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사상자를 낸 미국 버지니아텍의 총기난사사건이 우리나라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총격범이 한국인 조승희씨(영문학과 4학년)로 밝혀지면서 그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취업난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등으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12%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었던 성인들의 9.6%가 우울증을 경험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조상식 동국대 학생상담센터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공동체 내에서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찾는 경우가 적다"며 "우울증, 게임중독 등 개인의 심리에 문제가 있더라도 동아리 집단이나 학과 커뮤니티 등의 활동이 적기 때문에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의 대학생활에서는 학생들이 외톨이로 있으면서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성폭행이나 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학생생활연구소 장세미 심리상담전문가는 "조씨의 경우 내면에 존재하는 공격성이 밖으로 나온 사례로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공격성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하면 자살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자살은 국내 대학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자살자 혼자만의 죽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총기를 소지할 수 없기 때문에 총기난사 사건 같은 끔찍한 형태로 발전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대학생들이 않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충남대 혁신인혁개발원 임정섭 심리상담팀장은 "국내 대학생들도 총기를 소지하지 못할 뿐, 자살이나 방화와 같은 형태로 정신적인 고통이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들도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사전에 체크에 이에 따른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상식 센터장은 "상담센터를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은 실제로는 반쯤 치유되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찾아오지 않는 학생, 수면 아래에 있는 학생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학들이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미 심리상담전문가는 "버지니아텍 사건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학생에게 주변에서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였느냐의 문제"라며 "심리적으로 불편을 겪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기보다는 대학이 자진해서 찾아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학에 신입생이 입학하면 전반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대학들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의 측면 보다는 학생 취업을 더 중시해, 점차 상담시설의 기능을 축소시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장세미 심리상담전문가는 "대학생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상담 할 전문 상담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라며 "대학들이 전문상담원을 확충해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정섭 충남대 심리상담팀장도 "모든 학교가 학생들의 정신건강 측면보다는 진로나 취업쪽으로만 집중해 상담기능이 상당히 축소됐다"며 "학생들의 정신이 건강해야 사회에 나가서도 올바른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학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