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한 영진전문대 도서관팀장

정진한 영진전문대 도서관팀장
정진한 영진전문대 도서관팀장

일요일 저녁 방송되는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을 즐겨봤다. 스타강사 설민석씨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으로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설씨에 대한 역사 왜곡 문제가 제기됐다. 곧이어 설씨는 석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논문표절 프로그램 ‘카피킬러’ 확인 결과 표절률이 52%로 나타났다. 설씨는 결국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씨도 표절률 74%로 석사학위 논문이 취소되고 활동을 중단했다. 두 사람 모두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점을 볼 때 안타까운 일이었다.

몇 해 전 일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 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과목을 일본어와 영어로만 수업하는 이 대학은 재학생 6000명 중 3000명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글로벌 대학이다. 

도서관 방문 시 가장 눈여겨본 것은 writing center였다. writing center의 기능은 학생들의 논문작성 방법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 시부터 도서관을 통해 논문작성 방법과 인용문헌 표기법을 배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서관에서 선발한 4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들의 멘토가 돼 논문과 리포트를 쓰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지식정보의 유통과 생산의 순환적 공간인 대학도서관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이외에도 해외 대학도서관 중 워싱턴대 Odegaard Undergraduate Library와 호프스트라 대학도서관 등에서 writ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석·박사 학위 논문은 대학원 과정에서 작성하는 것이지만, 기초는 대학교 리포트 작성에서 출발한다. 해외 대학도서관의 writing center처럼 대학교 입학 때부터 논문과 리포트를 작성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면, 설씨와 홍씨의 사례 같은 표절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영진전문대 대학도서관은 수업과 연계해 리포트작성법을 사서가 직접 강의하고 있다. 지금은 실시간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대학원이 없는 전문대지만, 대학도서관이 주도적으로 도서관 자료를 활용한 글쓰기 방법과 인용문헌 작성법을 알려준다. 리포트란 논리적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이는 전문대와 일반대 학생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대학도서관은 물리적 공간의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백신접종과 치료제 개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성큼 다가와 있다. 대학도서관은 자료를 기반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이자 토론과 협력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으로써 대학도서관은 여전히 중요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대학 온라인 강의가 초반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확보했지만, 이전의 캠퍼스 생활을 모두가 고대하는 것은 대학생활이 단순히 강의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도서관은 그 모든 공간의 중심이다. 탐구와 토론을 비롯한 대학문화의 핵심이 대학도서관 안에 있는 것이다.

대학의 모든 지식자원이 유통·재생산되는 공간인 대학도서관에 writing center라는 물리적 컨설팅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물리적 토대 위에 사서가 주도해 논문과 리포트 작성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면,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학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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