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강원 첫 도입, 제주·대구·경북·광주·전남·부산 등 ‘확산’
대학 입학사정관 경험 살려 활동…사교육비 경감 등 ‘긍정효과’
대입정보 격차 감소, 진로진학교육 강화 역할 수행
계약직, 임기제 공무원 등…고용 안정성 ‘해결 필요’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정보의 홍수’라 일컬어지는 시대지만,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늘 대입정보에 목마르다. 복잡하고 다양한 대입 제도 안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 설명회를 찾고, 사비를 들여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설명회와 컨설팅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어 서울과 이외 지역 간 정보 격차가 큰 편이다.
이러한 수요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시·도 교육청은 대학입시지원관(이하 대입지원관) 제도를 도입했다. 입학사정관 경력자가 주를 이루는 대입지원관은 서울과 타 지역 간 대입정보 격차를 줄이고, 청소년의 진로진학교육을 강화하는 역할을 일선에서 수행한다. 대입지원관 제도를 통해 대입정보를 얻은 수요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대입상담 등을 수행함으로써 사교육비 경감 효과도 뒤따르기에 아직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지자체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다만, 수요자들의 높은 호응과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도와 달리 신분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조속히 해결돼야 할 문제점이다.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지원관, 강원·제주 등 7개 지역 활동 중 = 대입지원관 제도를 얘기할 때 ‘강원도’는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대입지원관 제도가 첫 선을 보인 ‘원조’ 지역이자 현재 활동 중인 대입지원관들의 ‘허브’와 같은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강원도는 2013년 처음으로 대입지원관 제도를 신설했다. 강원교육청 강원진학지원센터에서 5명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대입지원관 제도의 시작이다. 현재는 강원도를 9개 관할로 나눠 12명의 지역 대입지원관을 배치한 상태다. 강원교육청에 근무 중인 1명까지 더해 총 13명의 대입지원관이 강원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대입지원관 제도를 시행 중인 모든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강원교육청 창의진로과 장학사를 지낸 김상혁 홍천여고 교감은 “대입지원관 제도는 민선교육감 1기 시절 ‘도내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라고 회상했다.
처음 대입지원관 제도를 도입하던 시기 입학사정관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교육 관련 종사 경력이 2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모집공고를 본 입학사정관들은 강원도 대입지원관에 대거 지원했다. 김 교감은 “그제서야 입학사정관이 대입지원관으로 채용하기에 제격인 인재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입학사정관들이 대입지원관에 대거 지원한 것은 ‘고용 형태’ 때문으로 보인다. 정규직·무기계약직 등 비교적 신분이 안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입학사정관 가운데 상당수는 2년 단위 계약직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최근에는 주 52시간제 도입과 학생부종합전형 신뢰도 강화 등의 이유로 정규직·무기계약직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기기도 전이었고, 입학사정관전형이 시행되던 2013년 당시에는 대다수 입학사정관이 계약직에 머물러야 했다. 지금처럼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는 규모가 크지도 않았다. 정규직·무기계약직 자리를 따내는 것은 바늘구멍처럼 좁았고, 2년 단위 계약 종료 이후 다른 대학 계약직을 전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입지원관은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자리로 입학사정관들에게 다가갔다.
대입지원관 제도를 운영 중인 지자체는 이들의 입학사정관 경력을 무기 삼아 평가자의 눈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진단해 주길 원한다. 평가업무와 입시 기획 등을 대학에서 도맡은 입학사정관들의 능력은 이같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있어 안성맞춤이다.
강원 지역에 첫 선을 보인 대입지원관 제도는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후 타 시·도의 벤치마킹 시도가 이어졌다. 2015년 제주가 3명의 대입지원관을 선발했으며, 2019년에는 대구(2명), 경북·광주(각 1명)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올해도 전남이 2명, 부산이 1명을 선발하며, 대입지원관 제도 도입 행렬에 동참했다.
■10억대 사교육비 절감 효과…다양한 상담 진행, 입시 교육 프로그램 기획 = 지역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입지원관이 수행하는 업무는 폭넓다. 그 중에서도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상담을 수요자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강원도는 지역이 넓은 데 반해 학생 수가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권역별로 대입지원관이 배치돼 있다. 상담을 원하는 강원도 학생·학부모는 강원진학지원센터 홈페이지 예약 시스템을 통해 내방 상담과 유선 상담, 이메일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오새로미 강원도 대입지원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출장 상담 건수는 줄었지만, 지속 상담과 비대면 상담은 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입지원관들의 상담이 가져오는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상당하다. 2019년 12월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발표한 ‘진학상담·지도’ 교습비 조정기준액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컨설팅 비용은 시간당 30만원 수준이었다. 대입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는 1분당 5000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강원도 대입지원관들은 2019년 6749건의 상담을 진행했고,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지난해에도 4381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단순 상담 건수로 비교해 보더라도 2019년 20억여 원, 지난해 13억여 원 상당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입지원관들의 ‘임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요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코칭 강의, 컨설팅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다른 활동도 적극 수행한다. 개별 상담보다 정보전달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방점이 찍혀 있는 지역도 존재한다.
입학사정관 출신, 학생부종합전형 상담 등의 키워드만 놓고 보면, 수시모집 기간에만 대입지원관들이 활동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입지원관들은 수시·정시를 가리지 않고 활발히 활동한다.
이혜림 광주 대입지원관은 “광주는 대입지원관이 1명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 상담보다는 교사 대상 대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시도 과목별 수능 점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지원하는 대학이 달라질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더욱 효율적인 정보전달을 위해 유튜브·온라인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윤종걸 대구 대입지원관은 “학생 수가 많아 대입지원관 2명으로는 개별 상담에 한계가 있다. 원활한 정보 전달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개별 대학 입학사정관과 연계해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박람회도 열고 있다”고 활동 내용을 설명했다.
고교 진학교사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수험생들에게도 대입지원관은 ‘동아줄’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입지원관은 “학교 밖 청소년과 재수생들의 경우 교사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학생들이 대입지원관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입지원관 제도를 첫 도입한 부산은 교사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입지원관이 입학사정관 시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자의 시선을 교사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함께 대입을 연구하는 ‘파트너’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혁제 부산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고교 교사들은 교과 연구, 학생생활 지도 등으로 인해 입시에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지원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사들에게 연수를 제공한다면, 대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입지원관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기관별·주제별 대학입시 특강 △대입·진로 담당 고교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 △입학사정관과의 소통 △입시설명회 유치 △모의면접 진행 △대입 정보 책자 제작 △체육계열 모의 실기평가 기획 등이 대표적인 업무들이다.
■연속성 필요한 대입지원관 업무, 고용 안정성은 ‘미지수’ =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려왔지만, 대입지원관 제도에도 문제점은 있다. ‘고용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2년 계약직 입학사정관에 비해서는 계약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고용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라고 보긴 어렵다. 6급 임기제 공무원이나 시간선택제 공무원 대우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대입지원관은 “입시에 대한 큰 틀을 이해하고 매해 새로운 정보를 배워나갈 때 대입지원관의 전문성이 확보된다. 대입지원관 제도 자체가 교육수요자들에게 지금보다 높은 신뢰도를 얻고 공교육 강화에 이바지하려면, 신분 안정화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역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시점도 다르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돼 △2년 계약 후 3년 연장 △1년 계약 후 2년 계약 2회 연장 등의 방식으로 5년을 근무하는 지역이 있으며, 여기서 또 다시 5년을 더 연장해 총 10년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된 지역도 존재한다. 하지만, 임기제 공무원이 도입된 것이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업무 연속성이 얼마나 보장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대입지원관 제도의 본산인 강원도는 초창기 매해 계약을 갱신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3년 단위 계약 연장이 이뤄졌고, 2018년부터는 4년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지역 특성상 대입지원관 수가 많아 임기제 공무원 등의 제도를 당장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강원도와 같은 계약직 형태의 경우 연봉산정이나 추가 근로수당 계산 등이 쉽지 않다. 공무원 고용 기준에 맞춰 급여가 지급되는 임기제 공무원 형태가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