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4000명 공공의료인력 확보가 골자
의료·보건계 입장차 뚜렷…지역 대학 의대 유치전 치열

지난 7일 의대정원 확대에 맞서 단체행동에 나선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파업 현장. (사진=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
지난 7일 의대정원 확대에 맞서 단체행동에 나선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파업 현장. (사진=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확정한 뒤, 의협 등 관련 단체가 7일 파업에 이어 14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료·보건 단체가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의료 단체 간 대립 각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의대 정원인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4000명을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추가 양성 의료 인력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 종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역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의사제를 도입, 지역 내 인재 위주로 선발해 의대 졸업 후에는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배경으로는 우리나라 의사 수를 꼽았다. 현재 국내 의사 수는 13만명이지만 실제 활동 의사 수는 10만명으로 OECD 평균 약 16만명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간 의료 편차도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은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비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 수준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에 의료·보건 단체 엇갈리는 입장= 정부는 의료계의 고민도 최대한 반영해 수립한 대책이라고 밝혔지만 의사단체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니라 전공과 지역, 병의원 유형마다 불균형한 인력 배치가 문제”라며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증원이 아닌 불균형 발생 지역과 전공에 높은 의료 수가를 적용하는 실질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이 지난달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의사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지역별 의료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전달 체계 정립’과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수가 책정’을 해결책으로 꼽는 응답이 각각 75%와 9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대한병원협회(병협)은 정부 결정에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당·정·청 협의 발표 후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필수보건의료인력 확충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됐고, 의사인력 부족이 불법의료 등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왔다”면서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방안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병협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발표에 힘을 실었다. 병협은 “의사인력 증원과 확충은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한 필수요소이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가장 기초적이고 절대적인 요소”라며 오히려 “10년간 4000명의 확대계획은 적정인력 충원에는 턱없이 부족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10일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대전협은 “정원 50명의 서남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가 또다시 부실의대를 양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단순 인력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 의료 단체별 입장이 엇갈리면서 정부와 의료 현장의 불협화음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 의원들 저마다 의대 유치에 사활…대학도 유치 준비로 분주= 정부와 의료계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대학가도 의대 정원 확대로 들썩이고 있다. 이미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지역 의원들은 해당 지역구 대학에 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공약을 예고했고, 이에 발맞춰 대학에서는 의대 신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의대 유치전을 두고 대학가에서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기윤 미래통합당(창원성산) 의원은 3일 창원대에 의과대학을 설치하는 ‘창원대의대설치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대 정원은 100명 이상~200명 이하 범위에서 협의 후 정하는 내용으로 창원지역 공공의료기능 제고를 위해 창원대 의대 학생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창원시내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서 복무하는 조건이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은 순천대에 의대를 설립하는 법안과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서 의원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의대 설립 배경으로 설명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목포지역 의대 설립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은 목포지역 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목포의대 설립의 필요성과 추진 방안’ 국회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지역구 의원들의 의대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도 정치권의 움직임에 발맞춰 의대 설립을 위한 TF를 구성하는 등 분주하다. 목포대는 5일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앞서 순천대는 지난달 29일 시와 대학이 합의한 ‘순천대 의과대학 유치 TF’ 구성을 마쳤다.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포항의 포스텍도 최근 유치 추진계획을 밝혔다. 포스텍 측은 12일 “포항의 열악한 의료현실 개선은 물론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중심의대와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스마트 병원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간 갈등 비화 조짐도…빠른 해결 필요=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빠른 시일 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대학가도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지역에서도 저마다의 상황을 내세우며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의대 유치를 추진하는 전라남도 지역이 대표적이다. 순천대와 목포대 모두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은 물론 해당 지자체,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유치전에 뛰어 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인다. 두 대학 모두 전남 지역에 의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남 지역에 의대 유치가 현실화될 경우 경쟁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의대 신설을 숙원 과제로 삼는 지역 간 유치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북도는 충북대와 건국대 의전원이 유일한 의과대학임을 강조하면서 두 대학에 인원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최저 수준을 강조하면서 의대 유치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경북지역 의대 정원은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49명뿐이다.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 A대 관계자는 “지역 대학에 의대 유치는 국민의 행정권이 달린 문제로 (정부와 의협 갈등이)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면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팩트(Fact)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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