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퇴직 후 3년간 사교육 기관 취업 제한... 위반 시 징역 3년까지
사교육 업체 외에도 일반 교습소, 과외 금지까지 제한 범위 강화 움직임
입학사정관, 전문가들 "신분 불안한 입학사정관 처우 개선 선행돼야"
안정적 인건비 지원 정책, 입학사정관 경력자 진출 경로 다양화 등 방안 제시돼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 입학사정관이 퇴직 후 3년 간 각종 사교육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현행법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조짐이다. 퇴직 사정관은 물론 현직 사정관까지 법률로서 취업 기회를 제한하고 처벌 규정을 마련한 개정안에 이어 정부 입법으로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입학사정관의 처우와 업무 전문성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 입학사정관 사이에서 잠재돼있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7월 1일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기관에 입시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입학사정관이 퇴직 후 3년 동안 학원이나 입시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설립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법을 한층 더 강화해 현재는 대학별 윤리 강령 등으로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현직 입학사정관에 대해서도 법률로 제한한다. 또한 법률을 어긴 입학사정관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신설한다.

이에 더해 교육부 역시 비슷한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조훈희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입학사정관에 대해 적정한 수준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취업 기회를 제한하는 정부입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8월 이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류 의원의 안과는 달리 퇴직 입학사정관에 대해서만 취업 기회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직 3년 이내 취업할 수 없는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학원, 입시상담 업체 외에도 현행법의 제한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교습소, 과외 등 사교육과 관련된 어떠한 업무에도 종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의 취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개정하려는 명분은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묵혀있던 입학사정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학사정관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신분이 불안한 상황에서 취업기회 제한까지 늘리는 방향의 법안이 나온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점은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사정관이 도입된 이후 줄곧 지적돼 왔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권 26개 대학 소속 정규직 입학사정관의 비율은 24%에 그쳤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입학사정관 인건비를 지원한 사업인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사업’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에 모두 선정돼 정부 지원금을 받은 48개 대학 역시 정규직 입학사정관의 비율은 겨우 2.9% 수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전체 입학사정관의 80%는 위촉사정관이었다.

현재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1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2021년 대입 전형에 참여한 입학사정관 9129명 중 전임 입학사정관은 119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인 7900여 명은 입시 기간만 위촉돼 임시로 학생 선발 업무를 담당하는 위촉사정관이었다는 것이다. 2021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에 참여한 입학사정관수는 8282명, 서류평가 건수는 142만 1561건으로 입학사정관 1명당 서류평가 건수는 171.6건에 육박했다.

실제 입학사정관들이 느끼는 신분의 불안함은 통계 숫자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 국립대 입학사정관인 A씨는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의 위치는 기간제 계약직이 아니면 무기계약직이다. 이 현실은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된) 지난 10여 년 간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대학 내에서도 안정적인 직위와 어느 정도 수준의 직책이 있어야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입학사정관은 대학 내 직원 카르텔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입학사정관의 취업 제한을 논하기 전에 입학사정관의 지위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 입학사정관제 도입 연구에 참여한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입학사정관에 대한 예우가 안정적일 경우에는 맞을 수 있지만 현재처럼 입학사정관이 임시직이나 비정규직과 같이 불안한 지위에 있는 상황에선 적절치 않다”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도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 교수는 입학사정관의 지위가 불안정한 이유에 대해 비연속적인 사업 기반의 입학사정관 인건비 지원 제도를 꼽았다. 그는 “전반적으로 대학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대학이 입학사정관과 같은 전문적인 직원을 오랜기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들이 최소 3년 이상 근무해야 업무 전문성이 형성될 수 있고 3년 이상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고 볼 때 입학사정관에 대한 안정적인 인건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의 범위와 비중이 커지면서 대학 입시는 입학사정관에게 기대는 면이 많았다”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앞으로는 각 고교의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크다”며 지원 정책이 꼭 필요한 이유를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이 공적 영역에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대학 입학사정관을 거쳐 현재 부산시교육청 진로진학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성준 대입지원관의 주장이 그것이다. 이 대입지원관은 “공적영역에서 대입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시도교육청이 예산 범위 내에서 대입관리 업무를 하는 직렬과 직제를 늘리거나 이들을 뽑는 정원을 운영하는 등 입학사정관 경력자의 경험을 활용하는 직무를 채용한다면 대학과 고등학교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입학사정관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 입시 상담을 하거나 진로교육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계약직을 전전하며 2년이 지나면 타의로 다른 대학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입학사정관이 굉장히 많다. 대기업에서 고도 기술을 다루는 연구원도 회사 내규로 일정 기간 경쟁 업체 취업을 막으면서 3~4년 가량의 연봉을 보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입학사정관의 생계에 대해서는 대책이나 대안이 전혀 없으니 현직 입학사정관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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