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수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수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로 유학생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입국을 거부하면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지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은 교육부가 대학의 유학생 유치 실적과 유학생에 대한 교육 현황을 평가하는 제도로, 대학 입장에서는 유학생 모집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평가다.

교육부가 10일 밝힌 중국인 유학생 입국 현황을 보면, 2월 23일부터 3월 7일까지의 입국자는 5495명이다. 입국하기로 했던 유학생 중 3만955명이 입국을 하지 않았다. 2월 28일 한국과 중국 교육부가 양국 유학생의 출입국을 자제시키기로 합의한 이후, 2월 29일부터 3월 7일까지는 입국예정자 6230명의 21.3% 수준인 1327명만 입국했다.

실제로 전문대에서는 학생 수가 크게 줄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의 불법체류율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불법체류율은 외국인 유학생 중 불법체류한 학생 수의 비율이다.

제주 지역 A 전문대는 신입생이 60% 이상 급감했다. A대 국제교류업무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신입생이 200명 이상 됐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로 유학 허가 자체를 해주지 않고 있다. 이 국가에서만 90명의 유학생이 오기로 했는데 모두 취소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불법체류율을 낮춰보려고 상대적으로 불법체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OECD 선진국 유학생도 유치하려 노력해왔는데, 유럽 지역 학생들도 입국을 못하고 있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대구 지역 B 전문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증제 불법체류율 ‘모수’(신입생 수)가 아예 없다”고 말한 B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이 우리 대학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오기로 한 중국인 유학생 260여 명 중 220명 정도가 입국을 취소했고, 모두 휴학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C 전문대 관계자는 “어학연수과정 신입생은 170명 정도인데 이 중 25명이 입학을 취소했다”며 “한국에 오고 싶어도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못 들어오고 있는 학생들은 더 많다. 몇몇 국가의 학생들은 전혀 못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 입국자들 역시 이번 학기 종료 전 입국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런 탓에, 전문대 관계자들은 올해 인증제를 실시하는 것이 무리라고 보고 있다. 박종식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관리자협의회 회장은 “전문대 국제교류업무 담당 직원들 사이에서는 올해 인증제가 정말 실시되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애초에 인증제 실시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국제화역량 ‘불법체류율’ “분모는 ‘현재 입학생’만, 분자는 ‘과거 입학생도’? =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은 교육부가 국제화 역량이 우수한 대학을 인증해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대학의 외국인 입학생은 비자 발급 절차가 간소화돼, 인증을 받을 경우 유학생 유치에 더욱 용이하다.

반대로 인증을 받지 못하면, 유학생이 준비해야 할 절차는 더 까다로워진다. 일정 등급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 여건도 갖춰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인증을 받지 못하면 당장 유학생 유치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에 시달리며 유학생 유치를 돌파구로 여기는 상황에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을 받는 것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인증제의 가장 핵심적인 지표는 ‘불법체류율’이다. 현재 교육부는 학위 과정에 대해서는 1.5%에서 2.5% 미만, 어학연수 과정에 대해서는 8%에서 10% 미만의 불법체류율 기준을 반드시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불법체류율 1% 미만 인증을 받으면 표준입학허가서만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어, 많은 대학들이 이 인증을 받고자 하는 상황이다.

입학생 숫자의 감소가 불법체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는, 입국 시점과 불법체류한 시점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각기 다른 해의 불법체류율 계산식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숫자는 심사 대상 연도의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계산식의 ‘분모’인 학생 수는 이 시기 신‧편입생으로, 한국에 입국해 대학에 입학한 경우만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중국에 체류하면서 원격수업을 듣는 유학생들은 당연히 모수에서 제외된다. 반면 ‘분자’인 불법체류 학생은 신입생은 물론 이전에 입학한 학생 중 해당 기간 불법체류한 학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내 불법체류자 수가 감소해도, 불법체류율에 당장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다. 따라서 불법체류율 산식의 모수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줄어들면, 이 기간 불법체류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 기간 어떤 대학의 어학연수과정 신입생이 300명이라면, 불법체류율이 9% 미만이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이 기간 발생한 불법체류학생 수가 26명을 넘겨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때 입학생 숫자가 12명만 줄어들어도 불법체류율은 9.02%가 돼, 인증에서 탈락하게 된다. 특히나 불법체류 학생 수는 예측이 어렵고, 산식에 영향을 주는 불법체류 학생은 과거에 입학했던 학생들 중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에 조금의 모수 감소로도 대학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현 상황’에서 인증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준 완화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김홍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교류부장은 “2020년과 2021년 평가까지 불법체류율 지표를 수정하는 방안과, 2020년부터 적용되는 3주기 인증제의 평가 기준을 2주기 평가 기준이었던 10% 또는 15%까지 완화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대 불리한 불법체류율 산식…“코로나19 영향 전문대 더 크다” = 특히 전문대는 불법체류율 산식에서 보다 불리해,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유학생 감소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법체류율 평가 방식이 전문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학생 수에 따라 불법체류율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전문대들의 유학생 규모와 맞지 않아 이 구간을 지금보다 더 잘게 쪼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준 구간이 △100명 미만 △100명이상 1000명 미만 △1000명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 학위과정에 대해서는 이 구간 별로 불법체류율 기준이 각각 △2.5% 미만 △2% 미만 △1.5%미만으로 설정돼 있다. 어학연수과정에 대해서는 각각 △10% 미만 △9% 미만 △8% 미만으로 돼 있다. 즉 학생 수가 많은 구간일수록 불법체류율은 더욱 낮게 책정돼 있다. 쉽게 말해, 대학을 ‘체급’에 따라 나누고, 강한 체급에 속할수록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교육부의 2019년도 기준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106개 전문대 중 100명 미만 구간에 들어가는 전문대는 73개교다. 이 중 학생 수가 80명 이상인 곳은 5개교에 불과하다. 100명 이상 1000명 미만 구간에 들어가는 전문대도 유학생 수 900명 이상인 곳은 2개교 뿐이고, 300명 미만의 전문대만 24곳이다. 1000명 미만 구간에 속해 평가를 받기에는 유학생 규모가 작다.

이런 이유로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관리자협의회는 지난해 7월, 3주기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시행을 앞두고 유학생 수 ‘50명 미만 대학’ 구간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한 당시 김홍길 부장은 “불법체류율 산정에서 전문대는 분모의 수가 적어 이탈자 수가 조금만 늘어도 일반대에 비해 산정 값이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이대로라면 10명의 불법체류자를 발생시킨 대학이 100명의 불법체류자를 만든 대학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전문대, 교육국제화역량 3주기 인증 ‘분리 평가’ 목소리)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는 전문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대가 불법체류율 지표의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더욱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이유다.

교육부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현 지표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주란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학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불법체류율 지표에 대한 걱정도 알고 있다. 대학들이 일괄적으로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지표를 어떻게 고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 뒤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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