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택 한국기술교육대 IPP센터 박사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저자

황의택 박사
황의택 박사

꽃이 만발하는 봄이 왔음에도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학생이 없는 대학교정도 적막하기 그지없다. 개나리 같이 재잘대는 신입생들이 없는 대학은 상승하는 기온과 반대로 차가운 느낌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대학생들은 대학과 협약을 맺은 기업에 나가 장기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당분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다.

장기현장실습은 3~4학년 대학생들이 4개월 이상 멘토 선배 직원의 지도를 받으며 전공과 관련된 업무나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공능력과 조직문화, 태도 등을 배우는 산학협동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 장기현장실습이 도입된 건 1998년 한 국립대학이 시초였고 2012년 지방 국책대학이 만든 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가 2015년부터 확산되면서 본격 시행되고 있다. 37개 대학 5000명의 대학생, 2000곳의 기업과 기관들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자체 주도 또는 대학 독자적으로 다양한 명칭의 장기현장실습제가 운영되고 있다.

장기현장실습제는 1906년 미국의 한 공대교수가 창안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코업(Co-op·Cooperative education program, 산학협동교육)을 한국 대학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해 운영하는 것이다.

대학교육과 기업의 인력수요 간 미스매치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었지만, 장기현장실습과 같은 제도가 뒤늦게나마 뿌리를 내리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를 축소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선발 권한도 사업부 단위에 전적으로 위양하고 있다.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시기에 뽑아 활용하는 게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기현장실습이나 산업체 인턴 경험 등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 실무경험이 많아야 재교육훈련 비용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장기현장실습은 적합한 인재를 발굴,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학생 인력을 받아 활용하면서 추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도 될지 미리 검증할 수 있다. 막연하게 대기업과 공기업만 바라봤던 학생들도 중소·중견기업의 문화와 가치관이 자신에게 맞는다고 판단되면,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이는 대학-대학생-기업 모두 윈-윈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한 학생은 6개월간 연구기관에서 장기현장실습을 수행하며, 재학생 신분임에도 학술지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놀라운 일을 해냈다. 선배 멘토의 적극적 지도와 본인의 열정이 맺은 결실이다. 학생은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정했다. 장기현장실습은 취업이든, 진학이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데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어준다. 졸업 후 취업 재수 등에 드는 소모적 비용도 예방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연기, 축소하고 있어 취준생들의 고통이 크다. IMF 국제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과 중소기업은 산학협력 기반의 장기현장실습제로 돌파구를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몹쓸 바이러스가 종식돼 대학과 기업, 사회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을 교정에서, 강의실에서, 행정실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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