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운영 주간’ 등 완충지대 두기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따라 수업 형태 조정 가능성

지난해에 이어 올해 1학기에도 대부분 대학이 비대면 수업 중심의 학사 운영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지난해에 이어 올해 1학기에도 대부분 대학이 비대면 수업 중심의 학사 운영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미운영 상태인 A대학 도서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대학들이 속속 올해 학사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학기에도 비대면 수업 중심의 학사운영 체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의 질 하락, 등록금 부담 등을 이유로 휴학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학가 동향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은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도권 대학은 물론이고 비수도권 대학도 비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정했다. 대면 수업이 불가피한 실험·실습·실기 과목에서도 제한적인 대면 수업을 운영하며, 강의 규모도 소규모로 제한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의 향후 추이를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3일 오전 코로나19대응 중대본 회의를 통해 “수도권 다중이용 시설의 영업을 오후 10시까지 허용한다”며 15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15일을 기점으로 2주간 수도권은 2.5단계에서 2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각각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다. 

대학들은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확산 정도의 변화 여부를 학사운영 체제에 반영하고자 했다. 주요 대학들이 일종의 비대면 수입 완충지대로 도입한 ‘비대면 운영 주간’이 대표적인 예다. 특정 기간 동안 비대면 수업을 운영하며,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중간고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후 향후 수업 체제를 결정한다. 

서울대는 개강일인 내달 2일부터 15일까지 ‘비대면 운영 주간’으로 학사 일정을 소화한다. 대면 수업이 필수인 과목 이외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실시하지만, 내달 16일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소규모 이론 강좌의 대면수업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세대는 올해도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다만, 일부 실험·실습·실기 교과목에 대해서는 향후 추이를 파악해 제한적 대면수업 허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되면 중간고사가 끝난 4월 26일부터 미리 신청한 실험·실습·실기 교과목의 대면수업을 허용한다. 물론 대면수업이 이뤄지더라도 수강 인원은 정원의 50% 이하나 10명 이하로 제한 운영된다.

고려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진행하고, 3단계 격상 시에는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1학기 초에는 온라인 강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대면수업이 꼭 필요한 교과목에서만 제한적으로 대면수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전면 비대면 수업을 지양하는 대학도 있다. 수강 인원수를 제한한다는 전제 하에 대면·비대면 수업을 혼합 운영한다. 이화여대는 수강 인원이 50명 이상일 때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50명 미만이나 실험·실습·실기 과목은 대면·비대면 혼합 수업으로 진행한다.

서강대는 대면수업 인원을 40명 내외로 제한 운영한다. 대면수업이 가능한 강좌를 분류해 공지한 상태다. 일반 수업 31개, 실험실습 수업 103개를 올해 1학기 대면수업 리스트에 올렸다. △화학 △생명과학 △물리학 전공 등이 포함된 자연과학부가 가장 많은 91개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한다.

부산대는 대면·비대면 혼합 수업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지침에 따라 수업 유형을 바꾸는 ‘2021학년도 1학기 학사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1학년 전공기초와 일부 교양필수 과목은 대면·혼합수업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해 눈길을 끈다. 신입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과 학업 성취를 위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부경대·동아대·동서대 등 부산 지역 주요 대학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고려해 대면·원격 혼합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강원지역 대학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비대면 수업 운영을 권고하고 인원을 제한해 대면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림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 50명 미만 수업에 대해선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병행하고, 3단계에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강릉원주대는 거리두기 1단계인 경우 수업을 정상 운영하지만, 2단계인 경우 9명 이하 강의만 대면수업으로 운영한다. 2.5단계 이상이 될 경우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학사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당장은 비대면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의 결정에 일부 학생들은 휴학이나 입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작년 한 해 온라인 신입생으로 입학해 대학생활을 했다. 2학년까지 이렇게 보낼 수 없다.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 벌써 ‘헌내기’가 됐다”고 전했했다.

부산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B씨는 “학업 연속성을 고려하면 휴학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온라인 수업의 질이 대면 수업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수업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불만이 감지되는 이상 올해 1학기에도 등록금 반환 요구는 꺼지지 않고 타오를 전망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대학생 44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대응해 이뤄졌던 교육에 불만족했다’라는 답변이 71%에 달한 바 있다. 이들 중 96%는 등록금을 낮추라고 요구해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높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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