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7명? 속내는 달라 …교육특구·선발권보유·자공고·재수생 등 
자사고·특목고 절반 이상 차지…전국단위 자사고 ‘강세’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15명의 신원이 전부 확인됐다. 기존 신원이 파악됐던 14명에 더해 단대부고 인문계 재학생 만점자까지 전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만점자들의 출신고교를 보면, 자사고·특목고와 ‘교육특구’ 일반고의 강세가 확연하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일반고 출신이 7명으로 절반에 육박했지만, 이들은 모두 교육특구에 위치해 있거나 전국단위 선발권이 있는 사례, 또는 자공고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특구 밖 일반고에서 나온 만점 사례가 한 명 있긴 했지만, 졸업생이기에 학교에서 만들어진 실적으로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해 수능 만점자 15명, ‘마지막 퍼즐’ 단대부고 인문계 재학생 = 올해 수능 만점자 15명의 신원이 전부 파악됐다. 계열별로 보면 인문계열 11명, 자연계열 4명이며, 이 중 재학생이 13명으로 2명인 졸업생보다 확연히 많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인문계열 재학생 만점자는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단대부고) 출신인 송○○ 학생이다. 송군은 법과정치와 사회문화, 아랍어를 택해 만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송군 외 나머지 10명의 인문계열 만점자도 모두 재학생이다. ▲김해외고 송영준 학생(이하 학생 생략) ▲서문여고 이지원 ▲와부고 이승열 ▲외대부고 김△△ ▲외대부고 노시현 ▲외대부고 이○○ ▲잠실고 손수환 ▲청심국제고 홍민영 ▲하나고 전호연 ▲한영외고 최준영이 2020학년 수능 인문계열 만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중 눈길을 끈 것은 김해외고 송영준 학생이다. 송군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성적상승을 이뤄내며 수능 만점자가 돼 화제를 모았다. 

자연계열은 이보다 앞서 4명의 만점자 명단이 모두 확인된 바 있다. 재학생 중에서는 늘푸른고 구본류 학생과 공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공주사대부고) 남정환 학생이 각각 만점을 받았다. 졸업생으로는 서울권 자사고인 ○○고 출신의 정○재 학생과 경북고 출신인 김○○ 학생이 만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점을 받았음에도 모두 서울대에 지원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서울대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한 개 이상의 과탐Ⅱ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계 만점자 중 2명은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정○재 학생과 남정환 학생은 화학Ⅰ과 생명과학Ⅰ을 각각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목·자사고 강세 확연, ‘교육특구 밖 일반고’ 실적 ‘전멸’ = 올해 수능 만점자들의 출신 고교를 보면, 특목·자사고의 강세가 확연하다. 단순 숫자만 놓고 보면 일반고가 7명으로 전체 만점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해 만점자가 나온 일반고는 △단대부고 △서문여고 △와부고 △잠실고 △늘푸른고 △공주사대부고 △경북고까지 모두 7개교다. 

이 중 공주사대부고는 순수한 일반고로 보기 어렵다. 전국에서 학생 모집이 가능한 전국단위 자율학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사고 중에서도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한 것은 전국 10개교 뿐이며, 과고나 외고 등 특목고도 극히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광역단위에서만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같은 ‘선발효과’를 놓고 볼 때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일반고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웠다.

와부고도 엄밀히 따지면, 일반고가 아니다. 학교정보공시 등에 있어 ‘자율고’로 분류되는 자율형 공립고에 속한다. 자공고는 일반고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일반고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자공고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와부고가 속해 있는 경기지역에서 자공고의 인기는 상당한 수준으로 일반고와 궤를 달리한다. 

단대부고와 서문여고, 잠실고는 ‘교육특구’에 자리한 학교들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교육특구로 분류되는 지역은 강남·서초·송파·양천. 이들 학교는 모두 해당 지역에 위치한다. 단대부고는 강남구, 서문여고는 서초구, 잠실고는 송파구에 각각 자리해 있다. 

늘푸른고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는 공립 일반고이긴 하지만,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서울 밖 교육특구를 따질 때 대구 수성구 등과 더불어 항상 이름을 올리는 곳이다. 

남은 경북고 만점자도 ‘일반고 실적’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재학생이 아닌 졸업생이기에 공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만점이라고는 분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물론 고교에서의 학업도 큰 도움이 됐겠지만, 기본적으로 졸업생들은 별도의 학업을 거쳐 만점을 받는 데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별도의 선발권을 지닌 학교거나 교육특구 내에 자리한 학교, 자공고, 졸업생 실적 등을 제외하고 보면, 순수한 일반고 재학생 실적은 ‘전멸’이다. 

반면, 자사고와 특목고의 실적은 눈부시다. 여타 고교유형의 실적을 압도하는 8명의 만점자가 나온 데다 대부분이 재학생이다. 

전국단위 선발권을 지닌 전국 10개 자사고의 일원인 외대부고에서는 무려 3명의 재학생 만점자가 나왔다. 올해 수능에서 복수의 만점자가 나온 고교는 외대부고가 유일하다. 

여기에 더해 외대부고와 동등한 유형인 하나고에서도 만점자가 나왔다. 졸업생인 탓에 출신고교 공개를 원치는 않고 있지만, 졸업생 만점자 중 한 명인 정○재 학생도 서울권 자사고 출신이다. 이들 자사고에서 나온 만점자는 모두 5명이나 된다. 

특목고에서도 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외고인 김해외고와 한영외고에서 각 한 명의 만점자를 배출했고, 국제고인 청심국제고에서도 한 명의 만점자가 나온 상황이다. 

이같은 수능 만점자 배출 현황에 비춰볼 때 일반고는 수능에서 비교적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고교 진학교사는 “특목·자사고가 아닌 학생들을 전부 일반고로 분류하면서, 마치 일반고 학생들이 수능 만점자에 대거 포함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 고교나 전국자율학교, 자공고 등은 보통의 일반고와 처한 여건이 확연히 다른 학교들이다. 이들 학교의 실적을 ‘일반고’로 봐서는 안 된다”라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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