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르마극장을 초청해 선보인 장대한 스펙터클의 오페라 아이다(AIDA)가 서울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세차례 공연을 가졌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코끼리, 낙타, 말 70여마리와 함께 쌍두전차 6대, 천여명 행렬이 운동장 트랙을 한바퀴 도는 장면 등으로 대규모 야외 공연에 걸맞는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갖가지 볼거리들이 풍성해 오페라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 때문에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의 오페라팀과 무용단 외에 동원된 엑스트라만 해도 천오백명 가량이 넘는 어마어마 규모.
때문에 오페라 아이다 운영측에선 관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요원 지원신청을 받아 3백여명 가량을 경기장 곳곳에 배치했다.
공연 첫날이었던 19일, 공연 시작 몇 시간전부터 행사장을 정돈하고 리허설에 여념이 없던 수백명의 대학생 행사요원 가운데 선두 지휘의 총대를 메고 더욱 분주해보이던 이 철(용인대4)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은 주로 공연시작과 끝에 관객들이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자리찾는 것을 돕거나 사고없이 공연이 진행되도록 장내를 정리하는 것인데 야외 행사의 경우 통제가 어렵고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빈번해 매 순간 긴장해야 한다고.
"공연이 있는 당일엔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꼬박 하루동안 끼니도 거르며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는 일도 다반사죠"
이번 아이다 공연의 경우엔 워낙 규모도 커서 공연 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 일요일부터 거의 매일 경기장 안전점검과 리허설을 했고 지원한 대학생 행사요원들 3백여명의 교육과 투입장소 배정을 하는 등에 매달리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란다.
이번 아이다 공연을 위해 일시적으로 참가한 여타 대학생들과 달리 이철씨가 이런 대형 야외행사에 진행요원으로 활동한 것은 올해로 벌써 7년째, 대학교에 갓 입학한 해부터였단다.
그러니 행사진행경험만도 벌써 상당해서 서태지나 신화와 같은 인기가수들 콘서트는 물론이고 작년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컵 경기와 바로 며칠전에 가졌던 한일 올림픽 친선 경기에서도 스텝(STAFF)으로 참가했던 그의 화려한 지난 기억을 살짝 털어놨다.
"그래도 정작 공연은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공연보다는 관객들을 보느라 아예 관심도 없어지더라구요" 하면서 웃는다.
우연히 대학선배의 소개로 97년 갓 시작했던 때엔 공연문화도 지금보다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든 점도 더 많았는데 오히려 그랬던 탓인지 관객이나 자원봉사자, 행사요원들과는 더욱 돈독한 관계를 느끼며 행사 진행에 참여했고 추억도 많단다.
아이다 공연 진행으로 경기장에서 며칠째 새우잠을 자면서 집에도 못들어간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 대신 활기차게 웃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매력과 이 공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진다며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한혜경 인턴기자 cleanly@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