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연일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 만큼이나 부경대는 싱그럽다. 캠퍼스는 초봄에 흐드러졌던 벚꽃 대신 철쭉과 장미로 가득하고, 바람에는 바닷내음이 묻어난다. 부산역에서 15분. 부경대는 젊음이 꿈틀대는 그곳, 부산 광안리에 바투 앉았다. 창 너머 펼쳐진 바다를 보며 부경대의 젊은이들은 세계로 뻗어나갈 꿈을 꾸고 있다. 부경대는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의 통합으로 지난 96년 탄생, 97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때문에 캠퍼스도 두 군데. 부경대는 옛 부산수산대 자리를 ‘대연캠퍼스’로, 부산공업대 자리를 ‘용당캠퍼스’로 활용하고 있다. 부경대 캠퍼스의 감상포인트는 서로 다른 사연과 배경 그리고 역사를 가진 두 캠퍼스가 이뤄내는 조화. 바로 그것이다. ‘상생과 화합’의 아름다움 본관 앞 타임캡슐
부경대 본관 앞에는 커다란 기념비가 나란히 서있다. 하나는 지난 95년 5월 부산수산대 동문이, 또 하나는 지난해 5월 중순 부산공업대 졸업생이 각각 세운 역사상자. 이른바 타임캡슐이다. ‘부경대’의 과거 속으로 사라진 두 대학의 동문은 어떤 마음으로 타임캡슐을 묻었을까. 각자의 고유한 역사는 끝났지만 서로 다른 둘이 만든 하나의 미래가 보다 공고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체육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부산아시안게임은 남북 동시 입장과 북측 응원단 참석 등 남북이 하나 되는 자리였다. 수십년간 서로 다른 둘로 갈라져 있던 남북이 하나됨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부경대 체육관에서는 부산아시안게임 첫 남북대결인 역도경기가 열렸고, 교내 중앙로 로터리 주변에는 공식적으로 인공기를 게양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을 공동 응원했다.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통합해 탄생한 부경대는 신흥 국립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둘이 하나 되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양 대학 구성원들의 뜻을 아우르면서 한편으로는 각각의 특성과 사연을 보존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상생과 화합’을 원칙으로 부경대는 탄생했다.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둘러싼 역사와 추억 속에서 의미가 배가되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보면 부경대의 근간이 된 ‘상생과 화합’은 이 대학의 미덕 중 가장 중요한 테마다. 이쯤에 이르면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부경대 체육관이 남북한의 첫 대결장소, 어우러짐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것도 이 대학의 미덕과 무관하지만은 않은 듯 해보인다. 2003년 5월, 상생과 화합의 역사를 끌어안은 부경대의 봄이 무르익고 있다. 다른 두 캠퍼스의 조화 “대연캠퍼스는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이기도 해요. 꽃과 나무로 잘 정돈돼 산책하기 안성마춤이에요. 백경동산은 인근 고교 중학생들이 많이 놀러오지요. 용당캠은 캠퍼스 중간에 위치한 연못이 유명하고, 건물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 북항이 장관이죠.” 부경대 대연·용당 두 캠퍼스의 면적은 각각 35만㎡와 36만5천㎡로 특별히 한쪽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비슷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양 캠퍼스가 주는 느낌은 다소 다르다.
대연캠퍼스는 국내 대학 중에는 드물게 평지에 조성돼 사람과 공간의 조화가 돋보이는 반면, 용당캠퍼스는 캠퍼스와 주변 환경의 어우러짐이 뛰어나다. 대연캠퍼스는 횟집과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광안리에서 도보로 불과 1~2분 거리에 있으며, 유동 인구가 많아 부산지역 내 상권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용당캠퍼스는 대연캠퍼스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있다. 평지에 조성된 대연캠퍼스와는 달리 산을 깎아 만든 캠퍼스로, 건물 옥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부산 북항 컨테이너 부두와 까치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대연캠퍼스는 역사만큼이나 대학의 과거와 현재, 일과 휴식, 인간과 자연이 잘 정돈된 상태로 어우러져 있다. 정문의 왼쪽편에 위치한 구 본관은 대학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한 때 대학의 본관이었고 이제는 대학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공간이지만, 건축 당시 일제의 군수물자 조달로 인한 물자부족으로 철근 대신 대나무를 사용해야 했던 불우한 한국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대리석으로 만든 10층 규모 (신)본관의 위용은 환경관, 학술정보관 등과 함께 ‘첨단’ 부경대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첨단’과 병존하는 ‘휴식’공간도 으뜸이다. 이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풍경 좋은 산책공간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강의동 사이사이에 위치한 나무숲과 벤치, 잔디밭에는 밤늦도록 책과 씨름하다 잠시 누워 눈을 붙이던, 수업을 빼 먹고 자유를 만끽하던 열혈 청춘들의 추억이 그득하다. 전신인 부산수산대의 전통을 계승하며 부산대의 ‘특성화’ 학문으로 자리잡은 ‘수산학’을 위해 교내에 자리한 양어장도 이채. 학문적 중요성 뿐 아니라 백경동산과 함께 캠퍼스 커플이 꼽는 최고의 연애장소로도 유명하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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