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일반화학 과외 해드립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 댓글이나 쪽지 주세요.” 서울 소재 일반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과외 모집 글이다. 해당 게시물 밑에는 ‘과외받고 싶다’, ‘시간당 얼마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를 모으는 글이 아니라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다.

2022년 문·이과 통합형으로 재편되는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면 선택과목 변동이 지금보다 많아 ‘전공 이수를 위한 기초학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고 몇몇 대학에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대학 내 사교육도 증가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물리Ⅱ 등 과학Ⅱ 과목은 선택과목에서 모두 빠지고, 기존 2과목을 선택하던 것도 1과목만 선택 가능한 상태다.

결국 이러한 기초학력 저하는 학생의 중도탈락률을 올리고, 교수들도 학생의 수준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맞춰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대학들은 기초학력 저하를 막고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 ‘HTHT’ 학생별 맞춤 학습 시도하는 11개 대학 컨소시엄= 이 같은 문제 해결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증진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실현(HTHT, High Touch High Tech)을 위해 대학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8월 3일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 홀에서 열린 이번 컨소시엄 구성과 세미나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 해답으로 아시아교육협회를 중심으로 11개 대학은 HTHT 교육을 고등교육 운영 방향으로 설정했다. HTHT는 AI를 활용해 교수와 학생 간의 보다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해 학생 개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도·상담을 제공하고, 학생 개개인이 각기 다른 수준과 속도로 충분히 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그중에서도 교수와 학생 간 인간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11개 대학 컨소시엄 단체 협약

1부에서는 HTHT(High Touch High Tech) 모델 교육을 대학 현장에 적용하기를 희망하는 11개 대학 컨소시엄 출범식이 진행됐다. 2부 세미나에서는 ‘AI 활용 학생 맞춤형 교육 성공사례(online)’을 주제로 데일 존슨(Dale P. Johnson) ASU 디지털 이노베이션 총괄 이사가 발제를 맡았고, 이어서 신종호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교수가 ‘인공지능 활용교육(HTHT) 자료개발 연구’를 주제로 발표와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출범식 자리에는 아주대학교 박형주 총장, 한동대학교 장순흥 총장, 한림대학교 김중수 총장,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은주 총장, 인덕대학교 윤여송 총장, 동국대학교 곽채기 교무부 총장, 세종대학교 엄종화 교학 행정 부총장(팀장급 대리 참석), 한성대학교 조혜경 교무처장, KDI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김동석 부원장, 영진전문대학교 도한신 산학협력단장, 울산과학대 송경영 산학협력단 부단장 등 11개 대학 대표들이 참석했다. 에듀테크 사업과 관련한 사업체들도 참석해 해당 현안에 대한 관심도가 업계에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 ‘HTHT 대학 컨소시엄’, 교육혁신의 시작될 것=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 이주호 이사장은 개식사에서 “(컨소시엄은) 자그마한 출발이지만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HTHT 교육은 ‘정답’이 있지 않다”라며 “아시아교육협회는 사무처 역할을 하고 참석한 11개 대학이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컨소시엄은 11개 대학 총장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체계적인 운영될 계획이다.

한국대학신문 이인원 회장은 축사에서 지위·재산·교육 유무를 막론하고 (바이러스가)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봤다. 이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생들은 더 이상 피동적으로 교육 받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대학들이 이 시기를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대학교육이 혁신하는데 모멘텀(추진력)을 얻는 적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원 한국대학신문(UNN) 회장

컨소시엄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다양한 분야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HTHT 교육을 통해 학생별 수요를 충족시키는 융합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림대는 개별 맞춤형 인공지능 지원 학습 프로그램 알렉스(ALEKS)의 도입해서 운영 중이다.

■ 줌(ZOOM)을 통해 ASU의 교육성공 사례 공유시간 가져= “90% 학생들이 수업을 패스하고,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5% 이하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목표입니다.” 2부 세미나에서는 ASU(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데일 존슨 ASU 디지털이노베이션 총괄이사가 발제에서 던진 말이다.

데일 존슨 총괄이사는 ASU에서 HTHT 모델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알렉스(ALEKS)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보여줬다. ASU는 126,000명의 재학생 중 40%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수강하고 있으며 5년 연속 ‘최고의 혁신대학’ 1위에 오른 바 있다.

데일 존슨 총괄이사는 먼저 2016년 가을부터 알렉스를 활용한 뒤 학생의 학업성취 성공률이 62%(2015년)에서 79%(2018년)로 오른 수치를 제시했다. 이는 ASU가 세운 전략이 현장에 적용되어 이룰 수 있는 결과였다.

ASU가 추구하는 맞춤형 학습(Adaptive Learning)은 ‘3R’로 정의된다. 적합한 수업(right lesson)을 적합한 학생(right student)에게 적합한 시간(right time)에 맞게 제공하는 학습 방법이다. 또 ‘3Rs’를 통해 시스템이 학생들의 사전 지식을 존중하게(Respect)하고, 학생들의 학습 요구에 응답하며(Respnd), 이로써 이해의 격차를 줄여나가는(Reduce)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AI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돕는다. ‘3Ms’는 교수들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모니터링(Monitor)할 수 있게 돕고, 커리큘럼의 성과를 측정(Measure)할 수 있게 지원하며, 학습 과정의 결과를 극대화(Maximize)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일 존슨(Dale P. Johnson) ASU 디지털 이노베이션 총괄 이사

 
■ 신종호 교수, “기초학력 수준하락은 곧 올 미래” 사후 처방은 늦어= 인공지능 활용 교육(HTHT) 자료개발연구에 대한 발제를 맡은 신종호 아주대 다산학부대학교수는 한국 대학이 인공지능 활용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앞으로 다가올 교육과정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아주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들어올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존 국내 대학들은 기존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해서는 학사경고나 수강제한 혹은 학생상담 등을 통한 사후 처방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학습부진이 일어나기 전에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지금의 교육은 가르쳐야 할 범위는 넓고 개별 지도가 힘든 상황이다. 특히 신 교수는 “수학과 기초과학을 담당하는 교수님들은 더 깊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도 전했다.

신 교수는 문제 해결은 빅데이터 분석해 어뎁티드 러닝(Adaptive learning)에 있다고 봤다. AI가 학습자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효율적으로 학습을 돕는 것이다. 사전에 학습자 수준에 맞는 학습을 AI로 수행해 중도 탈락률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 교수는 “선제적으로 HTHT 컨소시엄 회원 대학을 위한 HTHT 적용 및 실천 가이드 제공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알렉사를 쓰는 대학들도 있지만 알렉스도 매뉴얼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문 교수 설계자’의 중요성을 짚었다. 전문적으로 교수자들을 서포트할 교수 설계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교수 설계자와 교수가 한 팀이 되는 것이다. ASU의 경우는 약 60명 이상의 서포터가 있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 발표하면서 해당 분야에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고, 국내 플랫폼 개발도 수학 분야를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할 계획이 있다”라고 말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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