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나에겐 모든 것이 투쟁” 장애학 싹 틔운 조한진 교수
[사람과 생각] “나에겐 모든 것이 투쟁” 장애학 싹 틔운 조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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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한진 대구대 교수.
조한진 대구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장애학이란 학문을 들어봤는가. 장애복지학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기자의 단견에서 장애학은 매우 생소한 학문이다.

“장애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같은 우문에도 상대방은 매우 간결하고, 정확한 학문적 정의를 내려줬다. 현답의 주인공은 조한진 대구대 교수다.

“여성학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죠? 여성학은 여성복지와 다른 학문입니다. 여성복지가 여성을 둘러싼 문제를 복지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여성학은 여성이 겪는 문제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죠. 장애학도 장애복지와는 다릅니다. 장애학에서는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지 않습니다. 장애를 정치, 사회, 경제적 맥락에서 다루는 학문이죠. 장애를 둘러싼 문제를 인문학, 사회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조 교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장애학은 일종의 융합적 학문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장애학은 정책과 법률, 고용을 포함한 사회과학 분야를 비롯해 장애와 대중문화, 장애와 문학, 예술과 철학 등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학문이다.

2020년 국내 대학에서는 최초로 대구대에 장애학 박사과정이 개설된다. 앞서 최초 사례가 또 있다. 2018년 역시 대학 최초로 장애학 석사과정이 탄생했다. 역시 대구대였다. 대구대는 여전히 유일무이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일리노이대 등 영미권 대학에서는 장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한다. 장애학의 두 축을 이루는 영미권의 대학에서는 이미 복수전공 같은 형태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다만 다학제 학문이다 보니 학부과정에 단일하게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 석사과정에서 다학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

명칭부터가 ‘장애학’이다 보니 ‘장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 장애인’이라는 선입견도 있을 법하다. 대답은 역시 ‘아니오’였다. 조 교수는 “이번에 지원한 학생들을 분석해 보면 장애학생이 반, 비장애인 학생이 반 정도다. 나이도 다양하지만 장애유형도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시·청각 중복장애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지만 장애학은 대중적인 학문은 아니다. 장애학에 대한 이해 결여는 장애인 자체에 대한 인식과도 연결돼 있다. 장애인 학생의 고등교육 이수나 고용률만 보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편견에 갇혀 있다.

조 교수는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애학생 특례입학제도가 있지만 이에 맞춰 뽑는 대학은 3분의 1정도밖에 안 됩니다. 가장 진보적이라는 지식의 전당인 대학도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우리 대학의 장애인 고용률이 3.1%인데 이 정도 수준은 찾아볼 수도 없죠.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사고방식도 특수학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요. 특수학교와 초·중등 교육을 구분할 뿐 장애인의 고등교육에 대한 고려가 없죠.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어떤가요? 센터에서도 그나마 학부생만 지원하지, 대학원생은 지원 대상이 아니랍니다.”

‘모든 것이 다 투쟁’이라는 조 교수는 의도치 않게 투사가 됐다. 장애인 학생을 위해 학교에는 물론 정부에도 쓴 소리를 주저하지 않는다. 덕분에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관계 없이 지원을 한다. 올해 초에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장애인 고용 실태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쉽게도 불발됐다.

해외 선진국의 상황은 어떨까. 조 교수는 미국과 스웨덴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에는 ‘재활법’이 있어 장애인의 등록금을 모두 지원한다. 장애인 학생들이 특례입학을 하더라도 학습과 생활 지원이 되지 않아 입학생의 반은 자퇴를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지원은 학업을 이어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대학 재정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을 위해 쓰도록 할당했다고 한다. 예산을 초과하면 국가가 추가로 지원하고, 미사용 부분은 반납하도록 했다. 결국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장애인 학생들의 학업이 유지되고, 사회로 나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

조 교수는 대구대 장애학과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이 꽤 느껴질 법도 하다. 그는 “자부심도 있지만 자꾸 장애물에 부딪힐 때는 이 짓을 왜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인터뷰를 시도하기를 몇 차례 “휠체어를 사는 중이라 지금은 좀 바쁘다”고 했던 그의 음성이 문득 떠올랐다.

“한 마디만 더해도 될까요? 지금 제게 가장 실질적인 걱정은 학생들의 학비입니다. 장애인 학생에게만이라도 학업 장학금을 대폭 지원하면 좋겠어요. 가난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업에 대한 의지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거든요.” 인터뷰 말미, 조심스레 말을 더한 조 교수의 바람은 비교적 소박했다. 그의 바람이 가까운 미래에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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