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산대는 동남권 발전의 견인차"

김인세 부산대 총장은 스스로를 ‘세일즈 총장’‘서비스 총장’이라고 부른다. 그는 “추진력을 갖고 과감하게 대학 운영을 해 나가지 않는 한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을 대표하는 리더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여름, 청와대의 교육부총리 제의를 고사한 것도 이 같은 소명감에서 비롯됐다. 김 총장은 “대학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선택이었다”며 “우리의 작은 노력이 불씨가 돼 국립대가 변한다면 다른 대학들도 벤치마킹을 통해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 총장은 자신의 이름의 배경이기도 한 ‘인술제세(仁術濟世)’를 실천하고 있다. 젊은 시절 그의 직업이 ‘명의(名醫)’였다면, 올 해 ‘이순(耳順)’을 맞는 그가 새로운 소명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역 인재 육성을 통해 동남권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것. 때문에 부산대는 과감한 구조개혁과 대학 혁신을 통해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부산캠퍼스, 양산캠퍼스, 밀양캠퍼스로 이어지는 복수캠퍼스의 특화전략이 진행 중이며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를 계기로 세계 수준의 의료허브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민간투자방식을 도입한 효원문화회관 건립 사업도 국립대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전망이다. 취임 당시 내놓았던 공약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가고 있는 김 총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노력해 대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확고한 재선 의지도 피력했다. 부산대가 추진 중인 개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오는 6월 시작될 총장 선거에 입후보할 뜻을 분명히 했다. 19일 총장실에서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대학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복수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캠퍼스별 특화계획은 무엇인가. “부산캠퍼스는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메인캠퍼스로서 다양한 학문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학발전기금을 투입해 성학관과 제2법학관을 완공했고, 국립대에선 최초로 BTO방식을 도입, 효원문화회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양산캠퍼스는 첨단 의생명과학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를 계기로 양산캠퍼스를 세계적 수준의 의료허브로 조성하는 계획이 더욱 탄력 받고 있다. 양산캠퍼스가 의대캠퍼스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큰 34만평에 달하지만 실버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면 이정도도 부족하다. 앞으로 양산시로부터 대규모 부지를 더 기증받아 의료기기 생산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1조원짜리 메디칼폴리스가 조성된다고 보면 된다. 밀양캠퍼스는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소인 독일의 프라운호퍼 IGB와 함께 공동연구센터를 오픈, 첨단 생물소재 및 BNT 분야의 동북아 R&D 허브이자 과학영재 교육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다” -한의학전문대학원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운영 목표는 “기존 한의과대학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R&D 중심 전문대학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한·양방 공동교육과 공동연구, 협진으로 한의학을 과학화시키고 연구결과를 산업화해 민족적 자산인 한의학의 세계화를 견인하겠다는 목표다. 그동안 11개 사립대 한의과대학에서 담당해 오던 임상 중심의 한의학 인력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력양성 패러다임을 구축할 방침이다. 국민 보건·의료 서비스의 선진화 기반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적인 공약 이행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왔나 “3년간 주요 업무 추진 실적과 공약 이행 현황을 짚어 보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려는 취지였다. 우선 2006년 3월 부산대와 밀양대가 통합에 따른 복수캠퍼스시대를 열고 캠퍼스별 특화벨트를 구축했다. 교원수는 2003년 839명에서 2007년 1,116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교수학습지원센터와 교양교육원, 종합인력개발원을 신설하면서 교육혁신을 위한 관련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장단기 발전계획과 TOP 5 전략을 수립했고 단과대학 발전계획 평가와 부속기관 평가를 실시했다. 취임 후 2007년 1월말 현재 순수기금 836억원과 약정액 1,314억원 등 모두 2,150억원의 대학발전기금을 모금했다. 강의실 혁신 사업을 통해 e-learning이 가능한 강의실을 전체 240개 중 195개 완료했다. 2008년 초까지 100% 완료할 계획이다. -국립대 법인화가 입법예고 됐다. 이에 대한 입장은 “법인화 문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신중히 접근해야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울산과 인천에 법인화된 국립대가 들어서는데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통해 점차 차별화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가 되면 각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또한 법인화 여부를 떠나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민간투자방식의 효원문화회관이 설립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학내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는데 대해 구성원들의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민간에서 투자해 건립하고 운영을 함께 하면서 이익을 나누는 사업이다. 각종 문화공간이 들어서는데 무엇보다 학교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익을 만들어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다. 국립대학의 수익이라고 해봐야 국고와 등록금 밖에는 없다. 다른 소득원을 우리가 최초로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구성원들이 상업시설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대학은 주어진 여건에서 환경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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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도 등록금 갈등에서 예외가 아니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립대의 등록금은 어느 정도 현실화해야한다. 교수 인건비가 사립대의 50~60% 정도 수준이다. 똑같은 학생 수를 키워 내는데 국립대는 적은 비용으로 인재를 배출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10대 그룹 CEO출신에서 부산대의 경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월급이 절반에 불과한데도 이런 성과를 낸다는 것은 국립대라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총장실 점거 등의 과격한 투쟁은 하지 않는다. 학생들과 터놓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교육부총리 제의를 거절했다.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거짓말도 못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첫 직업인 의사로서 25년을 살아오면서 인명을 다루는 만큼 희생, 도전, 전투적인 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그런데 교육부총리는 그렇게 전투적인, 사람은 적합하지 않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장 취임 후 지난 3년 6개월 동안 큰 보람을 느꼈다. 취임 때 내세운 공약도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고 있다. 총장으로서 주어진 일들이 너무나 많고 대학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부산대의 장래가 밝다. 그래도 지방대로서 수도권집중화 현상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부산대의 경우 등록금이 싸고 제일 권위 있는 지방 국립대로서 타 지역 학생들의 유입도 많다. 하지만 인재를 많이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내에서 재정 위기를 겪을 만한 대학들은 수도권의 규모가 큰 사립대다. 예산이 한 해 6천억을 오가는데 그 재원이 모두 동문이나 등록금, 기부금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게 부실해지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몸집만 부풀릴게 아니라 내실을 키워야 할 때다. 지금 울산, 부산 지역의 중공업 산업계에 근무중인 인력의 34%가 부산대 출신으로 이뤄져있다. 부산대는 지방 여타 대학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교육, 연구, 산학협력을 모두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중 꼭 하고자 하는 일은?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발맞추면서 미래 지향적인 발전전략을 개발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총장 취임 당시의 초심을 유지하며 서비스 총장으로서 더욱 열정적으로 대학발전의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부산대가 세계적 명문의 반열에 올라서는 초석을 확실히 놓겠다” <김인세 총장 약력> ▲1973년 부산대 의학과 졸업 ▲1982년 한양대 대학원 의학박사 ▲1997년 9월~1999년 8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1999년 10월~2000년 11월 대한마취과학회 회장 ▲2003년 11월~2004년 10월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2003년 9월~현재 부산대 제17대 총장 ▲2004년 2월~현재 그린닥터스 공동대표 ▲2003년 7월~2005년 7월 대통령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저서 '마취과학' '중환자 진료학' '통증의학'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으며'(산문집) '겨울바다에 뜬 별, 개밥바라기'(산문집) 대담=본지 이인원 회장, 정리=부미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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