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발전은 곧 지역사회 발전의 ‘성장 동력’
‘행정’만으로는 어려워…‘대학·연구기관·시민단체’ 하나 돼야
대학 내 ‘평생교육원’ 지역의 ‘평생교육 거점센터’로 육성 지원
‘인구소멸’ 선제적 대응 위한 ‘지방소멸대응 종합계획’ 수립

이철우 경북도지사 (사진=경북도청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 (사진=경북도청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변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도지사실 문 앞에 새겨진 ‘문구’다. 이 지사는 취임 후 권위주의적 의전보다는 실용·현장을 강조한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고선 운동화에 점퍼차림으로 도내 곳곳을 발로 뛴다. 이 지사에 남다른 ‘도정운영’은 효과가 있었다. 매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던 경북을 지난해 종합청렴도 2등급이라는 성과로 이끌었다. 이 지사가 경북도청 직원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적극행정’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감옥에 갈 일이 아니면 도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이런 행보는 ‘고등교육’에서도 같은 맥락을 보인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학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은 ‘교육혁신’뿐이라고 했다. 특히 대학이 지역과 ‘상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그는 ‘청년’에 주목했다.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하려면 궁극적으로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고 졸업생들은 취업이 잘 되는 지역발전 선순환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지역 내 청년층 유입을 강조했다. 

경북을 ‘젊은 도시’ ‘교육 도시’ ‘좋은 일자리가 많은 도시’ 등으로 만들고 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인터뷰했다. 산처럼 쌓여있는 지역 현안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꼼꼼하게 도정운영을 펼치고 있는 그의 2021년도 경북 ‘고등교육’ ‘청년’ ‘일자리’ 등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2020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를 발표했다. 17개 시·도 중 경북도가 최고등급인 2등급을 받았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부정부패가 없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경북은 청렴도 평가에서 매년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종합청렴도 2등급을 받았다. 2002년 청렴도 측정 이래 경북이 받은 최고 성적이다. 17개 시·도 중 1등급이 없으니 사실상 가장 청렴한 기관으로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더 고무적인 것은 공직자들 스스로 평가하는 내부청렴도와 도민들께서 평가하는 외부청렴도 모두 2등급을 받았다는 점이다. 

청렴은 예방이 중요하다.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은 청렴이다. 그 다음이 능력이고 열정이다. 공직자가 돈을 벌려면 사표 쓰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도지사부터 운동화와 점퍼차림으로 형식과 의전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 도지사실 문 앞에 ‘변해야 산다’ 문구를 새기고 도청 앞마당에도 뼈로 만든 공룡조형물을 세워 공직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올해는 청렴도 1등급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상북도 청렴도 향상 조례’를 제정해 청렴경북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지난 4월 20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청렴사회 구현과 국민고충 해결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청렴경북의 기초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사 관리·감독 등 취약분야에 대한 청렴도 특별개선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 ‘발로 뛰는’ 도지사로 유명하다. 권위주의 의전보다 일·성과 그리고 현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취임 후 현장을 다니면서 지역 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민생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취임 초에 운동화를 신고 점퍼 입고 도내 구석구석을 다녔다. 도민들께서 살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전이니 격식을 따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덮쳤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도민들의 삶은 말이 아닐 정도로 피폐해져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생존절벽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한해만 2만 6000명이나 감소했다. 특히 청년유출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1만 9000여명의 청년이 공부를 하거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경북을 떠났다. 지난 10년간 경북을 떠난 청년이 15만 명이나 된다. 1960년대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북인구는 전국 1, 2위를 다퉜다. 그런데 지금은 23개 시·군 가운데 19개 시·군이 인구감소에 따른 소멸을 걱정할 정도다.”

- 저출산 여파로 인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절벽’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경북의 거점 대학인 경북대마저 올해 대학입시에서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다. 저출산·인구문제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경북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총인구도 지난해 처음으로 2만 838명이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고 경북은 합계출산율 1명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전국에서 지방소멸 고위험지역 30곳 중에 7곳이 경북에 있을 정도로 인구감소 문제는 생존을 위한 선결과제가 됐다. 도지사에 취임하고 나서 인구문제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소멸위기 전국 1위인 의성에 ‘이웃사촌시범마을’을 조성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스마트 팜을 만들고 문화시설, 주거시설도 만들어서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 경북도에서는 전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국토연구원과 함께 ‘지방소멸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방소멸위기 선제적 대응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경상북도 인구정책 5개년 계획도 대구경북연구원과 공동으로 수립했다. 여기에 청년인구의 안정적인 정착지원을 위해 도내 4000여명의 청년들에게 ‘청년愛꿈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이 없는 시·군에 공공산후조리원(3개소)을 설치·운영하며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안동의료원 내 난임센터를 설치하는 등 생애주기별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경북人포럼’을 구성해 인구문제에 대한 도민체감형 정책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 최근 도는 지역대학과 협력해 미래세대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경북도에서는 인구감소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지역대학과 협력해 미래세대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구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 교육은 지난 2009년 경북도와 경북대를 비롯한 6개 대학이 체결한 ‘대학생이 함께하는 희망찬 경북 만들기’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11년 전국 최초로 ‘행복한 삶과 가족’ e-러닝 콘텐츠를 개발해 도내 대학 교양강좌로 개설·운영하고 있다. 2011년 대구·경북권역 5개 대학, 580명 수강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19개 대학, 2만 8073명의 학생들이 강의를 수강했다. 올해 1학기에는 영남대, 포항대, 안동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 9개 대학 833명의 인원이 강좌를 수강중이며 2학기에는 대구·경북권역 대학의 수요조사를 거쳐 약 1000여 명에게 교육을 운영·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강의를 수강한 6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3~5%의 긍정적인 변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의향을 묻는 질문에 ‘결혼할 생각 있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수강 전 366명에서 수강 후 396명으로 증가했다. 출산의향을 묻는 질문에 ‘출산할 생각 있음’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수강 전 323명에서 수강 후 340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참여대학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4월 7일 경북도립대에서 열린 '제8대 김상동 경북도립대 총장 취임식'에 이철우 경북지사가 참석했다.(사진=경북도청 제공)
지난 4월 7일 경북도립대에서 열린 '제8대 김상동 경북도립대 총장 취임식'에 이철우 경북지사가 참석했다.(사진=경북도청 제공)

- 김상동 전 경북대 총장에게 경북도립대 총장직을 맡아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 지사가 직접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유가 궁금하다.

“김상동 총장은 경북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행정 전문가다. 특히 경북대총장 재임 시 지방대학의 위상이 하락하는 시기에 경북대를 세계 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국립대 1위, 세계 99위의 성과를 거둬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시켰다. 여기에 대학 환경개선과 우수한 연구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는 등 대학발전에 탁월한 성과를 냈다. 경북도립대 비전과 중장기 발전을 위한 토대 구축이 필요한 시기에 김상동 총장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 경북도립대는 300만 도민이 후원하는 명실상부 지역거점 도립대다. 지역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가 현재 지역상생을 위해 대학과 협업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하려면 궁극적으로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고 졸업생들은 취업이 잘되는 지역발전 선순환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먼저 경북도립대는 현장 직무능력 중심 실용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최우선 목표다. 이를 위해 체계적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취업능력 향상을 위한 1:1 맞춤식 교육, 내실 있고 유망한 학교기업 지원, 11개 기업이 입주한 대학창업 보육센터 운영 등 다양한 취‧창업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해 학생 맞춤형 산‧학‧연 연계 협력 사업을 도와 대학이 적극 협업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최초로 축산분야 학교기업인 GPC바이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축산과와 연계해 매년 500여개 이상의 한우수정란을 한우농가에 공급해 현장 맞춤형 인재양성은 물론 지역농가 소득증대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100세 시대를 맞아 도민들의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대학 내 평생교육원을 지역의 평생교육 거점센터로 육성 지원하는 등 단순한 성인교육 넘어 주민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며 대학의 발전은 곧 지역사회 발전의 성장 동력이다.”

- 청년 일자리가 문제다. 청년 실업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도내 청년 일자리 정책 가운데 집중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이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업이 있나.

“청년 일자리 감소에 따른 청년 고용률 감소와 실업률 증가는 국가와 지자체의 공통 고민거리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 일자리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경북의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에 비해 2%p 하락한 36.9%를 기록하며 어려운 상황이 수치로 나타났다. 경북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업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정책 가운데 청년인구 유입에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사업은 ‘도시청년시골파견제’다. 이 사업은 외부 청년이 지역에서 창업을 할 경우 연간 3000만 원까지 최대 2년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총 124팀을 지원했고 현재까지 177명이 정착해서 살고 있어 청년유출 방지와 유입에 기여를 많이 한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착률을 보다 높이기 위해 ‘청년창업 지역정착사업’으로 업그레이드해 시행하고 있다. 경북도는 앞으로도 일자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산업과 고용환경에 발맞춘 경북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적극 발굴·추진해나갈 방침이다.” 

- 경북도가 지난해 ‘청년정책관실’을 신설했다. 청년정책관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이제껏 추진한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소개한다면.

“청년정책관실은 지난해 1월에 신설됐다. 청년에 대한 접근을 보다 종합적·체계적으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청년정책관실에서는 경북 청년들이 지역에서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 정책·일자리·복지·문화 등 종합적인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개소한 ‘청년발전소’에서는 코로나 블루로 인한 청년의 심리 상담과 청년 주도 교육과정 운영과 청년 활동가를 육성하고 있다. 청년정책관실의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는 ‘경북청년 행복카드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전국에서 경북이 가장 먼저 시행한 이 사업은 경북도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근로자에게 병원진료, 헬스장, 공연 관람 등 복지·문화과 자기계발을 위한 100만 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600여명 모집에 24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 사업은 만족도 조사에서 참여자의 87%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사업에 참여한 청년 중 92%가 계속 근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의 효과성을 확인했다.”

- 끝으로 추후 어떤 경북도지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말해 달라.

“경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2030년이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아이디어가 승부하는 시대다. 경북이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행정만으로는 어렵다. 대학·연구기관·시민단체와 하나가 돼야 한다. ‘연구중심 혁신도정’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야, 이런 도지사도 있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한 도지사로 기억됐으면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교사로 일하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별정직 공무원으로 들어가 20년 동안 일하며 국장까지 지냈다. 국정원에서 나와 경상북도 부지사를 거쳐 경북 김천시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뒤 경상북도 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지사는 독특한 경력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도정에서도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 이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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