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경쟁력이 교육정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경쟁력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며 미래를 여는 열쇠다. 정부부처 중 교육부가 부총리 부서인 것은 무릇 교육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또 얼마 전 대통령이 교육부 수장에 경제 관료 출신을 임명했던 것은 교육에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국가 CEO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기술 개발과 지적 인프라의 토대가 되는 대학경쟁력은 국가경쟁력에 직결된다. 요컨대 교육경쟁은 미래를 건 경쟁이기에 교육정책의 성패가 우리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사회는 노동이나 자본에 기반 한 전통적인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과 창의성이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사회다. 때문에 지식의 주체인 인재를 양성하는 일과 인적자원을 개발(HRD)하는 것은 국가정책의 근간이다. 고등교육경쟁력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이다. 경쟁력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우수한 인력,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경쟁력 있는 고등교육은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고등교육 경쟁력 문제가 이렇게 중요하므로 이를 담론으로 하는 정책적 토론, 비전제시, 정책제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어야만 한다. 교육당국, 대학현장의 교육자, 오피니언 리더들이 각각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국가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고등교육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기하고 민주적 토론을 거쳐 국민적인 합의점을 찾아야할 것이다.
우선은 대학교육의 국가적 역할과 원칙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견들이 있겠지만 필자도 나름대로 몇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대학과 대학원 교육은 다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원론적 이야기지만 대학은 교양과정과 기초교육에 비중을 둬야 하고, 대학원부터는 연구 과정이므로 전문성을 강조해야 한다. 가령 대학교육에서는 교양과목의 교차교육이 중요하다.
현대사회의 복잡성 때문에 인문계 대학생에게는 기술, 자연과학, 첨단과학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위한 교육이 불가결하며, 자연계 대학생에게는 인문학적 소양, 정치적 교양 또는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서는 전문화, 특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자연과학연구자의 경우 이것저것 잡식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게 한다. 전문적 영역으로 갈수록 최고가 돼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과학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publish or perish(연구논문을 내든지 아니면 사멸하든지)”는 전문적인 연구야말로 경쟁력의 근원임을 뜻하는 말이다.
다음은 경쟁력이 없는 대학이나 교육구성원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경제력이 10~12배인 일본은 대학수가 한국의 2배가 채 안된다. 인구대비로 보나 경제력에 비해서나 한국은 대학이 너무 비대하다. 대학은 만면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과감히 불식하고 경쟁력 없는 대학은 통폐합해야만 한다. 다이어트는 단지 몸매가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부실하고 비대한 대학은 다이어트가 절대 필요하다. 대학의 슬림화는 대학의 건강과 경쟁력을 위한 선결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