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의 설립신고 반려…밀려난 교수들의 ‘노조할 권리’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고용노동부가 또 한 번 전국교수노동조합의 법적 노조 설립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전국교수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한 고용부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고용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한 것이다. 고용부는 재차 법원의 판단을 받아 정확한 행정을 펴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현행법과 불일치하는 경우에도 법원 판결을 근거로 고용부가 노조 설립을 승인한 사례가 있어 ‘시간끌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전국교수노조 측은 법적 노조 설립이 늦어지는 사이 교수들의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전국교수노조의 법적 노조 설립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교수노조와 고용부가 재차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8월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한 고용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전국교수노조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전국교수노조의 손을 들어 준 뒤, 고용부가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소송의 시작은 2015년 4월 전국교수노조가 고용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거부된 것부터다. 당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노조 가입 범위를 초‧중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고용부는 이를 근거로 전국교수노조의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했다.
하지만, 2018년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헌 판결을 내렸고, 이후 법 개정이 이뤄져 대학 교수들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에 교수노조는 2015년 있었던 고용부의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고용부의 노조 설립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할 것을 명하며 지난해 8월 전국교수노조의 승소를 판결했다.
승소 이후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전국교수노조의 바람과 달리 고용부는 1심에 불복하고 다시 한 번 소송을 벌였다. 교원 노조 설립 근거가 없던 2015년 당시로서는 설립을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고용부가 밝힌 항소 이유다.
고용부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용부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만 행위가 가능하다”며 “1심에서는 위헌 판결된 구 교원노조법 2조는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전국교수노조) 승소 판결이 났지만, 설령 헌법에 위배되는 법이더라도 2015년 당시 현행법에 따라서는 설립신고증 교부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부의 태도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행법에 일치되지 않더라도, 법원 판결을 근거로 노조 설립을 승인한 사례가 있어서다.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법적 노조 지위를 회복한 일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교조에 대한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무효로 판결했다. 전교조는 해직교원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어 해직교원의 노조 가입을 불허하는 현행법과 충돌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전교조에 노조설립을 허용했다. 당초 고용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했던 것도 해직교원을 조합원으로 둔 것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직교원과 퇴직교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개정법의 시행은 올해 7월 6일부터다. 그 전까지는 해직교원과 퇴직교원의 노조 가입이 불가능하다.
고용부 역시 전교조에 대한 처분과 같이, 전국교수노조에 대해서 1심 판결을 근거로 설립을 승인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소송에 나선 것은 행정상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는 “법적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관은 법원이기에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전국교수노조에 대한) 설립신고증 발부도 고려할 수 있다. 대법원 판단과 같이 1심 재판부의 판결도 존중해야 한다. 1심 판결에 근거해 설립신고증 교부를 검토해볼 수 있냐는 말은 맞는 말”이라면서 “그럼에도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다. 다시 한 번 판결 취지를 검토해 고용부의 판단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내려주거나 1심에서 법원이 판단한 내용이 동일하게 또는 추가적인 이유가 나온다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현행법보다 법원 판단을 우선한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부가 행정상의 이유를 들어 설립 승인을 늦추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가장 먼저 법적 노조 설립을 위해 나섰던 전국교수노조는 설립 승인이 미뤄지면서 보다 늦게 설립신고를 한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과 달리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물론 2015년 처분을 뒤집지 않고, 새롭게 설립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승인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의 상황에서도 언급됐던 해직‧퇴직교원의 노조 가입 문제 때문이다.
현재 전국교수노조는 해직‧퇴직교원도 조합원으로 받고 있다. 다시 설립을 신청해도 고용부가 이 문제를 들어 반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해‧퇴직 교원의 조합원 인정 여부를 놓고 또 다시 고용부와 소송을 하거나, 개정 교원노조법이 시행되는 7월 6일까지 기다렸다가 설립신고를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5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이후에야 법적 노조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부의 시간끌기로 법적 노조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전국교수노조 소속 교수의 ‘노조할 권리’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전국교수노조는 날로 교수들의 노동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고용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박정원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고용부가 설립 신고를 내주지 않고 시간을 끄는 동안, 교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압력을 받았다. 그런데도 노조로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노조의 논리는 명확하다. 이미 1심에서 승소했기 때문에 질질 끌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교수의 교권과 근로 여건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교수 임금을 삭감하거나 책임시수를 지나치게 늘리는 등의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교수들의 피해는 이미 많았지만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전국교수노조의 법적 설립 승인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