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관계자들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입주한 5개 대학 재정 자립도 높여야"
평생교육원 등 별도 사업 허용해 재정 자생력 높여야 한다는 지적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제약 많아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대학들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는 데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뉴욕주립대전경. (사진=한국뉴욕주립대 제공)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대학들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는 데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뉴욕주립대전경. (사진=한국뉴욕주립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낡은 규제가 글로벌 인재 배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 대학교 공동캠퍼스인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입주한 5개 대학들이 재정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대학들이 국내 법상 교육 이외에 평생교육원과 같은 별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포지티브 규제(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대학 정원 못 채워… 입주대학 재정 자립도 높여야 = 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 입주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5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수는 3073명 가량으로 기존 목표치 5000명 대비 6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캠퍼스 사용료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 대학에 지원을 이어가는 중이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5월 글로벌캠퍼스를 추가 조성하는 대신 기존 입주대학들의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뉴욕주립대 관계자는 7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년에도 흑자났고 올해도 흑자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돈을 쓰지 않아서 그렇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대학이 최소 6년은 운영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어야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인천시에서도 이들 대학의 재정적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병래 인천시 의원도 지난 5월 인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5개 해외대학의 정원 확보, 산학협력단 운영 등을 통해 재정적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대안은 ‘평생교육’… 포지티브 규제에 발목 = 인천 글로벌캠퍼스 재학생의 92%가 내국인이고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학생 유치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평생교육원이나 최고경영자과정 운영 등 별도의 사업이 재정 자립도를 높일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국내 법률이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라 평생교육원이나 최고경영자 과정 같은 별도 사업 운영에 제약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모든 법이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어서 외국 대학들의 움직임에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말한다. 법률·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현행 평생교육법에 평생교육원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주체로 외국 대학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 대학들은 평생교육원을 운영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뉴욕주립대는 지난 2017년 교육부 감사에서 산학협력단이 폐쇄되고 평생교육 관련 공개강좌 역시 폐쇄 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법제처에서 유권해석을 받았는데 법제처에서는 외국 대학이 평생교육 강좌를 개설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평생교육은 산학협력과의 연계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강조된다. 마침 외국대학을 산업교육기관에 포함하는 개정된 ‘산학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산학협력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됐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외국대학도 산학협력단 설치와 산업체 교육 등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 셈이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자부 관계자는 “국내 대학들은 산학협력과 평생교육 둘다 할 수 있는데 외국 대학은 산학협력과 평생교육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대학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최고경영자 과정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뉴욕주립대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과정도 포지티브 규제 방식 때문에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우리 학교는 공대와 기술경영학과 등 교수진을 활용해 지역 CEO들한테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만 번번이 가로막힌다. 최고경영자 과정을 통해 CEO들이 능력있는 학생을 추천받아서 취직 시킬 수도 있고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육부 “외국 대학 법령상 국내 대학과 기능 차이”… 전문가 “대학 자율성 보장해야” = 교육부는 외국 대학들의 역할이 국내 대학과 다르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교육기관들의 역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들은 이해하는데 법령상 부여된 기능에 차이가 있다”며 “외국교육기관법에 정해진 기능들이 있는데 평생교육 분야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글로벌캠퍼스 입주 대학들은 이들 대학이 제공하는 평생교육이 국내 대학과 차별화된다고 말한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은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제공하는 평생교육은 영어로 진행돼 기존 한국 고등교육의 평생교육과는 다른 시장을 만들 것”이라며 “이런 시장을 지금 한국이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는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4항은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천명하고 있다”며 “국가 모든 기관이 대학을 규제하는데 굳이 헌법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뜻이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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