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한 순천제일대학교 기획처장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주최로 ‘2019 선진직업교육 혁신사례 해외벤치마킹(연수)’이 1월 30일부터 2월 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 직업교육기관에서 진행됐다. 당시 연수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 직업교육기관을 둘러보며 △4차 산업혁명시대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직업교육 혁신 △해외 선진 직업교육정책과 인력양성체계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사례 △대학-지자체-산업체 연계 직업교육 거버넌스 운영 사례 △해외 고등직업교육기관 운영시스템과 노하우 등을 벤치마킹했다. 본지가 백승한 순천제일대학교 기획처장의 혁신 리포트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The War of Talent’, Lam Research 인재양성 시스템 =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는 전 세계에 1만700명의 직원이 연 약 12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2018년 R&D 투자 비용만 1조4077억원으로 세계 3위 규모이며 특히 작년에 우리나라로 본사 연구개발센터를 완전 이전한다는 발표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우리나라가 향후 10년 이상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출처: 전자신문,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美 램리서치 R&D센터 한국 이전 ‘차차세대 기술 협력’).

‘조이스 오’라고 본인을 소개한 회사 HR BUSINESS PARTNER는 한국 출신답게 한국과 미국 직장문화 차이와 특징을 요목조목 소개했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의 Mission, Vision, Core value로 구성된 비전체계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직원들은 회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세계 시장의 고객들에게 비즈니스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25개국의 다양한 출신들로 구성된 회사의 인재들이 성과를 창출하고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성과관리 원칙(PMD)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회사는 매년 개인별 Goal Setting, 매 분기별 개인 Goal에 대한 피드백, Recognition, annual review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employee development(직원역량계발) 시스템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분방한 나라이지만 기본적인 체계(Logic)를 갖추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원이 상사에게 언제나 질문하고
부조리한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회사는 폭넓은 지식과 함께 깊이 있는 전문성을 지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T자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체계적 문제해결 능력(Program Solving & Dicision Making Process) 역량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지속적인 돈을 투입해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직급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것들을 모두 완수한 후에 비로소 모든 구성원이 존경하는 진정한 CEO가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The War of Talent’라는 인재영입 전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기업 성공의 열쇠는 사람이며 어떻게 하든지 한번 입사를 하면 평생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인재로 만들고자 교육은 물론 복지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Inclusion& Diversity(포용과 다양성). 이 단어야말로 많은 미국 기업이 여전히 세계 최상위를 유지하며 미국을 최강대국으로 받치고 있는 기둥이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램리서치
램리서치

3무(無) 시스템, 혁신적인 IT 교육기관 42 Silicon Valley=프랑스 이동통신회사 Free Mobile 창업자 ‘자비에니엘’이 설립한 비영리 인재육성 학교로 프랑스(École 42, 2013년), 미국(42 Coding school, 2016년)에 설립됐다. 특이한 명칭의 기원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소설에서 인간들은 슈퍼컴퓨터를 만든 후 ‘삶, 우주, 만물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묻게 되는데, 이 컴퓨터가 계산해서 얻은 결과값이 ‘42’이며 이는 컴퓨터 프로
그래밍을 통해 세계의 궁극적인 답을 찾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학교의 특징은 좀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졸업장, 교수, 학비가 없는 3無 시스템 기반의 혁신학교다. 학생 선발 시 학력 조건을 요구하지 않으며 비정규 교육과정이므로 졸업장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평균 4만2000
유로(한화 약 56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100%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학생이 배워야 할 정보는 모두 인터넷에 널려 있으며, 자신이 모르는 것은 동료와의 총 42단계의 팀 프로젝트 속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수가 없다.

다만 학생들의 학습 지원을 위해 ‘보컬(Bocal)팀’이 있는데, 이들은 프로젝트를 개발해 학생들에게 전달만 할 뿐,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 있어서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는다. 평가 역시 없으며 P2P(peer-to-peer) 평가방식으로 한 팀에 속한 구성원끼리 서로 작업한 것들에 대해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궁극적 목표인 취업을 위해 인턴십 프로그램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그것도 파트타임, 풀타임 등 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모든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매년 500만~700만 유로(한화 65~91억원)가 학교 운영비로 지출되며, 설립자는 지금도 정부의 자금 지원을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제도권 공교육으로 편입돼 학교의 독특한 교육 방식이 정부 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재)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세계 15개국에서 열풍의 주인공인 프랑스 Ecole 42의 국내 도입을 추진, 지난해 12월 20일 개포 디지털혁신파크에 ‘42 SEOUL’이라는 아시아 최초로 캠퍼스가 개설됐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의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사고(Critical Thinking), 도전정신(Challenge), 융합(Convergence), 공감과 협업(Collaboration)을 가진 5C 인재 양성을 목표로 연간 5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인터넷 강국답게 지난해 11월 모집 시작 10일 만에 5000여 명이 몰려 1개월 집중교육(La Piscine) 및 2년간 본 교육 과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로 확정했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은 “‘42 SEOUL’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소프트웨어의 시대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비단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영역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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