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훈 전주비전대 자동차로봇학과 교수(전 입학처장·기획처장)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진해군항제 벚꽃 축제 일정을 정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한다. 아무도 벚꽃 피는 시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매년 축제 일정을 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 언제부터인가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의 위기가 온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려왔다. 지방대 특히 남부 지역 지방대에 가장 먼저 어려움이 온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지금 전국 모든 대학의 입시가 어렵다는 소식이 들린다. 벚꽃 피는 순서를 기다린 대학은 무척 당혹스럽다고 한다.
전문대의 신입생 모집 위기는 2000년대 초중반 한차례 전국을 강타했다. 수도권 대학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많은 지방 소재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몇몇 대학들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3년을 전후해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을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는 데이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2023년이 되면 폐교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2014년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안이 나오면서 모든 대학의 관심은 대학 평가에 쏠렸다. 1주기 평가와 2주기 평가를 거치면서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대학의 입시 위기는 평가 뒤로 사라졌다.
대학들은 막연하게 학령인구 감소를 걱정했다. 하지만, 2021학년도 수시예치금 등록 현황을 보면 전국 평균 수시 등록률은 74%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10%p 이상 등록률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며, 당혹감을 금할 수 없는 결과다. 오래전부터 학령인구 감소를 걱정했던 필자도 예상치 못한 수치에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2021학년도 전문대 신입생 모집 결과를 보면 크게 네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몰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표 전문대라고 불리는 우수 전문대의 침체, 셋째는 보건계열 대학의 후퇴, 마지막은 지역에 관계없이 위기를 미리 준비한 대학의 선전이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면 현재의 결과에 당황하거나 한숨짓지 말아야 한다. 알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 더 일찍 준비할걸, 조금 더 많이 준비할걸, 조금 더 많은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알릴 걸’ 정도다.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바로 대학 재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짧은 기간 내에 대학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 관계자들과 대학 구성원들은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고 행동하고 있다. 전문대 관계자와 구성원들이 전문대라는 찻잔 속에서 내부만 들여다보다가 불러온 착각의 결과이기도하다.
일부 지방 전문대의 선전은 대학 구성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뼈를 깎는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성원의 희생이 있었다. 전 교직원이 입시 전선에 뛰어들어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상황임에도 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을 만나는 수고가 있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관광계열과 외식산업 분야 입시에 성공한 학과와 학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지난해 7월 전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워크숍에서 강의했던 ‘벚꽃 피는 시기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내용과 ‘대학 생존이 걸린 입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문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대학이 생존하기 위한 전술은 각 대학이 준비해야겠지만, 전문대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총장협의회, 각 처장협의회에서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대학의 신입생 감소는 누구도 막지 못하는 명제가 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철저한 준비가 이뤄진다면 신입생 감소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몇 년이라도 대학의 위기를 지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간 벌기는 대학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매년 벚꽃은 피고 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비가 많이 내렸다. 날씨가 추워지면 벚꽃은 늦게 핀다. 힘들겠지만 추운 겨울이 길어지고 겨울의 끝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벚꽃이 피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