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지원 중심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 ‘탈피해야’
10년간 인건비 동결, 교직원 ‘사기 바닥’…연구 여건도 ‘위축’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필두 고등교육 재정지원 근거 마련 ‘절실’
제1차 고등교육정책포럼 ‘대학 재정의 전망과 대응방안 모색’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고등교육 취학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국고지원금과 학생 등록금 재원만으로는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나원희 한국재정정보원 재정통계분석부 부연구위원)
대학 재정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진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데 더해 재정지원 구조 개선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그간 다소나마 늘어났음에도 대학들이 재정난을 호소하는 것은 학자금 지원 중심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관계자와 재정 전문가들은 대학 재정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7일 ‘대학 재정의 전망과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제1차 고등교육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대학 재정 전문가들은 고등교육 재정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남수경 강원대 교수는 고등교육이 사유재적 성격에서 공공재적 성격으로 변화했다며, 대학 재정지원 확대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높은 사적 수익률에 기반한 사유재적 성격에서 공공재적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고등교육 취학률이 70%에 달하는 고등교육 보편화사회가 되면서 고등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 세계가 인정하는 높은 민주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선진사회의 진입이나, 코로나19 이후 그동안 사적 수익이 가장 높았던 의료 분야에서조차 공공의료를 강조하는 흐름이 이를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짐에 따라, 고등교육 혜택 역시 교육 수요자 개인보다 사회에 돌아간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간 등록금 수입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고등교육의 비용 구조에서 ‘공적 재원’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남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고등교육 비용 분담 구조의 기본 원칙은 ‘높은 사적 부담과 수익자부담 원칙’이었다. 등록금 수입을 기반으로 대학재정이 운영돼 왔다”며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이 공공재적 성격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인정할 때 고등교육의 수익자는 교육받은 개인보다는 사회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고등교육 비용을 공공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공적 비용분담 중심으로 제도 역시 변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교육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기존 정부 재정지원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정부의 교육 예산이 늘어나고 있고, 대학 재정지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대학에서 재정난을 호소하는 이유는 학자금 지원 중심의 국고 지원 구조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등 일반 경상비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나원희 재정정보원 부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나 위원은 “고등교육재정에서 정부예산 대비 교육부 예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학자금지원에 집중돼 있다. 정부 예산 대비 학자금지원을 제외한 실질 고등교육기관(대학) 예산 비율은 2013년 이후 2019년까지 평균 1.5%로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서영인 교육개발원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도 “2018년 고등교육 재정지원 사업 (규모는) 4조9966억원이었다. 이 중 국가 장학금이 2조2317억원이었다”며 “사립대에 대한 정부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국가장학금 중심으로 확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 교직원의 인건비는 10년 가량 동결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사립대 교직원의 인건비가 10년 가까이 동결돼 교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며 “대학 재정능력이 크게 위축되고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장기간 동결된 것은 대학 재정여건이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대학 교비회계에서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서영인 교육개발원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 교비회계 중 운영지출은 평균 78.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 중 인건비 비중은 평균 50.2%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학자금 지원이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주가 되면서, 오히려 교육 개선이나 학생 몫으로 돌아간 수혜액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나 위원은 “학자금지원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대학의 재정상황(을 보면) 인건비와 건설비의 비중은 증가한 반면, 대부분의 학교 운영비 항목은 감소 추세였다”며 “특히 교육여건과 관련 있는 교육기자재와 시설 확충비 감소는 고등교육 재정난과 함께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심각한 수준으로 열악해짐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감소 추세로 지목된 운영비 항목에는 복리후생비, 학교운영비, 교육‧연구‧학생지도비 등이 포함된다.
나 위원은 이어 “학생 1인당 공교육비와 학생 1인당 정부 부담 공교육비는 OECD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정부 부담 공교육비는 2016년 3985달러로 1만267달러인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고등교육 재정지원사업 예산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학자금지원 증가로 인해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 등 고등교육 재정지원과 관련한 근거 법안 마련을 대학 재정 안정화의 방안으로 지목했다.
하봉운 경기대 교수, 남수경 강원대 교수, 김훈호 공주대 교수 등은 직접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언급했다. 이러한 주장은 앞서 전문가들이 대학 재정지원은 정부 사업에 따르기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공공재적 성격이 강화된 대학 교육에 일반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과 맥을 같이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실장과 김병주 영남대 교수 역시 교부금법 제정과 유사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서 실장은 “고등교육 재정 확보의 법적 근거가 미흡해 재정지원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고등교육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정부와 입법부의 적극적인 대학 재정지원과 입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