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실시
문제는 선택과목이 아니라 공통과목
수학 공통과목 난이도 높아지면 인문계열 수험생은 높은 등급 받기 어려워
선택과목은 흥미와 학습의지 따져 빨리 정하고 실력 향상에 집중해야

3월 25일 서울 성북구 석관고등학교에서 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수험생들 (사진 = 한명섭 기자)
3월 25일 서울 성북구 석관고등학교에서 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수험생들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 D-7개월. 고3 학생들이 문·이과 통합형 방식으로 올해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치르고 성적을 기다리고 있다. 3월 학평의 전체적인 인상은 ▲어려웠던 공통과목 ▲선택과목 뭘 선택해야 하나 ▲가늠할 수 없는 등급컷 등으로 요약된다.

이른바 ‘통합형 수능’의 큰 변화는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이 생겼다는 점이다. 국어는 선택과목인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하면 되고, 수학은 기존 문과와 이과 학생들이 공통과목을 푼 뒤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아직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된 첫 모의고사여서 시험 난이도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3월 학평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3월 학평은 전국 고3 학생 43만 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9월 모의평가(모평)와 달리 졸업생은 응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학평을 출제하는 곳은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이 아닌 서울특별시교육청이고 3월 학평은 수능 출제범위를 모두 포함하지 않는다. 3월 학평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3월 학평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게 공부 방법과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할 기점으로 삼아야 함은 분명하다. 이번 ‘올댓입시’에서는 3월 학평을 국·영·수를 위주로 분석하고 향후 입시 전략을 알아봤다.

■국어, 선택과목 난이도 불균형 ‘불가피’ 독해력 올리는 수밖에 없어 = 국어 영역은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고 선택과목보다 공통과목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선택과목 간의 난이도 불균형도 보였다.

국어 공통과목에서는 수험생이 어려움을 느낄 요소들이 많았다. 문학 분야에서는 EBS 연계율이 낮아졌고 낯선 작품들이 출제됐으며 독서 지문의 길이가 늘었다. 또 고전산문 영역을 두 작품으로 구성하고 고전시가에서 평론 위주로 작품을 감상하는 지문이 출제됐다. 4개의 문학 지문에 외적 준거를 바탕으로 작품을 감상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배치해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반면 선택과목의 난이도는 평이했다. 언어와 매체에서는 형용사를 만드는 파생법, 문장의 짜임, 중세국어의 조사와 어미, 음의 동화와 로마자 표기 등을 활용해 언어 5문제가 출제됐다. 인터넷 블로그와 텔레비전 뉴스를 엮은 자료, 학생들의 휴대 전화 메신저 대화와 이야기판을 엮은 자료를 활용한 매체 6문제가 나왔다. 다양한 형태의 지문이 나오는 만큼 수험생들은 다음 시험을 대비해 독해 능력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  

한기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화법, 작문, 언어와 매체의 경우 교과서에 제시된 주요 개념이나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서와 문학의 경우 EBS 연계 지문이라 해도 새로운 자료로 변형 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많고 자료나 선지를 까다롭게 제시해 난이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한 수석연구원은 수험생들에게 지문과 문제를 꼼꼼히 읽어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선택과목들의 난이도는 평이했지만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언어와 매체가 화법과 작문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라 문제 풀이 시간 배분에서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이 다소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언어와 매체에서는 중세국어의 특징을 묻는 37번이 킬러 문항으로 꼽았고 화법과 작문에서는 킬러 문항이 없다고 봤다. 임 대표는 “선택과목 난이도 불균형 발생은 불가피하며 인문·자연계열 모두 화법과 작문 선택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6월 평가원 모평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라 수험생들의 선택과목 변경될 가능성도 크게 높다”고 내다봤다.

■수학, 인문계열은 ‘비상’ 자연계열은 선택과목 ‘고민’ = 3월 학평 수학은 2021학년도 수능 수학보다 어려웠다. 특히 공통과목이 선택과목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됐고 이는 인문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비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학은 총 30문 항 중 △공통과목 22문항-배점은 74점 △선택과목 8문항-배점 26점으로 배점 상 공통과목의 비중이 높게 구성돼있다.

공통과목 킬러문항은 21번(주관식, 삼각함수), 22번(주관식, 적분), 15번(객관식, 삼각함수)이 어렵게 출제됐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는 킬러문항을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쉽게 출제됐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 기하에서는 기하가 어렵게 출제됐다. 미적분에서는 30번(수열의 극한), 기하에서는 30번(이차곡선) 문제가 어렵게 출제됐다. 

이번 학평은 공통과목에서 어려운 문제가 많이 나와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학 공통과목·선택과목 조정에 따른 등급을 산출해 본 결과 1등급에 진입한 학생 중 문과 학생은 14.9%, 2등급은 21.1%에 불과했다. 

임성호 대표는 “올해 수능이 3월 학평 난이도 수준으로 나온다고 본다면 수학 영역에서 문과 수험생들이 1, 2등급을 받는 수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과 학생들은 수학에서 등급 진입이 매우 어려워지고, 이과 학생 역시 공통과목을 얼마나 맞추느냐에 따라 선택과목 점수가 크게 낮더라도 상위 등급 진입 가능한 구조”라고 내다봤다.

수학의 경우 사실상 인문·자연계열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대다수가 확률과통계를 선택할 것이고 자연계열 학생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 구조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아직 3월이다”면서 “하위권의 인문계열 학생들은 공통수학과 확률과통계 과목에서 개념을 확실히 다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자연계열 학생들은 미적 쏠림 현상이 예상되지만 기하를 치는 사람이 적다고 해서 점수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결국 선택과목이 생긴 첫 시험이지만 전체적인 출제유형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전체적인 문항의 난도가 높아지고 고난도 문항의 개수가 늘어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고난도 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을 빠르게 푸는 실전 연습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어 “작년 수능보다 쉬웠다” 다양한 소재 접하고 어휘력 강화에 집중 = 영어 영역은 작년 수능의 문제 유형과 문항 배열 순서, 배점 등이 비슷하게 출제됐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이며 작년 수능보다 약간 쉽게 출제됐다는 입시기관들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는 △문법 △어휘 △빈칸 △쓰기 등 고난도 문제 유형들도 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정답을 상대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많은 수험생이 부담스러워하는 어법은 ‘주어와 동사의 수일치, 형용사와 부사의 구별, 문장 구조의 이해, 현재분사와 과거분사의 구별, 접속사’ 등 평소에 자주 출제되는 문법 사항이 출제됐다. 이투스교육은 이번 학평 영어에 대해 “단편적인 어법 지식보다 문장 구조의 이해를 묻는 틀을 유지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평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학평이 작년 수능보다 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지문 내 어휘 난이도가 높아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에겐 어려운 시험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어 성적이 중하위권인 수험생의 경우 빈출 단어를 다시 꼼꼼하게 숙지하고 구문 해석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6월 평가원 모평을 준비해야 한다. 상위권 수험생은 빈칸과 쓰기 문제 같은 고난도 유형을 맞춰 풀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난도 문제를 반복적으로 공부해 문제 풀이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3월 학평 영어에서는 다양한 소재의 지문이 나온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부터 EBS 교재 연계율이 기존 70%에서 50%로 줄어들면서 2022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경우 연계 문항을 모두 간접연계 방식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이런 배경에서 지문이나 번역한 내용 자체를 암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 

조헌섭 유웨이 영어과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소재, 주제, 요지 등을 이용한 지문을 많이 읽어야만 수능에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EBS 방송교재에서 수능에 나올 문항의 소재, 주제, 요지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EBS 방송교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글을 읽으면서 독해 능력과 어휘 및 구문 파악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시 전형 고민하되 3월 학평 잣대로 선택과목 변경은 ‘NO’ = 입시 전문가들은 학평 결과를 참고해 수시·정시 지원 전략을 구상해보고 선택 과목도 가능한 한 빨리 정해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시전문가들은 특히 성적 자체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과목, 어떤 유형에서 수험생 자신이 경쟁력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학평 성적이 나오면 이때까지 쌓아온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해 목표로 하는 대학에 가려면 어떤 전형을 택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교과 성적을 준비해 수시를 노리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되면 1학기 중간·기말고사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수능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주요 대학 수시 전형은 수능을 최저학력기준에 활용하기 때문에 수능 영역별 등급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수험생들이 학평 가채점 이후 선택과목 변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입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3월 학평 기준으로 선택과목을 바꾸는 것은 추천하지 않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실제 수능에서 3월 학평이 수능과 유사하게 이어질 거라는 개연성이 부족해 지금은 수험생 본인이 정한 선택과목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3월 학평으로 목표를 구체화하기도 어렵고 각 대학 입학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6월 평가원 모평까지는 선택과목을 섣불리 바꾸지 말고 점수 획득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흥미와 학습 의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시험 점수를 산출할 때 공통과목을 기준으로 조정점수를 만들기 때문에 출제자들도 공통과목에 변별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선택과목을 빨리 정해 실력을 키우고 공통과목에서 나올 고득점 문제를 대비하는 게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취약한 과목과 단원을 파악해 개념부터 쌓아올리고 꾸준한 오답노트를 만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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