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정원제, 캠퍼스 간 정원 조정, AI 융합학과 등 ‘생존 전략’
개편 과정 ‘갈등 불가피’…대학 구성원 ‘공존 방법 찾아야’

유원대 영동본교 정원감축에 반대하며 군민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유원대 영동본교 정원감축에 반대하며 군민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의 학사구조 통폐합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없는 학과를 줄이기 위해 학사구조를 바꿨다면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트렌드 변화를 바탕으로 융합 전공이란 변화의 물결이 나타나는 추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입생 충원 절벽을 마주한 비수도권 지역대학에서 특히 빈번하게 나타난다. 

■캠퍼스 정원 조정·융합 학과 개편 등 생존 위한 대학의 ‘묘수’ 찾기 =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유입 감소 문제다. 3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수능 시험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사상 처음 50만명을 밑돌았으며, 실제 지원자는 42만6344명에 그쳤다. 내년 대입 정원이 47만9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당장 5만명의 정원은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들은 나름의 대안을 강구했다. 그 중 하나는 정원 조정이다. 최근 강원대는 ‘탄력정원제’가 포함된 ‘대학구조혁신안’ 시행을 결정했다. 미충원 인원이 발생하는 학과의 정원을 줄여 정원 충원율 100%를 넘는 학과로 정원을 이양하는 방식이다. 신입생 충원율을 높게 유지하면서 전체 학생 정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2022학년 입시부터 강원대 개별 학과의 정원은 재학생 충원율에 따라 정원이 30% 줄거나 5% 늘어난다.

강원대가 탄력정원제를 단행한 결과 감원 인원 대부분이 삼척캠퍼스에 집중됐다. 재학생 충원율이 상대적으로 춘천캠퍼스보다 낮기 때문이다. 올해 강원대 재학생 충원율은 춘천캠퍼스 104%, 삼척캠퍼스 88.9%로 캠퍼스별 차이가 컸다. 

2022학년 강원대 입학정원 조정안에 따르면 전체 감축 인원 145명 중 삼척캠 학과 비율이 77.9%나 됐다. 감축 인원도 113명에 달했다. 이에 강원대 내부에서는 “사실상 삼척캠퍼스 학과 정리 수순”이라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유원대는 비슷한 상황으로 인해 공개 사과문을 낸 사례다. 유원대는 5월 본교인 영동캠퍼스 입학정원 140명을 줄이고, 아산캠퍼스 정원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2021학년도 입학전형 변경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했다. 

이같은 결정은 영동군과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영동군은 영동캠 학생 수 2500명 이상 유지, 아산캠퍼스로의 학과 이전 중단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유원대와 체결했었기 때문이다. 영동군은 입장문을 통해 “체결 이후 군에서 지원한 재정지원금 환수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추진한다”며 “앞으로 계획된 대학과의 모든 협력 사업 등도 중단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학과 통폐합으로 “인구 감소는 물론 위축된 지역 경제도 악화될 것”이라는 게 영동군의 반대 이유였다.

‘정원’의 범주를 벗어나 ‘학과’ 차원의 해결책도 눈에 띈다. 기존의 학과를 융합 학과로 한 데 묶어 운영하거나 AI관련 학과로 개편하는 사례들이다. 울산대에는 2021학년부터 AI 관련 학과가 신설된다. 해당 학과 신설을 위해 울산대는 편입학 정원을 일부 조정했다.

충남대도 지난달 연 회의에서 ‘2022학년도 학사 개편’을 결정했다. 기존 행정학부 정원을 이용해 도시·자치융합학과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충남대 측 설명에 따르면 “아직 교육부의 승인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충남대는 해당 방안을 “내년쯤 교육부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대학의 어쩔 수 없는 선택…본부 중심 학사구조 개편은 문제 = 이처럼 다양한 개편이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것은 시대적 배경상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등을 이유로 대다수 대학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트렌드에 맞는 학과로 정비를 해야 한다. 통폐합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송영훈 강원대 기획처장은 “이번 대학구조혁신안으로 학령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외부 교육환경에 대응하고자 했다”며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부 학과 쏠림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8년 발간한 ‘대학구조개편에 따른 문제와 입법적 대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도 대학이 처한 현실에 따라 학과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는 현상 자체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봤다.

전윤구 연구책임자는 “재정적 압박 속에서 대학 간 경쟁심화와 신입생 유치 경쟁에 내몰린 각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특성화나 목적사업 재정지원을 따내기 위해서든,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든, 신입생 미달현상에 생존을 위해서든 관련 구성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학과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학사구조 통폐합 등의 개편이 대학들이 처한 불리한 여건을 해결할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본부 중심의 결정 방식이 여전히 통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 내 학사개편은 대부분 대학본부 내 몇몇 처장과 단과대학장이 속한 교무위원회나 각종 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총장 결재에 따라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충원율 확보 등 특정 목적의 효율을 올리려다 보니 개편 과정에서 소통보다는 일방통행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연구자들은 각종 불이익 변경 사항들이 즐비한 학사 개편이 별도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대학들로는 당연히 그런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편이 실패하게 되면 해당 학과뿐만 아니라 대학 전체가 부실대학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들은 ‘전략적 기획’을 통해 10년 계획을 세워 통폐합과 학과 신설 계획을 매년 바꿔간다. 속도만 강조하는 단기적 결정보다 대학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관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가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에 정작 정년이 얼마 안남은 노교수의 참여도가 높은 일이 발생한다”며 “젊은 교수들의 참여를 높이고, 외부전문가를 들여 사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다각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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