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20여일 동안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는 세계 최고의 연극제인 ‘아비뇽 연극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프 프로그램에 ‘노틀극단’이 참가했으며, 대학생 극단으로는 중앙대와 연극원 학생들로 구성된 ‘아리 코리아’가 거리극을 펼친다. 파리3대학 연극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수진 본지 통신원이 세계 연극계 거장들과 연극마니아들이 총집합한 ‘아비뇽 연극제’ 참관기를 2회 연재한다.>
<아비뇽=정수진 파리 통신원> 지난 5일 개막한 ‘아비뇽 연극제’가 올해로 56회를 맞았다.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열리는 아비뇽 연극제는 해마다 6만여 연극 마니아들이 방문하는 전통적인 지역 예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수백 개의 독립극단들이 기발한 거리공연을 펼치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까지 모두 한데 어우러져, 말 그대로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누리고 있다.
아비뇽 연극제는 주최측이 정식 초청한 팀들의 무대인 ‘아비뇽 인(in)'과 독립기획극단의 무대인 ’아비뇽 오프(off)'로 구성된다. 이번에는 50여 극단이 참가한 ‘인’ 무대와 7백여 독립기획극단의 ‘오프’ 무대가 펼쳐진다.
매일 오전에는 ‘아비뇽 오프’, 저녁에는 ‘아비뇽 인’ 공연들을 감상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연극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에서는 함께 연극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하루의 공연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연극제 개막 이후, 연극 전공자인 내게 ‘아비뇽’은 ‘천국’이다.
아비뇽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시계광장(place d'horologe). 이곳에는 거리극 배우들, 구경꾼들, 공연을 홍보하는 극단 관계자들, 이 극장에서 저 극장으로 옮겨다니는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는 직업 연극인 외에도 대학생 극단 몇몇이 참가하고 있다.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의 ‘마임 컴퍼니’와 테네시대의 ‘클래런스 극단’이 각각 ‘마임!’과 ‘멕베드’를 공연한다. 우리나라 대학생 극단으로는 중앙대와 연극원 학생들의 ‘아리 코리아’가 사물놀이와 마당놀이 형식의 거리극을 준비 중이다. 최근 배우 한명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대역 배우를 한국에서 급히 불러와 호흡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국내 전문 극단으로는 연출가 원영오 씨가 이끄는 ‘노틀극단’이 ‘동방의 햄릿’이라는 작품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참가했다. 작년 첫 공연에서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던 노틀극단은 올해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한 극장 극장장과 화가 등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이 공연을 감상했는데, 모두들 동양적 요소를 접목한 이 공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 모두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언어의 벽을 허물고 감동을 전한 극단 관계자들이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많은 극단이 아비뇽 연극제에 참가해 우리 연극을 알리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28호에는 ‘아비뇽 인’의 주요 공연평과 노틀극단 관계자 인터뷰, ‘아리 코리아’의 거리극 등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