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시티 나노 디그리 모델, 특정 분야 취업자에게 각광
교육부·국평원 매치업 사업 시행 4년차…인식에 한계
전문가들 “나노 디그리 실효성 높일 방안 찾아야”

미국 유다시티의 나노 디그리 소개. (사진= 유다시티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사회 흐름에 따라 대학 교육도 급변하고 있다. 온라인 단기 학위인 나노 디그리(Nano degree)가 대표적이다. 아직 전통적인 고등교육 시스템이 익숙한 한국의 대학에서도 나노 디그리 과정이 하나, 둘 신설되면서 한국형 ‘나노 디그리’의 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로 한계가 있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충남대 ‘나노학위과정 신설’, 전공 심화 과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충남대는 나노학위과정을 신설했다. 충남대 교육혁신센터와 각 학과가 협업해 신설한 나노학위과정은 △금융소비자과정 △생활 트렌드 분석과정 △사회조사·데이터분석 전문과정 △인공지능 기본과정 △방위 산업과정 △미생물 기능분석과정 △건강정보 관리과정(대학원과정) 등 총 7개 과정이 개설됐다.

총 450명의 학생이 지원했으며 학생들은 전공이나 학년에 관계없이 이수가 가능하다. 과정별 교과목을 이수하게 되면 학위증(대학원 과정의 경우 이수증)에는 나노학위과정 이수 사항이 표기될 예정이다. 산업계 요구에 맞춰 비전공자도 실무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충남대 나노학위과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공 중심의 과정이란 점이다. 이미 몇몇 대학에서도 나노 디그리 과정이 설립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교양 과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남대는 △컴퓨터융합학부 △국가안보융합학부 △미생물분자 생명과학과 등 해당 과목의 전공 학과가 중심이 돼 과정을 개설했다. 또한 사회분석자격과 연계한 미생물 기능분석 과정은 물론 최초 대학원과정을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나노 디그리의 롤모델 ‘유다시티’…기업 연계가 강점=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나노 디그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나노 디그리는 일반적인 4년제 혹은 2년제 제도권 대학의 형식이 아니다. 특정 분야, 특정 기술에 한정해 단기간 학습과 훈련 과정을 제공한다. 나노 디그리의 시작은 2011년 온라인 공개강좌(MOOC) 서비스의 제공 시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2014년 유다시티(Udacity)를 중심으로 본격화 됐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표한 ‘고등교육 혁신사례 탐색’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유다시티는 일반적 다수가 아닌 공학이나 IT 분야의 취업을 준비하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특성화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MOOC와 나노 디그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업과 연계한 강의라는 점이다. 나노 디그리는 유수 기업과의 연계로 강의 기획부터 인증까지 협력해 정규 학위의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유다시티 역시 공식 블로그를 통해 “나노 디그리 졸업생들이 (나노 디그리를 통해) 구글과 아마존, AT&T 등에 취업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한 특정 분야의 학문이기 때문에 기업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과 훈련 과정을 담았다. 각 기업과 협업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직접 강좌에 참여하기도 한다. 평균 6개월에서 1년 과정으로 개설되는 나노 디그리는 사회와 산업의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기술을 반영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실제 유다시티가 지원하는 나노 디그리 과목은 △Artificial Intelligence(AI) △Deep Learning(딥러닝) △Machine Learning Engineer(머신러닝 엔지니어) △Robotics Software Engineer(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주목받는 분야들이다.

나노 디그리의 강점은 무엇보다 비용이다. 나노 디그리의 평균 이수 비용은 199달러 수준이다.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다시티의 ‘나노 디그리 플러스’는 299달러다. 이처럼 나노 디그리는 IT분야의 취업과 이직 등에 특화 돼 있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교육부와 국평원이 지원하는 매치업 사업의 운영 흐름 도식. (사진= 교육부)
교육부와 국평원이 지원하는 매치업 사업의 운영 흐름 도식. (사진= 교육부)

한국형 나노 디그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 국내에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국평원)이 공동으로 2018년 한국형 나노 디그리를 표방한 ‘매치업(Match業)’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 방식 △6개월 미만의 이수 기간 △기업의 참여라는 점에서 해외의 나노 디그리 방식과 유사하지만 민간이 아닌 관이 주도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매치업은 4차 산업 분야의 직무능력 향상을 희망하는 대학생, 구직자, 재직자 등을 위한 산업 맞춤 단기 직무인증과정이다. 필요한 강좌를 선택해 이수하면 대표기업의 평가를 통해 관련 분야에 대한 직무능력 인증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 △인공지능 △빅데이터 △신에너지 자동차 △블록체인 △지능형 자동차 등 8개 분야가 운영되고 있고 올해 4개 분야가 추가될 예정이다.

대표기업은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분야의 직무에 맞는 핵심직무를 추출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기업에 소속된 관계자가 강의에 나서기도 한다.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는 현재까지 대학이나 기관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시행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사업으로 한계도 있다. 2021년부터 개발되는 강좌는 2022년에 K-MOOC 플랫폼에 올라가지만 이전의 과정들은 프로그램별 플랫폼에서만 학습할 수 있다. 정부의 연차 지원 사업이다 보니 사업이 끝나면 기존 운영되던 과정은 삭제된다. 2018년 시작된 시범사업은 올해로 지원이 종료 돼 강의 제공과 인증서 발급이 중단된다.

대학 교육 대체제는 아니지만 보조제로서의 실효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나노 디그리 자체가 대학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보면서도 사회의 흐름과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는 보조제의 역할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때문에 보조제로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나노 디그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국내 나노 디그리의 인식과 위상은 미미한 수준이다. 사내 교육용 혹은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일종의 인증서 수준으로 활용되는 정도다. 이슈리포트 연구자들 역시 “현재의 K-MOOC는 기업 보다는 정부 주도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나노 디그리의 성공은 기업의 참여와 스폰서십에 있는 만큼 기업과의 협조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은서 교육부 미래교육기획과 사무관은 “지향점은 유다시티의 나노 디그리 모델로 잡고 있지만 자격이란 것은 일단 시장에서 통용돼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일단은 나노 디그리의 입지를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K-MOOC 플랫폼에 나노 디그리를 하나로 묶으면서 더 많은 대중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2022년에는 다른 형태로 운영할 계획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고민도 나노 디그리의 확장성에 방점이 찍힌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나노 디그리는 그 자체로서의 학위가 아닌 일종의 학점을 추가하는 방식인데다 교양과목에 집중 돼 있다. 그만큼 분야의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남대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세분화·전문화 된 나노 디그리를 구성했지만 재학생만 수강 가능하다는 제약조건이 있다. 최지은 충남대 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아직은 (재학생 위주의) 작은 모형이지만 더 나아가 관련 학과로 발전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대학 밖의 평생교육과정이나 지역민들이 들을 수 있도록 넓혀가는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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