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로스쿨’ 강조했던 법전원, 급격한 태세전환에 ‘밥그릇 챙기기’ 비판
법전원협 “오픈 로스쿨? 변시 자격화 전제로 가능했던 주장”

정청래 의원의 방통대 로스쿨법을 두고 법학전문대학원 등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정청래 의원의 방통대 로스쿨법을 두고 법학전문대학원 등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국회가 발의한 방통대 로스쿨법에 대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변호사시험 자격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대 로스쿨이 도입되면, 현 체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변시낭인을 양산하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협의회가 사법시험 존치 논란 당시 방송·통신 로스쿨인‘오픈 로스쿨’을 먼저 주장했었기에 이중적인 태도란 비판이 뒤따르는 상황. 협의회는 오픈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자격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오픈 로스쿨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6일 발의한 ‘국립 방송통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안(방통대 로스쿨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12일 “국립 방송통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의된 방통대 로스쿨법은 현재 전국 25개 대학에만 설치된 로스쿨을 방통대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정 의원은 “2017년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교육환경 등의 문제점들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 직장인, 가사 전업자 등의 법조계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방송(통신)대 로스쿨이 운영되면 온라인을 통한 접근, 저렴한 학비, 입학전형 요소 간소화로 기존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계층과 배경을 가진 전문 법조인 배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방통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이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것 △법학 학점 12학점 이상을 이수할 것이 요구된다. 석사학위 과정을 두되 수업연한은 3년 이상으로 하며, 재학연한 6년을 초과하거나 유급 5회를 초과한 학생은 제적 처리된다.

협의회는 방통대 로스쿨은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현재 법전원 입학정원은 2000명으로 제한돼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인원의 50% 수준에 불과하다”며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가 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대 로스쿨이 설치돼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증가하면 현재 법전원 체제의 정착에 혼란을 초래한다. 또 다른 변시낭인도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방통대 로스쿨이 강조하는 △사회적 약자 및 지방에 대한 정책적 배려 △경력, 연령, 전공 등 학생 구성의 다양성 △풍부한 장학금 제공 등 해당 법안이 추구하려는 목적을 로스쿨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파트타임 법학교육으로는 사회적 수요와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며, “성급한 법안 발의보다 법전원 체제의 내실화에 힘쓰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다만 협의회의 주장을 놓고 ‘로스쿨의 밥 그릇 챙기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과거 협의회가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방통대 로스쿨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오픈 로스쿨을 공식 제안했기 때문이다. 오픈 로스쿨은 방송·통신 로스쿨을 도입해 ‘졸업정원제’로 운영하는 제도로 현재 화두가 된 방통대 로스쿨과 유사하다.

협의회는 2015년 교육부에 로스쿨 야간반 운영을 제안하고, 방통대 로스쿨에 대한 필요성도 적극 제기했다. 2016년에는 “방통대 로스쿨 설립 및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오픈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국회는 오픈 로스쿨과 같은 서민을 위한 제도와 법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협의회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오픈 로스쿨을 통해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오픈 로스쿨 제안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협의회는 교육의 내실화, 로스쿨의 사회적 약자 우대 선행 등을 방통대 로스쿨 설치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는 있다. 하지만, 결국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핵심 키워드로 읽힌다. 방통대 로스쿨이 생기는 경우 기존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협의회는 방통대 로스쿨에 대한 반대를 계속 이어나갈 전망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계속 파이는 늘어가는데 합격자는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시존치 논란) 당시 오픈 로스쿨을 제안했던 것은 합격을 보장하는 전제 하에서였다”며 “기회만 주고, 변호사 자격을 안 주는 구조에서 방통대 로스쿨을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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