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중심 협의회 구성, 정보 공유 장으로 각광
친목 중심의 협의회 난립은 경계 대상

지난 11월 14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홍천 소노펠리체 비발디파크에서 수도권전문대학현장실습지원협의회 추계 워크숍이 진행됐다. 14일 일정에 참석한 수도권 전문대학 현장실습 실무 관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 오산대학교)
지난 11월 14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홍천 소노펠리체 비발디파크에서 수도권전문대학현장실습지원협의회 추계 워크숍이 진행됐다. 14일 일정에 참석한 수도권 전문대학 현장실습 실무 관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 오산대학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학 교직원들이 현안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현장실습, 취업,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등 전문대학 주요 현안만을 집중 다루는 협의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정책 주도권을 대학 현장이 쥐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대학 행정이 더욱 전문화되면서 교육의 질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협의회를 활용하는 경향이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취업‧현장실습‧전공심화과정 현안에 ‘일대일’ 대응 = 한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협의회는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운영협의회(회장 홍정석, 동서울대학교 학사지원처장)’다. 교육부와 함께 전공심화과정 연차평가 개선 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2008년 전문대학 전공심화과정이 인가를 받으면서 협의회가 처음 구성됐다.

최근에는 현장실습 문제에 집중 대응하는 ‘수도권전문대학현장실습지원협의회(회장 고명원, 오산대학교 현장실습지원센터 대리)’도 발족했다. 지난해 11월 첫 워크숍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수도권현장실습협의회는 수도권 전문대학과 강원권 전문대학 등 43개 회원교를 두고 있다. 현장실습 사전교육 가이드북 자료를 회원 대학에 공유하고 교육부에 전달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취업지원협의회(회장 이창우,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취업지원센터 팀장)’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 전국 단위 협의회로 성장했다. 취업 관련 정책에 대해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교육개발원 등과 협의한다. 특히 8월에 있었던 워크숍에서는 고용부와 교육부의 일자리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각 대학의 취업지원 실무자 간 정보를 교류했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이들 협의회는 현안에 더욱 밀접하게 대응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관련 정책에 대해 실무진의 의견을 모으고, 당국에 전달해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또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챙기는, 보완적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전문대교협 내에 취업, 현장실습, 전공심화과정만 집중 대응하는 조직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대학의 다양한 이슈를 모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들 협의회가 현장의 의견을 전문대교협에 전달,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면 정부 부처와의 소통도 더욱 원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석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운영협의회장은 “교육부에서 정책이 나오기 전 협의회가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전문대학 스스로 전공심화과정의 질을 관리하자는 취지다. 질을 관리하지 않으면 존폐위기가 닥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현재 연차평가 방안을 교육부와 함께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원 수도권현장실습협의회 부회장(삼육보건대학교 산학취업처 팀장)은 “현장실습 문제에 대학이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만들어진 경우”라며 “현장실습이 대학 평가의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여러 이슈로 현장실습 규정이 강화되면서 실습처 확보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생겼다. 현장 의견을 발굴, 개선사항을 논의하면서 교육부에 이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 한국전문대학교취업지원협의회장은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취업 문제는 모든 대학에서 중요 문제로 여겨지지만,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고 미스매치 문제도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 대학들이 더욱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 기능 ‘중복’ 우려?…긴밀한 대응이 더 필요” = 현장실습과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 취업 등 현안들과 관련을 맺고 있는 더 넓은 범위의 협의체 관계자들 역시 이들 협의체의 역할이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체 간 기능이 중복되는 문제보다 현안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는 순기능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원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경남정보대학교 학생처장)은 “취업 문제는 붕 떠있다. 어떤 대학에서는 취업을 학생처에서 관리하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교무, 산학관련 부서에서 담당하기도 한다”며 “취업은 전문대학의 주요 방향 중 하나이기에, 취업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협의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도 독립된 협의회로서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양구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용인송담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역시 “산단장 협의회의 분과위원회에서 취업과 현장실습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다른 현안이 많아 집중 대응이 쉽지 않다”며 “정책 현안이 점점 복잡해지고, 관련 업무도 전문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안을 직접 담당하는 협의회가 있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의회 관계자들은 자칫 본래의 목적을 잃고 친목 중심의 협의회가 난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석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운영협의회장은 “통제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대 사회에 안착된 기존 협의체나 전문대교협과 상의하는 틀 안에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실장 역시 “협의회가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개진하는 본연의 목적을 이어간다면 그 존재는 충분히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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