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 2주년 앞둔 김성훈 상지대 총장

지난 2004년 ‘분규사학’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민주시민대학’으로 거듭난 상지대가 중부내륙권 명문사학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 7.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등록율도 지난해 98.3%에 이어 올해는 99%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부 연구비 수주 실적을 250여억원 올렸다. 지난 2005년 3월 취임한 김성훈 총장이 몰고 온 새바람이다. DJ정부에서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 총장은 농업경제학 분야의 전문성과 행정개혁의 경험을 살려 상지대를 ‘건강, 한방의료, 생명, 환경’ 분야 대표 사학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김 총장은 “앞으로도 학생제일주의는 변치 않을 것”이라며 “대학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장수 농림부장관이기도 한 김 총장은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돈 10원도 안 주면서 지나치게 간섭하려 한다. 지원한 만큼 간섭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취임 2주년을 앞둔 김 총장을 지난 8일 만났다. 김 총장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중앙대 총장 교수, 중앙대 제2캠퍼스 부총장, 농림부장관 등을 지냈으며 현재 경실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김문기 전 이사장이 낸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송을 몇 십 건 냈는데 김 전 이사장이 승소한 재판은 딱 1건입니다. 유일하게 지난해 5월 고등법원에서 그 전 이사들의 동의 없이 임시이사들이 정이사 체제를 출범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지금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데 이것만 끝나면 마지막입니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김 전 이사장이 설립자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이 난 적 있습니다.” ― 분위기가 어수선할 것 같은데, 학교 전체는 안정돼 있나요? “안정이 된 정도가 아닙니다. 처음 총장으로 갔을 때 추가모집을 했는데 지난해 경쟁률이 5.44대 1이고, 올해는 7.2대 1을 기록했습니다. 등록율도 지난해가 98.3%였고, 올해는 9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비도 30억원이던 것이 240~25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던 재정도 최근 몇 년새 흑자로 돌아설 정도로 튼튼해졌습니다.” ― 상지대는 어떤 분야가 특성화되어 있습니까? “제가 오면서 ‘건강, 생명, 환경, 복지, 휴양’ 이 5가지를 특성화했습니다. 한방병원이 있는데 한의과대학은 경쟁률이 70대 1을 넘을 때도 있습니다. 간호학과와 한방의료공학과, 의료경영학과를 묶어 보건과학대학을 만들었는데 여기도 지원율이 높습니다. 시대에 부응하는 학과를 특성화한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 취임 일성으로 ‘학생 제일주의’를 강조하셨는데요. “등록금에 의존하면서도 우리나라 대학은 학생 섬기는 것에 소홀했습니다. 학생이 입학하면 교수 1명이 10명을 맡아서 멘토링 해 주고 있습니다. 공부뿐 아니라 인생 상담이나 인성교육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학생식당의 1,600원짜리 식단도 유기농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인력개발센터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까지 멘토링 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규정도 학생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으면 바꾸었습니다.” ―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취임하면서 강조한 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세계화와 지방화를 합친 이른바 ‘세방화’ 전략을 주창했습니다. 6개 단과대학이 원주시 6개 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어 서로 협력하는 일교일촌 운동을 국내 대학 최초로 시행했습니다. 또 원주시를 비롯해 태백, 횡성, 홍천 등 11개 시군과 관학 협력을 맺어 지역사회 문제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고, 지역사회에서는 상지대가 명문대학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대학마다 특성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민주적인 절차로 공론화해서 추진해야 합니다. 학교가 이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처방이 나오면 교수사회와 직원, 학생들한테 던지고 토론하도록 해야 합니다. 거기서 최대 공약수를 뽑아내야죠. 최대 공약수가 안 되면 최소공배수라도 뽑아내서 동의한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존이구동’이라는 말이 있는데 의견이 다른 것은 다음에 또 토론하자고 남겨두고 의견이 일치된 것만 해 나가야죠.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해나가야 합니다.” ― 고등교육 정책 전반에 걸쳐 정부가 너무 간섭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가 지원해 주면서 간섭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사립대는 돈 10원도 안 도와주면서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국립이다, 사립이다가 없습니다. 교육기관으로 인정했으면 국가가 할 일을 대신 해 줬으니까 도와주고, 도와준 만큼 간섭합니다. 지금 교육부 예산의 4.7%가 사립대학 지원인데, 그것도 서울에 있는 큰 사립대가 대부분 가져갑니다. 제발 정부가 돈 좀 지원하고 지원한 만큼만 간섭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지나치게 많은 대학 설립을 남발하다 보니 옥석을 구분 못해요.” ― 대학평가를 놓고 말들이 많은데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을 통해서 각종 평가를 하는데요, 평가기준의 불공정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됩니다. 국립대와 사립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를 똑같이 평가합니까. 정성평가를 해야죠. 그래서 지난해부터 대교협에서 하는 평가를 전국 대학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대교협을 탈퇴하자는 ‘대교협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대교협이 교육부인 것처럼 군림하려는 경향도 있었잖아요.” ― 대학들이 등록금 때문에 해마다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에 9.2%, 올해는 5.5% 올렸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제일 높아요. 그런데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학생들하고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합의하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학생을 주인으로 대우해 줘야합니다. 군림하려는 생각이 문제에요.” ― 김신일 교육부장관이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등록금예고제’를 하겠다고 했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교육부는 뭐든 (간섭) 안 할수록 좋습니다. 교수, 학생, 직원이 합의해서 인상하면 되지 왜 그것을 교육부가 간섭합니까.” ― 총장님 전문분야이기도 한데, 한미FTA가 지금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개방 자체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FTA도 반대 안 합니다. 어떤 형태로 개방하느냐, 어떻게 국가 이익을 최대로 지켜나가면서 FTA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반FTA가 무역의 관세를 없애는 것이었다면 미국 경제의 틀에 맞추느냐 안 맞추느냐 하는 것이 한미FTA입니다. 한-칠레 FTA도 3년 2개월 걸렸는데 그것보다 100배 이상 파급력이 있는, 경제를 통합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한미FTA를 미국 일정에 맞춰서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준비 없이, 비전문가들이 갑자기 서두르는 것을 보면 무슨 딴 이유가 있는 모양인데, 경제적인 이유로 안 보입니다. 경제협약은 경제논리를 따라야죠.” ― 앞으로 상지대를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까? “제가 있는 한 모든 면에서 학생제일주의는 변치 않을 생각입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그 동안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에 소홀했는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단 상지대에 들어온 학생은 사회 진출도 도와줘야 합니다. 학생이 첫째이고, 특성화는 둘째입니다. 구조개혁은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대담=본지 이인원 회장, 정리=권형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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