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과학] 4월 과학의 달과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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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영국 시인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것이 잔인하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4월은 봄 내음, 봄 햇살이 가득한 아름다운 달이다. 대학가 캠퍼스의 봄도 한창 활기찰 때다. 3월 개강 후 1학기가 한창 무르익을 때 8주차가 되면 학부생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은 중간고사다. 공부가 즐거운 모범생들에게도 시험은 언제나 심적 부담의 대상이다. 올해의 경우는 4월 넷째주다. 사실 바로 그 주에는 가장 많은 과학행사들이 몰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4월 21일이 과학의 날,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4월은 과학의 달인데 대학생들에게는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5월이 가정의 달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4월이 과학의 달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과학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됐지만 여전히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고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인식이 크다. 과학의 달이 언제인지 잘 모른다는 것은 과학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4월이 과학의 달일까. 그것은 4월 21일이 과학의 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가 과학의 날을 제정하고 제1회 과학의 날 기념식을 연 것은 1968년이다.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 과학기술처가 탄생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과학의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올해는 52번째 과학의 날이다. 과학기술처는 오늘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이다. 과학기술처로 출범해 과학기술부로 승격됐고 참여정부 때는 부총리급 부처로 위상이 높아졌었다. MB정부 때는 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 정부 때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됐다. 과학기술과 ICT를 함께 관장하다보니 과학의 날과 정보통신의 날 행사는 통합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4월 22일에 제52회 과학의 날, 제64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1967년 4월 21일은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부처가 출범한 날이고 과학의 날이 정해진 근거가 되는 날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의 날은 훨씬 이전, 일제 강점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34년 4월 19일 김용관 선생 주도로 서울 YMCA에서 제1회 과학데이 행사가 개최됐다. 김용관은 일본 유학을 다녀온 공학자이자 민족운동가로 발명학회를 설립하고 최초의 과학잡지 과학조선을 발간한 선각자다.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했는데, 그것은 4월 19일이 진화론을 주창한 다윈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으며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다”라고 언급하며 의사 이태준, 기자 정덕준 등과 함께 과학자 김용관을 지목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 후 국가보훈처는 이들의 공적을 조사했지만 증거자료 불충분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 포상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용관 선생이 과학데이를 제정하고 일제강점기 과학대중화를 통해 민족운동에 참여했던 사실은 당시 신문기사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의 날을 정해 기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업적을 인정받을 만하다. 일제 강점기의 과학의 날은 4월 19일, 1960년대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과학의 날은 4월 21일이다. 어쨌거나 둘 다 4월인 것은 분명하며 그래서 4월 과학의 달은 더욱 의의가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4월 과학의 달이 되면 과학 글짓기대회, 과학상상화그리기 대회, 과학탐구대회 등에 참가하며 학생들은 과학의 꿈을 키운다. 그러다가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4월 과학의 달은 어느새 실종된다. 대학생들은 4월이 과학의 달이란 사실마저 까맣게 잊어버린다. 오늘날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어도 과학의 달만큼은 대학들도 과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대학 차원에서 추진하기가 어렵다면 이공계 단과대학들이라도 과학의 달 축제나 캠퍼스 내 과학대중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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