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4건 발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매듭 ‘절실 ’
‘지역혁신 플랫폼’ ‘지방대육성법’ 세부지원 방안 필요… 지방대 ‘소멸’ 막아야
급변하는 교육환경, 원격교육 관련 법안 마련 등 새로운 교육 이정표 제시 ‘시급’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공청회' 현장.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공청회' 현장.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지난해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범세계적 전염병의 습격으로 교육계 이슈는 코로나19 이슈에 함몰되고 말았다. 등록금 반환가 같은 당장의 현안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온라인 수업 장기화와 수능 대안 마련 등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더 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고등교육 이슈 중에는 국회가 입법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새해를 한 달 앞두고 본회의에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 △학술진흥법 △산학연협력 및 산업교육진흥에 관한 법 등 몇몇 고등교육 관련 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본지가 신축년을 맞아 대학가가 주목하고 있는, 그리고 올해는 해결돼야 할 고등교육 이슈들을 짚어봤다. 

■‘초당적’ 국가교육위원회,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가능할까 =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입 정책이 요동치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정권에 따라 대입 정책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 정책들도 맥없이 흔들린다. 

이번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정권 초기 수능 축소를 강조했지만, 정작 2022학년부터 정시를 확대하는 것으로 방침을 틀었다. 급기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문제로 촉발된 학종 불공정 논란으로 재차 정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놓는 등 임기 내내 교육 정책이 정돈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 줬다. 

이러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다. 교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국가교육위는 2002년 대선 공약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제도다. 정치논리에서 독립된 위원회를 설치해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에서 최소한 십년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도 국가교육위 설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등 의지를 나타냈다.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는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하지만 국가교육위는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국가교육위 설립에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국가교육회의·교육부·국회 등 TF팀까지 꾸려지며, 국가교육위 설립을 구체적으로 준비했음에도 끝내 불발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유기홍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군불을 지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유 위원장의 안을 포함해 총 4건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률안들에는 국가교육위의 소관 업무와 위원 구성, 위원 추천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21대 국회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여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국가교육위가 설치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교대 총장을 역임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공청회에서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현 상황에 맞는 국가교육위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번의 입법에도 불발된 ‘숙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대학가의 ‘숙원 사업’이다. 현재 초중등교육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교육 예산으로 확보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고등교육은 정부 재원보다 민간의 지원이 월등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OECD 교육지표 2020’ 자료에 따르면 고등교육 단계에서 민간이 부담하는 비율은 1.0%로 OECD 평균 0.4%보다 높다. 반대로 정부 부담 비율은 0.6%로 OECD 평균 대비 60% 수준에 그친다.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비율이 낮은 것은 사립대 비중이 80%에 달하는 국내 고등교육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대학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반강제로 묶어 둔 등록금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점차 악화되는 대학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학금을 폐지하고, 등록금 인상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등 각종 규제에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비율은 OECD 평균만도 못하다는 것은 대학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 대학의 ‘공공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리면서 대학 지배구조의 공공성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는 경우 사립대 중심인 현 대학 체제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KEDI 교육정책포럼’에서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상생하며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보 관련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구체적인 재원 확충 규모로 OECD 평균인 GDP의 1.1%를 제시하기도 했다.

■소멸하는 지방대…대학 살려야 지역도 살아 = 전반적으로 고등교육 분야의 어려움이 짙은 가운데 지역대학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입 자원이 줄어들면서 신입생 충원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신입생 부족은 대학의 재정난을 넘어 존폐를 결정하는 큰 문제다. 사립대 전반이 힘든 시기이지만, 지방 사립대는 사실상 ‘소멸 위기’에 몰렸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현재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지역혁신 플랫폼)이다. 지역의 혁신은 물론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대학과 지자체, 기업이 함께 연계해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으로 1000억원 넘는 국고가 투입된다. 그럼에도 정부재정지원사업인 만큼 선별된 지자체나 대학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보다 다양하고, 세밀한 지역대학 지원 방안이 필요한 때다. 지역대학의 어려움을 반영해 21대 국회에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방대육성법)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계류 상태다.

지난해 10월 수도권-지방 간 재정지원 격차를 지적했던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은 균형 발전이 아닌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며 “지역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와 행정·산업·교육역량을 융합하는 혁신적인 균형 발전 전략 수립”을 주문하기도 했다.

폐교된 서남대 전경.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폐교된 서남대 전경.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문닫는 폐교대학 늦출 수 없어…구제 법안 시급 = 지역대학의 소멸은 곧 대학 폐교를 의미한다. 그간 폐교대학이 나오는 주된 원인은 설립자의 방만한 학사 운영과 비리 경영이었다. 하지만 최근 입학 자원 부족과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21학년도 입시를 기점으로 대학 입학정원과 대입 자원이 역전됐기에 향후 폐교 릴레이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는 저출산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신입생을 제대로 선발하지 못해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그로 인해 투자가 줄면서 더더욱 신입생 선발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흐름에 올라탄 대학들을 구제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해결책이 없는 이상 관건은 ‘사후 대책’이다. 폐교를 막을 수 없다면, 이후 청산절차 등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17개 대학이 폐교되는 동안 제대로 청산 절차를 끝낸 곳은 경북외대 단 1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받은 ‘폐교대학 현황 및 학교법인 청산여부’ 자료에 따르면, 해산 수순에 들어간 9개 폐교대학 중 경북외대를 제외한 8개교는 청산절차를 완료하지 못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해당 대학에 근무했던 교수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국회도 폐교대학에 관심을 갖고 토론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폐교대학 종합관리지원센터’ 정도다. 폐교예정대학의 관리·지원을 포함한 후속 상황 관리 차원에서 센터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현실성 문제로 독립된 기구가 아닌 한국사학진흥재단 내에 센터를 설치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중이다. 

폐교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은 “하드웨어 구축에 치중하지 말고 폐교대학 교직원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을 확보하기 위한 ‘폐교대학 종합관리사업’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차원의 폐교대학 지원과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역시 고려 대상이다.

■펜데믹 이후의 고등교육…코로나가 가져온 대학의 변화 =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과 온라인, 원격 등의 수식어가 자연스러워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교육과 교육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올해 주어진 또 하나의 고민거리다.

대학가는 지난해 1년간 대부분의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자 대학들은 수업진행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족쇄처럼 제한돼 있던 일반대의 원격수업 강의를 대학 자율로 풀었다.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의 원격교육을 전담해오던 사이버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교육 현장의 혼란을 교통 정리할 묘수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일부 미래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가진 의원들이 교육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 등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학의 원격 강의나 해외 사례 같은 ‘나노 학위’ ‘부트캠프’ 등 세부적인 플랫폼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를 위한 법안도 전무하다.

향후 원격 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원격 교육의 콘텐츠 질 제고와 시스템 향상,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법안 마련도 국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키워드

#21대 국회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