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세이]진로 결정의 우연성
[진로에세이]진로 결정의 우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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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때 우연히 보거나 만난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이 그런 사람들을 보거나 만나는 것은 그들의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우연이 많다. 크럼볼츠(Krumboltz)는 이렇게 우연히 찾아오거나 맞닥뜨린 기회의 경험을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라고 했다. 우연은 한 개인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서 통제하기 힘든 것이기에 일종의 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크럼볼츠(Krumboltz)는 ‘계획된 우연’을 사회학습 진로이론에 포함, ‘우연 학습이론(Happenstance Learning Theory)’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사람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은 개인이 타고난 유전적 재능, 환경적 조건과 사건, 도구적 학습 경험과 연상적 학습 경험 등의 학습 경험, 유전과 환경 학습 경험이 상호작용한 결과로의 과제접근 기술 등이라고 했다. 즉 한 사람이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요소가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많은 청소년을 가르치고 상담하면서 그들의 진로가 정말 우연히 결정되는 것을 경험했다.

지난 겨울, 지인의 조카 S군을 상담한 적이 있다. S군은 지방 소도시 일반고에서 최우수 성적을 거두는 학생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꿈을 갖고 있다. S군에게,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의사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란다. S군의 부모님은 소도시에서 사업으로 부와 명예를 쌓았는데 주변 의사들과 교류가 많았다. S군은 자연스럽게 의사들을 만나게 됐고, 의사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 의사가 되고자 결심한 것이다.

또 몇 주 전에 서울 특목고 재학생 C양과 상담을 했다. C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예인을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일을 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상담이었다. 필자는 C양에게, 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예인을 키우는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C양의 답은 간단했다. 여러 TV 프로그램과 SNS에서 연예인들을 접했는데, 연예인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S군과 C양의 진로는 교과서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자신이 접한 문화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접하는 환경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학원, 가정을 벗어나서 다른 환경을 경험해야 한다. 여행과 독서, 그리고 자신보다 지적·문화적으로 성숙한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지적인 활동들을 포함한다. 여행은 맛집 순례도 좋지만 역사나 과학적·사회적 자료를 준비, 경험하는 여행을 말하는 것이다. 그냥 바쁘게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곳을 가더라도 새로운 경험으로 자리 잡으면 된다.

교과서를 깊이 공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좀 더 깊은 지적 호기심을 달래주거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문학이나 역사·철학·문화 등의 책을 살펴보면, 인생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책과 문화를 접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지 말고 친구나 선생님, 선배들과 어울려 활동하고 토론하는 경험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가치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을 줄 수도 있다. 청소년과 대학생 시절에 어떤 책을 읽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문화적 환경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진로는 많이 변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도움이 되는 환경에 자신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우연의 기회를 자기에게 이롭게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인생은 예측할 수가 없고, 청소년들의 진로도 예측이 어렵다.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교를 뛰어넘는 여러 활동과 여행, 지적인 대화와 문화를 경험해야 한다. 그것이 긴 인생의 진로 결정에서 점수 이상의 의미 있는 통찰력을 줄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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