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 대학은 지식 ‘전수’보다 ‘창출’에 집중하는 곳
창의성은 유용성과 독창성이 모두 충족해야 성립
대학 재정 자율성 갖춰야 대학 교육 개혁 가능해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한국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라는 난제 앞에서 어떻게 하면 교육의 패러다임을 혁신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 교육을 강조했다.
23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2회 대학혁신지원사업 Webinar 컨퍼런스’에서 문 회장은 ‘창의성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발제에 앞서 문 회장은 대학 재정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전제하에 창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창의·인성 교육으로의 전환은 대학 콘텐츠를 혁신하자는 말과 같은 말인데 대학 재정이 어려우면 교육 혁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 대학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대학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재적 학생 수가 대학 경영의 핵심이기에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운영의 위기’와 동의어가 된 상황이다. 문 회장은 “이제까지 대학이 소홀했던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구조와 시설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재정이 없다면 ‘창의 교육’도 겉도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대학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회장은 ‘창의성’을 배양하는 대학 교육을 위해서는 ‘창의성’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운을 뗐다. 먼저 독창성과 유용성이 모두 충족했을 때 진정한 창의성이 성립된다고 정의했다. 문 회장은 “창의성을 연구한 대표적 학자인 하워드 가드너(H.Gardner)의 연구를 기반으로 ‘IQ가 높으면 창의성이 높다’는 명제는 틀렸으며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성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가드너와 칙센트 미하이가 특성(individuality), 영역(domain), 분야(field)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IDF 모형’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틀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한 개인이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10년 이상은 한 분야를 꾸준히 배운 뒤 해당 분야 전문 네트워크에 들어가야지 창의성이 발휘 된다”며 “세 영역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정한 창의 인재가 나온다”고 역설했다.
이어 문 회장은 창의 인재는 ‘사회’가 만드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개인의 특출함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사회 문화체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창의 인재는 키울 수 없다는 의미다. 문 회장은 미국의 벨 랩(Bell Labs)을 언급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는 사회 문화적인 체제에 속해 있다. 개인의 능력보다 사회 문화적 체계의 특성에서 창의성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드너의 ‘창의성 발휘의 다섯 가지 조건’은 현재의 한국 대학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문 회장은 “제일 먼저 개별학생의 강점을 찾아 방향성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이 초·중·고등학교 보다 개별학생의 ‘강점파악’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대학 교육은 학생이 진학한 전공 수업에만 몰두하고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점파악을 마친 후에는 ‘절정 경험’이 필요하다. 문 회장은 “한국 대학은 학생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인상적인 경험을 주지 못하고 밋밋한 강의가 주를 이룬다”며 비판했다.
또 문 회장은 “교수자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학문 원론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대신 현존하는 ‘최전선의 문제’를 학생들이 관심사로 삼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원론에 대해서 몇 시간 동안 가르칠 게 아니라 최근 노벨경제학상에서 수상한 학자의 연구가 어떤 이유로 상을 수상하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는지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의 관심 분야가 정해지면 학생이 해당 분야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수자가 습관을 길러줘야 하며 학생들은 자부심과 성취욕을 가지고 ‘숙성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현재의 대학교육은 앞서 말한 이 다섯 요소가 빠져있다”며 “교수자들이 교실에서 이 같은 과정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대학 시설도 개선해야 하고 창의 교육에 대한 연구와 교수연수도 필수다”고 덧붙였다.
결국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창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문 회장은 교수와 학생이 연구를 매개로 이어져 있다는 ‘훔볼트(Humboldt)의 대학 이념’이 대학 교육 활성화를 언급할 때 여전히 유효다고 봤다. 문 회장은 “교수는 연구를 통해 학생을 교육하고 학생은 교수의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식을 배우는 게 대학 교육”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의 대학 교육은 강의 중심이 아닌 문제 해결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문제에 대학이 집중적으로 뛰어들 때 대학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고 지역사회의 문제가 해결되면 지역사회가 다시 대학을 돕는 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회장은 창의성 계발을 위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교육 개혁에 나선 사례도 소개했다. 학과 간 장벽을 허물어 문제 중심으로 학생들이 관심을 두고 전공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일본 게이오대를 창의 교육 성공 사례로 들었다. 이어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흑인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심이 됐다”며 “창의성은 유용성이 필수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는 사회에 적용 가능해야 유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창의 교육을 비롯한 대학 개혁은 대학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실현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회장은 “대학에 자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봉착했다”면서 “대학은 언제나 궁극적으로 인류 진보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을 키워야 하며 자유를 얻었을 때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대학은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창출’하는 곳이다”면서 “대학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대학의 본질이 ‘창의’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