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위주 교육’ 강점 믿고 입학했지만 2년째 ‘100% 대면강의’ 불가능
“부족한 실습경험·경력 ‘자격증’ 말고 돌파구 없어”
교육부 2일 ‘전문대 취업역량 강화 사업’ 내놨지만… 전문대생 5명 중 4명은 혜택 못 받아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실습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서 전문대로 입학했는데 졸업을 앞둔 지금은 솔직히 절망적이에요. 2년 동안 실습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건 올해 1학기 말고는 없어요.”

경기도 소재의 한 전문대에서 ‘반려동물 관리’를 전공으로 배우고 있는 2학년 육 모 씨는 “반려동물 전문가가 돼서 관련 업체에 취업하고 싶은데 실습 경험이 적어 뽑힐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오히려 지금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반려동물 카페에서 아이(반려동물)들과 더 가깝게 교감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가 올해에는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변이 바이러스 등 재확산이 이어지면서 어느덧 졸업반이 돼버린 전문대 2학년생들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개강 연기를 시작으로 비대면 원격수업과 대면 현장 강의를 병행했고 2학기엔 전면 비대면 강의로 학기를 마쳤다. 올해 1학기는 상황이 나아지려나 싶었지만 ‘델타 변이’ 등이 기승을 부리며 100% 대면 강의에 대한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이렇듯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모든 대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전문대생들에겐 이러한 현실이 더 큰 시련으로 다가온다.

육 씨는 “실습 교육 수준만 놓고 보면 전문대가 훨씬 좋다는 말을 듣고 입학했다. 하지만 실습은 못 하고 이렇게 온라인 강의만 들을 것이라면 사이버대 가서 4년제 학위 받는 게 취업 경쟁력에서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향하는 곳은 ‘자격증 대비 고시학원’이다. 선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불안함이 커질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취업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한 돌파구로 더욱 ‘자격증 취득’에 목맬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있는 전문대에서 ‘3D프린팅’을 전공하는 정 모 씨는 올해 1학기를 휴학했다. 지난해 말부터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던 자격증 학원 공부에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3D프린팅 운용 관련 자격증뿐 아니라 요즘은 ‘3D프린터 조립 전문가’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다”며 “솔직히 20학번이라고 하면 ‘너 실습 별로 못 해봤겠네. 할 줄이나 알겠냐?’라는 말 들을까봐 관련 분야 자격증은 일단 다 따놓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취업 정보나 조언을 선배에게 들어야 하는데 교류 자체가 없다 보니 오히려 커뮤니티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팁을 얻고 준비하는 편”이라며 “처음엔 ‘이게 무슨 대학 생활인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이러다가 그냥 졸업하겠지’ 하면서 무덤덤하다”고 말했다.

‘일반대를 훨씬 웃도는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 ‘실습 중심의 전문직업인을 키우는 대학’ 등 그동안 전문대의 강점이라고 일컬어졌던 이러한 표현들은 올해 완전히 맥이 끊긴 모습이다. 전문대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졸업생들이 취업 시장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을 앞두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상황 속 전문대학생 취업역량 강화 한시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전문대를 졸업해 구직 중이거나 내년에 졸업하는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215억 원의 국비를 투입하고 국가 공인 자격시험이나 어학검정 평가 ‘응시료’와 취업 관련 강의 등 ‘수강료’를 지원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전문대 학생 3만 명을 선발해 개인당 최대 70만 원씩 교육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 내년 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지원된다는 점과 전문대를 졸업하는 학생 규모에 비해 수혜 학생 수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사업 효과를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대학 정보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문대를 졸업한 학생의 수는 모두 16만 8153명이다. 전문대 한 해 졸업생을 약 15만 명으로 잡았을 때 5명 중 4명은 여전히 사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응시료·수강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일반대·전문대)이나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강의, 자격증 시험 학원 등에서 수강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에 대한 지원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생 대다수가 ‘어학능력 검정평가’와 ‘자격증 시험’에 대비해 이론 수업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세부 내용에 이러한 개선된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석 교육부 전문대학지원과장은 2일 본지 통화에서 “온라인 강의 지원 여부는 현재 전문대교협에서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문대교협 결과를 참고해 교육부-협의회 실무자 간 회의를 거쳐 최종 여부를 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학성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역량개발지원실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맞물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며 “비대면 콘텐츠라 하더라도 교육의 품질이 우수하고 충분한 심의를 거쳐 학생 역량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만 한다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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