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효과 주범 vs 학생부종합전형 취지 적합 ‘팽팽’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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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입에서 평가 요소로 활용되는 자기소개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외부영향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변칙적인 방법을 통한 ‘편법 기재’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재 금지사항에 대한 대학별 판단 기준이 상이하고, 실질적 불이익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표절에 대해 소명·검증절차가 있지만, 검증 기간이 다르고 대학 간 교차 점검이나 최종 표절 판정이 어렵다는 지적도 더해졌다.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내에서도 자기소개서를 부모효과 등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하는 상황이어서 자기소개서 폐지 수순을 밟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5일 발표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자기소개서(자소서)와 교사추천서(추천서) 관련 편법 기재 및 표절이 주된 지적 사항 중 하나로 다뤄졌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학생의 학업역량 외적인 요인들은 자소서에 쓸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변칙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기재해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소서 관련 조사 대상이 된 수험생은 모두 17만6000여 명. 이 중 자소서·추천서에 기재 금지 사항을 적어 적발된 학생은 2019학년 기준 36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소서에서는 238건, 추천서에서는 128건이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자소서·추천서 기재금지 사항은 다양하며, 지속적인 확대 추세다. 기존 자소서에는 △공인 어학성적 △교과 관련 교외 수상 실적 △해외 어학연수 등의 사항을 일체 기재할 수 없었다. 2019학년에는 출신고교나 부모의 실명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비롯해 △발명 특허 △논문·도서 출간 △해외 활동 △인증 취득 등의 내용도 기재금지 사항으로 더해졌다.

적발된 기재 금지 현황 대부분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관이 컸다. 자소서의 경우 238건 중 214건, 추천서는 128건 중 108건이 부모 관련 사항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교과 관련 교외 수상실적이 자소서 15건ㆍ추천서 17건, 공인어학성적이 자소서 1건ㆍ추천서 3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교육 유발과 관련 있는 자소서도 8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명확한 기재 금지 위반 사항 외에도 다수의 편법·변칙적 기재 사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예시로 제시된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에 도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둬”는 대표적인 편법 사례 중 하나다. 수상 실적을 적을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우수한 성과’라는 표현으로 이를 비켜갔다는 점에서다. “어릴 적부터 작은 기업을 경영하시는 아버지와”라는 문구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낸 경우도 있었다. 교외 수상 실적 기재 금지의 경우 “청소년 비즈쿨 창업진흥원장상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청장상 표창, 한국발명진흥회장상을 받음”이라며 ‘교과 관련’이 아닌 상을 적어내는 사례가 존재했다. 

현재 자소서 기재 금지사항 확인에는 ‘대교협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공인어학성적이나 교과 관련 교외 수상 실적 외에는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대학도 있지만, 조사 대상 중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은 3개교에 그쳤다. 나머지 대다수 대학들은 평가과정에서 평가자가 직접 확인해 적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결국 대교협 시스템을 활용해 1차 키워드를 검색하고, 대학이 직접 세부 기재 내용을 확인해 위반 여부를 판단해 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재 금지 사항에 대한 해석이 중구난방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외부 수상 실적이 교과와 관련 있는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했는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대학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위반 사항을 적발했지만, 제대로 된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사례도 존재했다. 교육부는 “평가상 불이익 처분에 해당하는 위반 사항에 대해 일부 대학에서 감점이나 부적격 등 실질적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천서는 여기서 한 술 더 떠 기재 금지 위반으로 판단하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대학이 많았다. 

기재 금지 사항이 아닌 ‘표절’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2019학년 자소서에서 표절 의심 사례로 적발된 것은 총 228건. 유사도가 5%에서 30%인 B 수준이 20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23건은 유사도가 30%를 넘는 C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소 기준이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유사도 검증 결과에 대해 소명·검증 절차를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표절 여부 최종 판정이나 교차 검증이 쉽지 않다는 것. 교육부는 “대학별 검증 기간이 다르고 1단계 불합격자에 대해 표절 여부를 검증하지 않는 대학이 있다. 대학 간 교차 점검이나 표절 여부 최종 판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 금지 사항 위반과 마찬가지로 ‘표절’로 보이는 자소서에도 명확한 불이익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존재했다. 한 대학의 경우 표절 의심 자소서에 부적격·감점 처분을 내리지 않아 8명이 등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7만6000여 명의 자소서를 조사했음에도 ‘표절’로 볼 수 있는 C 수준이 겨우 23건에 불과했고, 기재금지 적발 건도 366건으로 아주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편법 기재의 경우에는 대학이 자의적으로 규정을 해석해 불이익을 주기 쉽지 않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번 자소서·추천서 등의 기재금지·표절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을 볼 때 자소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육부와 여당이 공동으로 발족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도 자소서는 부모효과 등을 발생시키는 주된 원인이며, 사교육이 개입하기 쉽다며 폐지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그럼에도 학생의 역량을 ‘종합평가’한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를 살폈을 때 자소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자소서가 학종에서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학생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활동들을 제시함으로써 평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학생부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자소서”라며 “비교과도 축소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소서까지 없어진다면 학종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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