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5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첫 모의고사 결과가 나왔다.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수학 부분 표본 조사 결과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92.5%~94% 이상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나 문과생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찍이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상대적으로 수학 과목에 취약해 수능 등급 산출 시 문과생의 1등급 비중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고 3월 학평으로 드러난 셈이다.

■모든 표본에서 드러난 ‘문과 불리’, 수시도 ‘비상’ = 15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서울 지역 일반고 14곳과 자사고 2곳에서 3월 학평을 치른 학생들의 성적을 가채점한 결과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4.99%로 집계됐다. 이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 중 1등급을 받은 비율은 6.0%였다. 나머지 1등급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택한 88.5%의 학생과 기하를 택한 5.5%에서 나왔다. 통합수능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확률과통계를 택한 학생들을 문과생으로, 미적분과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한 학생을 이과생으로 여기고 있어 문과생들의 열세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14일 전국진학지도협의회도 수험생 9457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표본 분석에서도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문과생은 7.5%에 불과했다. 상위 4%~11%에 속하는 2등급에서도 문과생은 18.6%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수학 ‘공통 과목’에서 문과생은 평균 33.11점(74점 만점)을 받았지만 이과생은 48.22점을 받아 어떤 응시생 평균 점수도 15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선택과목으로 등급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원점수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3월 학평 분석결과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들의 원점수는 30.54점이었다.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이 50.58점을 받고 기하를 응시한 수험생들이 44.14점을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원점수도 최대 20점 이상 차이가 났다.

수시 모집을 노리는 문과생들에게도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해졌다. 최저등급이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치를 시 수학 점수를 선택하지 않고 최저등급을 맞추는 식이다. 연세대의 경우 인문·사회 학생부종합전형 활동우수형을 지원할 때 영어 3등급 이내에 국어·수학·탐구 중 두 과목을 택해 등급의 합이 4를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선택사항이 없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 학생부종합 학업우수전형 인문계 수능 최저는 국어·수학·영어·탐구 4개 영역의 등급의 합이 7 이내여야 한다. 만일 수학에서 4등급을 받으면 나머지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한다.

오종운 종로학원평가이사는 “수학은 전반적으로 이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강세가 이어질 것이고 지금보다는 일부 문과 학생들 포함해 미적분 쏠림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특히 확률과 통계는 만점자 표준점수에서도 불리하게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러한 변화가 예측되는 이유는 점수 산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선택 과목의 원점수 조정 1단계 점수 산출’ 때문이다. 

지금의 산출식으로는 어떤 선택 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 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은 경우 이들의 선택과목 점수는 다른 선택 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될 수 있다. 가령 수학 선택 과목에서 미적분에 응시한 이과생들의 공통 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아지면 이들이 택한 미적분은 확률과 통계나 기하보다 상향 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식이다.

공통 및 선택, 평균 및 표준편차와 같은 다른 변수들이 최종 표준점수 산출에 영향을 미치지만 수학처럼 과목 점수 차이가 크면 문과 학생들의 1등급 비율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통합 수능 대비할 수 있게 확실한 정보공개 있어야 = 3월 학평 수학 결과를 받아든 문과 수험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수학이 대입 결과를 좌우한다’, ‘수학 못 치면 다른 과목으로도 점수 만회가 힘든 상황’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이과 실력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게 둬서는 안 된다”며 “문과에서 수능 등급 하락이 여실히 예상되는 중이기 때문에 문과 수능 최저등급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정보공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선택 과목별로 유불리를 따져볼 자료가 부족하다. 선택과목이 있는 국어와 수학 과목의 경우 선택과목 인원 구성비나 선택과목별 전체 평균과 표준편차만 공개돼 있다. 임 대표는 “공통과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선택과목에 따라 격차가 어느 정도 났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학관련 협의회와 연구회 등이 일정 표본을 가지고 예측 점수를 내놓고 있지만 일부 수험생의 결과라 ‘추세’ 정도만 확인 가늠할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구체적으로 선택과목 집단별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 선택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공해야 수험생들이 선택과목 간 유불리도 따져보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학 공통과목을 잘 치른 학생은 선택과목에서 5점~10점을 받아도 2등급을 획득한 경우가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공통과목에 대한 학습 중요도가 커진 상태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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