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보수 중요하지만 법적 지위 부여가 먼저



“앞으로 시간강사 청우개선과 교육재정 확충 문제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지속적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겠다.” 김부겸 국회 교육위원장이 18대 국회 개원 후 첫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시간강사 처우개선 문제를 강조한 이후 국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바뀔 때마다 제기되곤 했다가 자동 폐기되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확충이라는 처방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편에서는 처우개선에만 매달리다 보면 결국 ‘교원 지위 부여’라는 본질적 문제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 관련 논의 부쩍 늘어=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법안 관련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지난 8월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교원의 범주에 시간강사를 포함해 전임강사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할 경우 보수 현실화, 4대 보험 가입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역시 비정규직 교수 권리향상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지난 6일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현실적인 처우개선 방안으로 “시간강사에게 4대 보험부터 먼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구체적 방안까지 직접 제시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시행령을 개정해 시간강사에게도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을 적용하는 방안과 전임강사처럼 수업연구와 학생지도 등의 교육활동을 포함해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교과부와 임 의원실은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고용보험을 대학이 적용했던 것처럼 첫 번째 방안을 보다 현실 가능한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번째 방법이 좋긴 하지만 예산이라든지, 다른 비정규직과의 형평성이라든지 여러 문제가 걸린다”라며 “국감이 끝나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다른 의원실과도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고등교육 재정 확충 선행돼야=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지난 17대 국회 때에도 여야 의원 3명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결국 폐기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재정 지원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임해규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대학 시간강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 1일 현재 시간강사 수는 7만2419명으로 총 수업시수 92만7627시간 가운데 33.8%인 31만3196시간을 담당하고 있다. 1년으로 환산하면(×30주) 939만5880시간이 되는데 시간당 강사료를 1만원만 올려도 연간 94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17대 국회 때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처럼 시간강사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국립대 전임강사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을 국가가 보장할 경우 연간 7000억원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립대는 전액, 사립대는 50%를 국고에서 지원할 경우에도 매년 5000억원 가량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하우영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위원장(전남대 강사)은 “개별 대학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시간 강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재정구조가 취약한 사립대 반대도 있지만 정부가 재정 부담을 질 의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황영기 전국기획처장협의회장(경남대 기획처장)은 “4대 보험을 보장해 주고 강사료를 조금 올려준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라며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교원확보율을 높일 수 있게 사립대에도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황 처장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처럼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먼저 법률화해야 한다”며 “재정 지원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시간강사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보다 명확히 하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원 지위 확보가 먼저 의견도= 하지만 최근 국회 논의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부여보다 처우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우영 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국회 논의를 보면 우선 처우를 조금 개선한 뒤 다음 단계로 교원 지위 보장을 다룰 분위기인데 그런 식으로 흐르면 처우를 개선하는 선에서 논의가 끝날 수도 있다”며 “시간강사들에게 필요한 건 빵 몇 조각 더 주는 것보다 ‘교원’이라는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교원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전임강사와 똑같은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교원으로서의 신분이 보장된다면 전임강사 연봉의 50%가 아니라 4분의 1만 받아도 만족할 수 있다”며 “적어도 2~3년은 안정적으로 교육·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강사 93.2% “법으로 신분 보장을”
교원지위 부여 찬성 대학 ‘전무’ 인식차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4대 보험을 먼저 보장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대학은 4대 보험을 전면 지원할 의사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간강사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강의료 인상이나 법적 지위 부여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거의 없었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개선 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고등교육정책연구센터(센터장 신현석 고려대 교수)가 지난 6월 전국 72개 대학 시간강사 및 강의전담교원 2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간강사들은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사항 1순위로 강의료 개선(51.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번 조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의뢰한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방안’ 정책연구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이달 안에 정식 보고서가 출간될 예정이다.

강의료 개선 다음으로는 45.2%가 법적 지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꼽았다. 2순위에서도 1순위와 마찬가지로 강의료 개선(36.1%)이 가장 우선적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법적 지위 확보(28.5%)였다. 3순위에서는 연구 공간 마련 및 확대(48.3%)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교재 및 자료 지원(17.5%), 법적지위 확보(14.8%)가 그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항목별로 살펴보면,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법적 지위 부여에 대해서는 93.2%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간강사를 관련 규정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의견에 53.6%가 동의했다. 시간강사 명칭을 비전임강사로 개칭해 교원의 범주에 추가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87.1%가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급받기를 희망하는 강의료 수준은 5만원에서 6만원 사이가 31.9%로 가장 높았고 6만원에서 7만원 수준은 13.3%로 나타났다. 국·공립대의 경우는 시간당 7만2000원의 강의료를, 사립대의 경우는 약 5만4000원 정도의 강의료를 원했다. 실제로 지급받는 강의료 수준과 비교했을 때 국·공립 대학은 현재 수준의 약 1.8배, 사립대는 약 1.7배 정도의 인상을 희망하고 있었다.

4대 보험 지원 여부에 대해는 응답자의 78.3%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72개 대학 중 12곳을 골라 학교 측 의견을 물은 결과 4대 보험에 문제점이 있냐는 질문에 50.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라는 대답도 41.7%였다. 전면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83.3%가 없다고 응답했다. 부분 지원 시 가능한 보험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각각 41.7%와 50.0%로 나타났다. 직장연금보험과 직장건강보험을 지원하겠다고 응답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시간강사 강의료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50%가 보통이라고 응답했지만 구체적인 조정가능 수준에는 75.0%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현재 수준의 10~20% 인상과 20% 이상 인상 의사가 있는 대학도 각각 1곳에 불과해 시간강사들의 인식과 차이를 드러냈다.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도 문제 인식과 개선 가능성에 대해 각각 50.0%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개선해야 하는 항목에 대한 질문에는 시간강사 명칭 변경에 대한 응답이 25.0%, 시간강사의 위치를 불명확하게 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것에 대한 응답이 16.7%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원의 범주에 시간강사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곳도 찬성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