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 (사진 = 오지희 기자)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 (사진 = 오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처음은 ‘기적’이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생활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사용한 용기를 씻을 필요도 없고 무겁게 물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됐다. 모두 ‘플라스틱’ 덕분이었다.

플라스틱은 산업화 진행과 함께 진화해갔다.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쉬운 데다가 다양한 색깔까지 덧입히기 쉬우니 플라스틱 이용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통계에 의하면 1950년 200만 톤에 머물렀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200배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진 한 장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혀 괴로워하고 있는 바다거북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은 “국민·정부·기업·환경단체가 다 함께 뜻을 모아야만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강 회장은 UN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협회가 발표한 ‘2020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브랜드 10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가다. 조동성 선생은 강 회장을 ‘환경운동가’ 같다고 표현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저 기업인으로서 ‘친환경 기업인’으로 살고자 하는 철학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9년째 ‘클린 마운틴 365’ 환경운동

조동성
UN SDGs 협회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정도로 지속가능 발전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기업인이 이런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과감하게 하는 이유가 있나?

강태선
처음에는 UN사무국에서 지속가능 브랜드 100대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고 말해줬다. 우리나라에서는 SK, 아모레 그리고 블랙야크까지 세 곳이 선정됐다. 비록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아웃도어를 주력으로 하고 아웃도어로 세계시장에 나섰다면 ‘친환경’은 좌우명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조동성
환경 운동가가 아니라고 했지만 찾아보면 블랙야크는 2013년부터 9년째 산에 버려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 이 ‘클린 마운틴 365’를 위해 히말라야까지 갔다고…. 일부러 비행기까지 타고 시간을 써가면서 하는 일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고 본다. 

강태선
사실 산에 다니는 사람은 모두 환경 운동가다. 처음 유럽 진출을 위해 유럽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스포츠용품 박람회에도 참여했다. 한국 기업은 우리뿐이었고 일본도 스키복을 생산하는 2개 회사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람회가 끝난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았다. “히말라야에 쓰레기가 많은데 한국 쓰레기가 제일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참 듣기 싫은 질문이었다.

사실 우리 식문화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남으면 가져와야 하는데 가지고 오려면 돈이 많이 드니 거기다가 묻어버리기 부지기수다. 그러다 빙하가 녹으면 쓰레기들이 바닥에 굴러다닌다. 문득 나도 산에 다니는 사람이고 쓰레기를 버린 사람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히말라야 청소에 나서게 됐다.

한국의 100대 명산을 완등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스무 명을 뽑아 히말라야로 갔다. 이들은 지원을 받아 산행도 가고, 회사는 히말라야를 깨끗하게 만들고 브랜드도 알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렸다. 최근에는 40명으로 인원도 늘렸고 앞으로는 1년에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갈 수 있도록 해볼 계획이다. 히말라야가 깨끗해져서 대한민국 쓰레기가 히말라야에 많다는 오명을 벗고 싶다. 이런 게 사회적 가치 아닐까.

조동성
번 돈을 이런 식으로 자연에 환류한다는 게 ESG 정신이라고 보인다.

강태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쓰는지도 중요하다.

BYN블랙야크가 청계산에 설치한 ‘페트병 분리 배출 수거기’에 어린이가 페트병을 넣고 있다. (사진=BYN블랙야크)
BYN블랙야크가 청계산에 설치한 ‘페트병 분리 배출 수거기’에 어린이가 페트병을 넣고 있다. (사진=BYN블랙야크)

■환경운동은 국민과 기업 모두 하나 돼야

조동성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플러스틱(Plus + Plastic, PLUStIC)’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는 줄로 안다. 투명 페트병을 재가공해서 실을 만드는 아이디어라고 들었다. 

강태선
플라스틱이 환경적으로 큰 문제다. 유럽에 출장 갔을 때 만난 딜러가 그러더라.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차별화가 중요하고 ‘리사이클’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그때 정신이 들었다. 리사이클 원단 회사를 20개 정도 추려서 모두 방문했다. 그리고 리사이클 소재 원단을 수입해 제품 제작에 나섰다. 그런데 품질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그럼 내가 해보자’ 하고 도전하게 됐다.

처음에는 재생 재료라 염색이 잘 안 돼 문제였다. 옷감도 줄어들고 틀어지기 십상이라 세탁 방법도 어려웠다. 자재 공급, 가격 조정까지 하나하나 해결해야 했다. 결국 작년에 성공을 거뒀다. 작년 여름 내내 재생원료로 만든 옷을 직접 입고 다니며 테스트를 했다. 단가가 18% 정도 비싸게 나왔지만 마진을 포기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중앙정부와 정책만 협조하면 제품 제작이 쉬울 줄 알았는데 안 됐다. 중앙에서 지방정부로 공문을 띄우더라도 거기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과 접촉하는 지방정부가 중요하다. 중앙정부·지방정부·국민·기업·환경단체까지 모두 하나가 돼야 ‘플러스틱’ 제품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페트병 완전 독립운동’을 기획했다. 국민에게 동참을 부탁했다.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직접 광고까지 했다. 언젠가는 5000만 국민이 다 참여할 거라고 믿는다.

조동성
우리가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강태선
국민은 잘하고 있다. 다만 행정력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플라스틱을 분리해서 내놓게 되면 따로 가져가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더라. 다른 재활용품과 섞어서 가져간다. 

조동성
경제적으로 의미 있게 만들면 동참하지 않을까.

강태선
맞다. 돈이 된다면 기업이 동참할 텐데…. 돈이 되도록 정부는 기업을 지원하고 국민은 (재활용) 운동에 참여해서 보람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둘이 모두 안 되고 있다. 지자체 청소 담당자들이 청소 대행사를 분리해서 플라스틱만을 수거해야 하고 국민은 지금처럼 분리수거만 잘해주면 된다.

조동성
원활하게 재활용을 하려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단계부터 바꿔야 하지 않나? 당장 디자인부터라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강태선
그래서 제품에 테이핑하지 않도록 하는 법령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른바 ‘라벨 프리’다. 또 원활한 페트병 수거를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가령 페트병 30개를 가지고 오면 티셔츠 한 장을 주는 운동을 해볼까 한다. 기능성 티셔츠니 못해도 5만 원은 하는 가격이다. 계산상으로는 블랙야크가 손해다. 하지만 국민운동을 일으킨다는 생각으로 나서볼까 한다. 환경부에서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조동성
국민들이 자원 선순환에 동참하는 건 순식간일 것 같다.

강태선
“버리면 쓰레기고 잘 분리하면 자원이다”는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다.

조동성
우선순위가 사업이 아니라 사회발전처럼 느껴진다. 기업가 이전에 환경 운동가 같다.

강태선
처음부터 ‘환경’이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에 익숙한 건 아니었다. 60년대에는 자연보호였고 70년대 후반부터 산업이 발전하면서 환경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30년 전 ‘낙동강 페놀 사태’를 기점으로 환경재단이나 단체가 생기고 환경 운동가와 기업이 적대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운동과 기업이 공존해야 할 때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리사이클링을 유도해 쓰레기가 줄도록 하고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운동이 펼쳐질 수 있도록 앞장서 줄 때 환경을 지킬 수 있다. 이제 따로 생각하기 힘든 관계가 된 것이다.

대담을 나누고 있는 조동성 이사장과 강태선 회장 (사진=BYN블랙야크)
대담을 나누고 있는 조동성 이사장과 강태선 회장 (사진=BYN블랙야크)

■뺄셈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

조동성
다시 돌아와 ‘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지금의 학교 교육이 전인교육보다 분절된 교육에 치중돼 있다고 생각한다. 등산이야말로 전인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교육 수단이지 않을까? 등산인으로서 볼 때 전인교육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강태선
등반이라고 하면 산을 오르는 기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실패한다. 블랙야크에서는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를 오를 등반대원들을 모집할 때 ‘등반 실력’만 보지 않는다.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20명 정도가 등반 전 합숙 교육을 통해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공동생활도 함께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산을 오르는 건 정말 힘들다. 자신이 힘들다고 남에게 의무를 떠넘기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등반대는 깨지고 만다. 그래서 봉사정신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잘 받은 대원만 뽑는다. 100명을 뽑아 그중에서 20명을 선발하는 식이다. 사실 등반 기술은 3분의 1 정도만 있으면 되고 그 외는 전인교육으로 길러진 소양들이다.

조동성
답변에서 전인교육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그럼 기업인으로서 만나고 싶은 청년인재는 어떤 이들이고 기성세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강태선
젊은 친구들은 남이 하는 일을 따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새로운 길을 창조할 수는 없더라도 카피(copy)에 ‘하나’를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작을 위해서는 타인의 것을 보고 자기가 추구하는 바를 갖다 붙이면 된다. 젊은이가 새로운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자신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면 기성세대는 거기에 투자할 줄 알아야한다. 또 투자를 통해 이익만을 취하려 하지 말고 투자자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가는 길에 돌이 있으면 치워주고 가시나무를 꺾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간섭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조동성
‘젊은이들은 남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럼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야 할까. 독일 속담에도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가장 잘 산 삶이라고 하지 않나.

강태선
덧셈과 뺄셈을 잘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과거에는 60세까지, 요즘에는 70세까지 삶의 여러 부분을 ‘더하는’ 데 사용된다고 본다. 돈도 많이 벌고 자녀도 낳고 기르고…. 더하는 시기가 끝나고 나면 뺄셈에 집중해야 한다. 뺄셈할 때 덧셈을 하면 ‘화’만 더해질 뿐이다. 뺄셈을 잘해야 성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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