 특성화 방향이 내 경력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안산대학교에서만 23년간 근무했다. 장기근속자로 수상하기도 했다.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사명이다. 사실 교수가 처음 됐을 때 교수들은 단지 학생들에게 지식만 가르치는 게 일반적이던 상황이었다. 교수법에 대한 개념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교육방법을 수정하고 교육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백한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한번쯤 대학 진학에 실패했거나 일반대에 가지 못한 패배감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대학에 입학하고 보자는 식으로 오는 학생들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전문대학에서는 기술과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설계하는 부분까지도 담당해야 한다. 특히 공학 분야로 오는 학생들은 ‘요즘 뜨는 분야네’ ‘취업이 잘 된다니 가볼까’하는 피상적인 생각을 갖고 입학했다가 배우는 교과목 내용도 어렵고 따라가기가 벅차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충 시간만 때우려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런 학생들을 지난 23년간 많이 봐 왔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목표의식을 세워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학과 교수님들과 다양한 시도들을 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을 변화시키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총장에 취임하면서 적응 잘 하고 목표의식이 명확한 학생보다는 부적응하고 목표의식이 불분명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기업에서의 경험이 미친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LG에 입사했을 때, LG그룹의 연수원인 ‘인화원’에서 받았던 신입사원 교육을 인성교육의 모델이라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곳에서 받았던 교육이 참 좋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협동심, 사회성, 기업문화와 예절, 창의성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었다. 할 수 있다면 대기업의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우리 대학 신입생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하고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랜 기간 전문대학에서 재직하면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평기위원, 컨설턴트로 활동한 바 있다. 전문대학 정책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전문대학은 학생들의 목표의식을 고취시켜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도 동반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인생목표를 세워주는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적인 문제도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하고 있다. 일반대에 비해 1인당 등록금이 학기당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일반대에 지원되는 금액에 비해 전문대학에 대한 국고 지원금은 대학 숫자나 학생 수를 감안해도 매우 적다. 전문대학은 실무 교육을 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전문대학을 졸업한 전문인재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 지원 정책은 대체로 일반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전문대학만의 특성을 갖춘 정부재정지원사업은 거의 없다. 정부가 전문대학의 특수성을 연구하고, 전문대학만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전문대에 특화된 재정지원사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대학 정책의 방향성이 정부가 바뀜에 따라 좌우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3년제 학과에 대한 산업체의 인식 문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문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산업연계성을 고려해 3년제 학과가 허가됐다. 3년제 학과도 이 당시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 그러나 4년제 학과의 졸업학점은 그 사이 줄어들어 이제는 3년제 학과나 4년제 학과의 졸업학점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산업체에서는 3년제 학생을 대우할 때 2년제 학과 졸업생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어 3년제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CT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대학의 교육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정보통신의 기능이 한층 중요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은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파생되고 발전된 기술로는 5G나 자율주행차를 들 수 있다. 이제 대학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핵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시대와 기술의 변화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미 이러한 기술의 변화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교육을 통해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적응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게도 해야 한다. 또한 전공의 경계는 무너질 것이다. 의료나 보건 분야에서도 학생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해 원하는 교보재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외국어 통번역도 AI가 할 것이고, 세무 분야도 사람보다는 기술,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빈도가 늘 것이다. 따라서 결국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먼저 사회의 변화를 인식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과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맞게 교육과정을 변경하고 관련한 새로운 분야로의 개척도 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사회변화에 대해 가르치고 ICT 기초교육을 통한 융합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전문대의 직업교육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 많은 직업군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날 것이라 많은 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일례로, 요즘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군이 새로 생긴 것처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직업군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직업군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학자들은 AI나 기계로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만 남고 다른 분야는 모두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계로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란 무엇일까? 이 부분이 앞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계가 할 수 없는, 기계가 쫓아오지 못할 분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에 의한 새로운 분야로의 개척을 해야 한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처럼 말이다.”

-‘재정 건전성 확보’는 안산대학교뿐 아니라 많은 대학이 당면한 과제다.
“정부는 2019년 신생아 출산율을 30만9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대학 입학 정원은 약 51만 명이다. 올해 태어난 신생아들이 모두 한국에 살면서 100% 생존한다고 가정하고, 대학 진학률을 70%로 계산하면 20년 후 대학 지원자 수는 21만 명가량 된다. 현재의 대학정원이 유지된다고 할 경우 약 30만 명의 정원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올해도 이미 100%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한 대학이 많이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 정부의 대책은 대학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정원 조정을 통해 입학정원도 줄이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소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문을 닫는 대학이 나올 것이다. 결국,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때를 맞았다. 대학들은 이제 스스로 문을 닫거나 타 대학과 합병을 하게 될 것이다. 혹은 단독 생존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각자도생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예측되는 와중에, 개별대학의 노력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란 정말 어렵다.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대학 재정의 절대적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 칼리지로서의 역할과 평생직업교육기관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앞으로 평생교육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도 평생교육 체제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고 관련 사항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세 번째는 유학생 유치다. 이미 미국이나 주요 선진국들은 유학생을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 우리나라도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외국인 유학생이 약 1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 계속 증가추세다. 다행히 K-Pop의 성공으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좋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유학생 유치는 자칫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놓아야 한다. 또한 대학도 이탈자가 없도록 유학생을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 대학 역시 앞으로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네 번째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대학발전기 금 유치다. 우리 대학은 이를 위해 발전기금 제공자에 대한 예우와 상호협력을 위한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이러한 이력이 안산대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안산에 살며 안산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다. 안산대학교는 최근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며 지역에서 인지도를 올렸지만, 여전히 대학이 가진 역사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교수로서 지역사회와 크고 작은 협력 관계를 갖고 있고, 나를 통해 안산대학교에 대해 알게 된 분들도 많다. 앞으로도 총장으로서 지역사회 활동을 이어나가는 한편,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주도해 안산대학교의 지역 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또 향후에는 다문화 인구에 대한 대학차원의 교육과 지원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기독교대학으로서 안산대학교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안산시와 유관 기관, 지역 커뮤니티 등과 협력이 필요할 때, 지역에서 활동한 나의 경력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산업 및 인구구조의 변화 등 전문대학을 둘러싼 교육환경은 불확실성이 크다. 이러한 시점에 안산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향후 대학을 어떻게 이끌고자 하는가.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 대학은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대학을 지향한다. 안산대학교는 기독교대학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지역과 국가에 선한 영향력으로 펼치는 대학이 될 것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혁신한다. 우리 대학도 혁명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혁명은 최고만, 실적만 추구하는 사회를 만든다. 사랑만 있고 혁명이 없어도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즉 안산대학교는 사랑과 혁명을 동시에 갖춘 대학이 될 것이다. 이게 나의 정책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직원들 간의 화합과 협력, 협치, 상생을 추구하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내부 구성원 간 협력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성원들을 동반자로 여기고 서비스의 정신으로 대학의 분위기를 이끌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대학의 정책과 계획을 실행할 것이다.”

■안규철 총장은…
인하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 박사를 했다. 이후 LG정보통신연구소와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1996년 안산대학교 디지털정보통신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23년간 근무했다. 디지털정보통신과 학과장, 산학협력처‧단장, 종합인력개발센터장, 정보산업기술연구소장. 융복합교육혁신센터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9년 2월 총장에 취임했다. 외부 활동으로는 한국통신학회 상임이사 및 산업기술위원회 위원장, 한국ITS 학회 특임이사, 한국산학협력학회 기획위원장, 스포츠과학기술포럼 분과장 등을 역임했고 안산시 정택자문위원회 위원장, 매니패스토 시민배심원단장, 법무부 법사랑위원회 위원, 상록경찰서 인권위원회 위원, 피해자멘토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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